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내막」보도내용
☞신문보도(주간신문 보도내용) 제 55호 1999년 3월 28일
긴급점검... “대한항공기 사고․고장 왜 잦나”
“날개 달린 사고뭉치.... 오너도 안타더라”
“승객목숨담보운항... 사장은 헬기․열차이용구설”
“국회건교위 위원은 「꿀먹은 벙어리」... 로비설 무성”
「대한항공은 3월 18일 또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날 악천후 속에 제주공항에 착륙하던 대한항공기가 착륙에 실패, 바퀴가 잔디밭에 미끄러진 뒤 가까스로 재이륙해 회항하는 소동이 빚어진 것이다. 이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 모두 2백79명이 타고 있었다.
활주로 이탈 “날씨탓?”
대한항공은“날씨 탓이다. 어쩔 수 없었던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이런 해명에 국민들은 이미 식상했다. 3일 전인 15일 포항공항에서 일어난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날 낮 12시쯤 서울발 포항행 대한항공 1533편은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도구리 포항공항에 착륙도중 활주로를 이탈했다. 이 여객기는 활주로를 미끄러지면서 방호벽과 충돌, 기체가 두 동강났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70여명이 다쳤다. 사고 여객기는 이날 오전 11시4분쯤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 이날 낮 포항공항상공에 도착, 착륙을 한 차례 시도하다 실패한 뒤 2차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여객기의 모습은 아주 흉칙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 1백50명과 승무원 6명 등 1백56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를 접한 대한항공 조양호 사장도 자사의 여객기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탓일까.
조양호는 포항공항 활주로 이탈사고로 병원에 입원중인 환자들을 위문키 위해 포항에 내려오면서 자사소속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고 헬기를 이용해 구설에 올랐다.
조양호는 지난 16일 오후 4시30분께 자사임원과 함께 헬기편으로 포항공항에 도착, 사고현장을 잠시 둘러봤다. 이후 포항시내 5개 병원에 분산 치료중인 환자들을 위로한 뒤 포항지사가 마련한 승용차편으로 대구로 가 열차편으로 상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포항시민들은 “조 사장이 자기회사 여객기를 이용하지 않고 굳이 헬기를 사용한 이유가 무엇이냐” 고 따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동성 있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부득이 헬기를 이용한 것이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관계자의 해명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미 대한항공은 거듭되는 회항과 방사선 직원 노출사고 은폐로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지난 15일 포항공항 사고가 일어난 다음날에도 대한항공 여객기는 회항하는 소동을 벌였다. 제주공항경찰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5시5분쯤 대한항공1017편 A-300 여객기는 부산 김해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등 2백13명을 태우고 제주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여객기 조종석에 화물칸 이상을 알리는 램프가 켜져 이륙 20분 만에 회항했다는 것.
방사선노출사고 충격
대한항공 측은 김해공항 회항 후 여객기 기체 점검에서 실수를 발견하게 된다. 여객기 뒤쪽 화물칸 문이 제대로 닫혀 있지 않아 비상램프가 작동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이런 일로 여객기가 회항했던 적은 없다. 도대체 대한항공이 기체 점검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6일에는 대한항공 김해공항 직원 2명이 강력한 방사선에 노출돼 피폭된 사실이 밝혀졌다. 대한항공은 방사선작업에 종사하는 김해공항 기체정비팀 품질 보증부 이아무개 과장(40세)과 이아무개(31세)가 지난 2월20일 X선 발생장치를 잘못 작동하는 바람에 방사선에 쏘였다고 3월16일 과학기술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방사선 발생장치의 타이머가 고장나 방사선이 유출되는데도 이를 모르고 비행기 파손여부 비파괴검사를 하다 피폭됐다고 과학기술부에 보고했다. 이들은 작업도중 방사선 발생장치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알았으나 방사선 피폭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후 피폭 2주일이 지난 3월6일 손바닥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등 이상증세가 발생했다는 것.
부산백병원에 입원했던 이 과장 등은 피폭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16일 오후 서둘러 퇴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이날 오후 한국 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 2명을 김해공항에 보내 이들 직원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작업상황을 재현해 피폭 정도를 측정하고 이들의 혈액을 채취해 염색체 이상 유무를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대한항공이었다. 직원들이 방사선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뒤늦게 3월11일 입원시켰고 입원한 지 5일이 지나서야 과학기술부에 늑장보고, 피폭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대한항공이 잇따른 연쇄 사고를 내면서도 별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막강한 로비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항공을 비방하는 말일까. 실제 대한항공의 로비에 대한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10월22일부터 11월11일까지 열린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대한항공에 대한 건설교통부의 제재가 부당하다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의 안전을 고려해 강도 높은 제재를 요구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사고를 낸 대한항공을 두둔하고 있었던 것이다. 건교부는 대한항공이 괌 참사 이후에도 잇따라 사고를 내자 지난해 10월10일 국내 노선의 20%와 서울-도쿄 노선의 주2회 운항을 줄이도록 제재했다. 이때 대정부 로비를 지휘했던 대한항공 책임자는 황창학 (주)한진 부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창학은 경영보다는 주로 정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를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로비는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몇몇 위원에게는 수 천만 원대의 뇌물까지 주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물론 이 소문이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꽤 문제로 지적됐다.
뻔뻔한 운항... 뭔가 있다.
건교부의 운항감편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는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김종필 총리를 찾아가 선처를 부탁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조중훈은 JP와 면담 후 이틀 뒤 이정무 건설교통부 장관과도 만났다는 것. 조중훈은 이정무에게 “제재를 내리지 말라”고 간곡히 요청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사실무근”이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