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갱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민초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유행에 민감한 이놈께서 어찌 자유로울수가 있것씁니까.
환률유탄에 지대로 맞아 휘청휘청 술췐넘처럼 정신을 못하리고
hot세월을 방황하다가 이대론 안되거따 싶어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보자고
고민하던차 레이다에 띠~웅, 하고 잡힌게 있었는디 그게 뭐냐믄,
제주도를 한바꾸 도는 4-full 마라톤대회여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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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롤러코스트 곡예하듯 춤추는 환률그래프를 넋놓고 쳐다보는것에
술트레스 이빠이 받아 예민해 있던차에 나타난 먹잇감을 향해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낚싯대를 퐁당 던져 덜컥 아와시를 시키고 마랏숨다.
기냥 연습하듯이 3시간30분 정도의 페이스로 완주를 목표로 삼고
제주도 뱅기를 탓는데...
왓마~,
가는 날부터 날씨가 장난이 아닌것이
방파제를 때리는 성난 파도가 거짓말 안보태고 집채만 합디다.
게다가 눈까지 내리면서 겨울분위기를 잡아주는것 까지는 좋았는데
제주도까정 눈구경 온 것도 아니구 낼부터 내리 4일을 뛰어야 하는
이 뜀꾼의 속이 어찌 편할리가 있것습니까.
▶제주 4-full 마라톤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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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일주 마라톤 코스도)
42.195km , 3:09'02" 2위
거시기 거시기가 많아 삼다도라는 제주도에서
육지놈을 첫번째로 반겨주는게 있었으니 이름하야 바람이렸다.
여자였더라면 더 좋았을것을 ㅋ..
four-full중 첫날코스는 제주종합운동장에서 한림읍까지 백오리(42.195km)다.
어제 내린눈이 녹아 도로가 살얼음으로 덮여있는데 설상가상 다시 눈이 내린다.
넘어질까봐 뒤뚱거리는 오리마냥 출발부터가 조심스럽다.
3키로까지는 교통경찰이 시내구간을 통제 해 줘서
불편하지 않게 빠져나왔는데 외곽도로에서 맞닥뜨린 바람과 눈보라
요넘들때문에 무쟈게 고생했다.
함께 선두에서 달리던 동료 진짜봉이 12키로가 지남서
몸이 풀렸는지 아프로 내빼버리자 닭쫒던 개신세 꼴이 되었지만
오늘 하루만 뛰고 마는게 아니므로 체력완배를 위해 좆아가는것을 포기?
...가 아니라 실력이 딸린 자신을 인정하고 인적이 끊긴 해안가를 따라 홀로주를 이어가야 했다.
출발때 진행자가 1132번 지방도로를 따라 무작정 달리라고 했던말을
눈보라속을 헤메다가 잊어버리고 갈림길에 서서 뒷주자가 올때까지
개떨듯이 잠시 떨어야 했던 순간,
집채만한 파도가 삼킬듯이 해안도로를 때리며 쏟아내는 포말의 공포가
차라리 아름답다.
첫날은 사계(四季)를 다 겪는 희얀한 경험을 하며 달린것 같다.
눈보라속을 달리다가도 봄볕같은 햇살이 비추는가 하면 비바람을 뚫고
달려야하는 구간도 있었고 25키로 이후에는 급수차가 안나타나 갈증을
참으며 달리기도 했다.
한림읍을 지나 마침내 첫번째날의 결승점이 보이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조차도 환영을 위한 세레모니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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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날.
한림읍~서귀포월드컵경기장(42.195km)
3:11'26" 1위
날씨가 어제보다 마니 좋아졌다.
다행이다 싶어 아랫도리는 마라톤팬츠를 입었고
부어오른 발땜에 발톱이 다칠까 싶어 런닝화도 바꿔 신었다.
10키로까지는 고독을 씹으며 혼자 독주를 했는데 그때 오바페이스를 했는지
뒤에서 졸라게 따라붙는 선수에게 15키로 지점에서 잡혀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추월을 당한 기분은 좀 거시기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가벼웠기에
무리하지 않고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가는 주자도 나를 따라 잡으려다 오버페이스를 했나보다.
