주물鑄物 / 김성신
절박함이 당신과 잘 어울리는군요
천장과 바닥을 오르내리는 숨소리
제자리 비행동작으로 우람해지는 팔
갓 죽음에서 나는 저, 단단한 쇳내
허공을 배회중인 사색을 빠르게 굳힐 겁니다
독설 쏟아내는 입에는 귀마개를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귀에는 안대를 덧씌우죠
모서리 돌려면 천 번을 뒤집어져야 하는데
얼룩들이 모로 뉘인 불길로 속도를 내고
해결 더딘 대화에는 빗살무늬를 긋죠
화요일에는 근사한 목소리를 만났어요 엘리 굴딩, 루카스 그레이엄
맨발로 팝을 밟으며
火生木 木生水
水生金 金生土
흉터를 사방으로 비틀면 몸의 갱생일까요
꽝, 탁, 타닥, 격랑의 소용돌이
면책될 준비를 하는 거죠
결국, 거푸집으로 완성되는 숱한 간격
식힌 다음 굳히라는 당신의 단련
불구덩속 흔들린 나의 결심도 날선 무기로 탈바꿈을 하죠
날씨가 좋아요 수요일도 오늘 같길
ㅡ계간 《시와징후》 202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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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신 시인
1964년 전남 장흥 출생. 원광대 한문교육과 졸업.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201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동그랗게 날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
2016년 원주 생명문학상, 2022년 한국해양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