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개발계획 친선대사 喜悲 홍콩 배우 양자경 새로 임명돼 "위기에 처한 이들 도울 것" 다짐 약물복용 샤라포바는 자격 정지
두 여인의 희비가 엇갈렸다.
영화 '와호장룡' '007 네버다이' 등에 출연한 말레이시아 태생 홍콩 여배우 양자경(53·楊紫瓊·양쯔충)은 15일(현지 시각)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개발계획(UNDP) 친선대사(Goodwill Ambassador)로 선임됐다. 하지만 최근 금지 약물을 복용해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러시아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28)는 UNDP 친선대사 자격이 일시 정지됐다.
UNDP는 이날 미국 유엔본부에서 양자경을 친선대사로 임명하는 행사를 열었다. 양자경은 기자회견에서 "가난하게 태어났건 여자로 태어났건, 혹은 재난의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태어났건 간에 이 세상의 모든 뒤처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며 "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한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25일 네팔에서 규모 7.8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양자경은 약혼자인 장 토드 국제자동차연맹 회장과 함께 국제회의 참석차 네팔의 한 호텔에 머무르고 있었다. 당시 이들이 체류하던 호텔은 건물 일부가 붕괴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으나, 두 사람은 경비원의 발 빠른 대처로 밖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당시 양자경은 중화권 언론에 "위험한 상황에서 나를 도와준 네팔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피해자들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양자경은 향후 15년간 UNDP 친선대사 자격으로 작년 9월 유엔이 채택한 '2030 지속가능개발 목표'를 알리는 한편, 각종 재난 지역 피해 극복을 위한 활동에도 힘쓸 예정이다.
반면 2007년부터 UNDP 친선대사로 활동해 온 샤라포바는 이날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UNDP 대변인은 "우리는 샤라포바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 복구를 비롯한 UNDP의 과제를 지원해 준 데 대해 감사하지만, (약물 복용과 관련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친선대사 역할 및 관련 활동을 유예하기로 지난주에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유엔 가이드라인은 친선대사가 자신의 신분 혹은 유엔의 기본 원칙과 양립할 수 없는 사건에 연루되거나, 조직의 이익을 위해 친선대사를 해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될 경우 친선대사 자격을 박탈·정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행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2011년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반(反)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을 때 카다피의 외동딸 아이샤 알 카다피가 친선대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샤라포바는 체르노빌 피해 지역을 찾아 기부금 10만달러(약 1억1900만원)를 내고, 피해자 후원을 위한 개인 자선 재단을 세우는 등 체르노빌 피해 지역 복구에 적극적이었다. 그녀 자신이 체르노빌 사태의 간접적인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샤라포바의 부모는 원래 체르노빌에서 북쪽으로 약 128㎞ 떨어진 고멜에 거주했고, 사고가 발생한 지 몇 달 뒤 샤라포바를 임신했다. 태아의 건강을 걱정한 이들은 고향을 떠나 소치로 이주했고 나중엔 미국에 정착했다.
테니스계의 간판스타였던 샤라포바는 약물 복용 스캔들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국제테니스연맹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샤라포바의 대회 출전 자격을 정지시켰고, 나이키·포르셰 등 주요 협찬사는 후원을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