20키로를 지나는 언덕에서 속도가 좀 떨어지는가 싶더니
하프를 지나면서 거리는 더 좁혀졌고 다시 내가 선두로 나서게 되었다.
선두로 나선 뒤부터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결승점까지 홀로 달리게 되었는데
어제처럼 25키로 지점을 끝으로 급수차가 나타나지 않아서 갈증을 털고자
좌판에 별려놓은 귤을 동냥질로 얻어 먹으며 달렸는데 지금 생각해도 재밋는
경험이었고 서귀포구간은 도로바닥에도 귤이 쓰레기처럼 지천에 널려 있었기에
중간중간에 간식대가 하나도 없었지만 노-프라블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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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키로 지점의 길고도 지루한 언덕길이 힘에 부친다.
자꾸만 누가 따라붙는지 궁금하여 뒤돌아보며 달려야 할정도로 체력은 떨어져 갔지만
할수있다는 자기암시로 정신을 집중하여 마침내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앞으로 1착으로 골인을 했다.
제주 일주에 겨우 절반을 뛰었을 뿐인데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낼은 또 어떻게 뛰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제주 똥돼지를 안주로 쏘주 한병을 깟다^^
와우,잠이 저절로 오신다. zzzzzz~
★세쨋날.
서귀포~성산읍
42.195km , 3:07'02" 1위
뛰기전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4번의 마라톤중 가장 수월하게 달렸던 구간이다.
어제 신고 뛰었던 아디제로 신발이 쿠셔닝이 떨어져 자꾸 신경이 쓰이길래
스피드는 좀 쳐지드라도 안전을 위해 첫날 신었던 쿠쑝이 좋은 나이키에어로 갈아 신었다.
오늘은 참가선수들이 몸을 사리는지 출발부터 스피드를 올리지않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등떼밀려 선두에서 되었는데 성산읍에 골인할때도 마찬가지로 1착으로 들어왔다.
제주도의 언덕은 심하게 높은구간은 없었지만 언덕구간이 길어서 힘들긴 매 한가지다.
그나마 바람이 계속 뒤에서 불어 주었기에 뛰기가 한결 수월했다.
4일간을 함께했던 1132번 제주도 일주 지방도로,
내게는 영원히 잊을수가 없는 숫자 일것이다.
연속으로 풀코스를 두번 뛰어 본 경험은 있었지만
삼일연속은 첨이라 발바닥이 견뎌낼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걱정이 팔자였든 개비다.
30키로가 지나자 발바닥에 물집이 잡힐려는지 따끔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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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다. 낼 마지막 4일차 대회를 위해 일찍 쉬어야 했는데.....
제주도하면 잴 먼저 떠 오르는게 성산포인데 지척에 성산포를 두고 어찌 모른척 지나칠수 있것슈.
전부터 성산포에 가게되면 반드시 확인하고 싶은게 하나가 있었다.
이생진님의 '그리운 성산포'라는 詩에서 나오는 말,
"성산포에서는 술은 사람이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한다"했기에
쌩뚱맞지만 술마신 나는 멀쩡하고 정말로 바다만 맛텡구가 가는지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같이 간 형님의 동생이 성산포에서 횟집을 하고있다는 곳엘 들렀는데
캬~,
갈치회,고등어회,삼치회.....(이게 모다 월매냐^^)
팔팔한 안주를 보는순간 소름처럼 돋아오르는 미뢰(味蕾, taste bud)의
발작에 눈조차 휘까닥 놀라 취한 바다는 확인 조차도 못했고 나만 얼큰해 지고 말았다.
★넷째날.
성산읍~제주시(사조리조트)
42.195km , 3:11'38" 2위
유종의 美.
4일째 마지막 날이다.
혼자만 힘든게 아니고 조건은 똑같으니 그냥 완주를 목표로
평상심을 유지하기로 다짐을 한다.
2위와 종합기록에서 차이가 꽤 벌어져 있기에 완주만 하면
이변이 없는한 종합우승이 가능하기에 무리한 레이스를 안해도 되는
어드밴티지가 있었으므로 좀 야비하긴 하지만 출발부터 스피드를 줄였다.
5키로까지 선두권에서 함께 달리다가
진재봉선수가 몸이 풀리자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는데도 내 페이스만 유지하며 모른체했다.
오른쪽으로 펼쳐진 해안의 경치에 의식적으로 한눈을 팔면서 키로당 5분이내로 연료를 아끼며 갱제속도로 달렸다.
하기사 출발때 부터 무릅이 계속 아팟기에 빠르게 달릴수도 없었지만
10키로를 지나면서 부터는 발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해서 완주나 할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발바닥이 아퍼서 조금 더 페이스를 줄였다.
시나브로 선두와 거리가 멀어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보이지조차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4일째의 마지막 레이스라 체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알수가 있다.
초반에 함께 달리던 2위그룹들의 모습도 뒤로 쳐져서 시야에서 멀어져 보이지 않는다.
고통을 이기고자 지난 사흘간 뛰었던 시간을 잠시 되돌아 본다.
눈보라속에서 매서운 바람과 맞서 달렸던 첫날을 겨울이라 한다면
서귀포 감귤의 달콤한 맛에 매료되 달렸던 둘째날은 봄처럼 포근한 맛이었고
뒷바람이 달리는데 힘을 보태줘서 최고기록을 세우며 뛴 어제를 여름이라 한다면
마지막 4-full을 무사히 마감지어야 하는 오늘은 결실을 기대하는 농부와도 같은 가을이라 하겠다.
어제처럼 길게 굽이져 뻗어있는 언덕길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올려다 본다.
쇳소리처럼 새 나오는 한숨을 삼키고 또 삼키며 무뎌진 다리를 채근한다.
다 와간다 조금만 더 가자.
저 모퉁이만 돌자꾸나
저 언덕만 넘자꾸나.
30키로가 지났다.
물집 잡힌 발바닥이 터져 노란 런닝화가 핏빛으로 빨갛게 물이 들어간다.
젠장, 조금만 더 견뎌라.
그래, 어제 한잔 하던 성산포가 보인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는 바다가 하고 목사는 그 설교를 듣는다 했지.
조금만 더 힘을 내자.
35키로...
40키로...
드디어 오른쪽으로 함덕해수욕장이 나타나고
어젯밤에 다금바리를 안주로 건배를 외치던 횟집도 보인다.
와~,
결승점이 시야에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두팔이 절로 올라 가네요^^.
4일 전구간을 걷지않고 뛰어서 완주를 하자고 자신에게 했던 약속을 지켰기에
무엇보다고 행복한 순간이었고 4일간의 종합기록 12시간39분14초의 종합1위는
핏빛으로 물이든 노란 런닝화에 대한 보상이었다.
첫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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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지세요 ^^ 제가 행복해 지는데요 ^^ 완주하신거 
드려요 ^^ 온몸이 탄력자체 이시네요
운동으로 다져진 몸 너무 좋아 보여요 ^^ 마지막 사진 너무 멋져부려
^^
아...사진만 봐도 숨이차
뛰는거 싫어. 발목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숨도차고...아 싫어..
기운이 넘쳐보이세요
부러워요
실험대상이얌
하자 실험
뭐부터 할까
4년전인가? 친구 두명과 함께 청주에서 대천해수욕장까지 3일에 걸쳐 걸어갔던 기억이 나네요..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어느누구의 강요도 없이 내 의지로 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도보여행길이 생각납니다. 단순히 걷기만 했던 그때도 넘넘 힘들고 비바람에 견디기 어려웠는데, 님은 4일동안 살을 파고드는 차가운 기운과 매서운바람을 견디며 완주하신 모습을 보며, 정말 대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동입니다.
허벅지가 탄탄하니 기본 이상이시네요``전 아마 숨차서 반도 못뛰다 쓰러질듯
`열정에 다시한번 
보내드려요`
^^
와하...님 정말 멋있어요..^^ 완주도 하시고..제가 제주도에서 한동안 살아봐서 아는데..해안도로를 보면서 뛰었을때 그 기분
이셧겠다..검은 바위를 보면서....와.암튼 너무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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