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의 우열을 서로 가리기 힘든 팽팽한 접전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두 팀이 이렇게 팽팽한 맞대결을 벌인 적이 있었죠.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말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양팀 모두 고급진 야구를 했는데 오늘은 한화나 삼성 모두 허접한 야구를 했다는 점이겠네요. 마치 코미디 영화 <덤 앤 더머>를 본 기분입니다. 상대가 한달에 4~5번 이기기도 힘든 페이스의 독보적인 10위팀임을 감안하면 오늘 경기가 얼마나 졸전이었는지 알 수 있죠.
타자들은 제 몫을 다 했습니다. 14안타 쳤고 8점 뽑았으며 사사구도 차분하게 많이 골랐죠. 출루에 비해 득점 비율이 낮아서 잔루가 많았지만, 야구에서 8점 뽑아줬으면 타자들은 할 일 다 한 겁니다. 아쉬움은 있습니다. 9회말 무사 만루에서 김태균의 <한 방>이 터지지 않은 것이 무척 서운하죠. 하지만 3번 출루하고 3점 만들어준 게임에서 욕먹으면 안 됩니다. 김태균도 할 만큼 했습니다. 8:9로 진 경기의 책임은 투수 파트에서 져야지 타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면 안 됩니다.
그런데, 투수들도 책임이 없습니다. 선발은 5이닝을 버텨줬고 불펜에서 역전을 허용했죠. 문제는, 점수를 내준 투수들이 3년째 혹사를 당하고 있거나, 선발로 던지고 불펜 알바를 뛰었거나, 이번 주 4경기에 나와 공을 던진 선수들이라는 점입니다. 단 4개의 투구로 주자를 내보낸 심수창에게 서운한 기분이 들겠지만 올 시즌 불펜투수 중에서 WAR이 가장 높은 투수가 심수창이죠. 피로가 누적된 것이고, 피로도를 적당히 분산시켜주지 못한 덕아웃에서 책임을 져야 할 일입니다. 말하자면, 오늘 한화 선수들이 허접한 야구를 한 게 아니라 감독의 운용이 허접했습니다. (오늘 하루만 그랬다는 게 아니고 지난 2년 반동안 그랬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내일입니다. 정우람 말고는 누가 나와도 죄다 혹사고, 안영명 빼면 전부 연투죠. 상대 선발이 윤성환인데, 운 좋게 경기 초중반 팽팽하게 접전을 벌인다고 해도 중반 이후에 던질 투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부분은 삼성 불펜도 과부하가 걸렸다는 것인데, 역대급 승률로 꼴찌를 기록 중인 팀과 그렇게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죠.
더 큰 문제는 내일이 아니라 그 다음입니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102경기가 남았습니다. 그런데 선발로 잘 던진 투수 불펜에서 대기하고, 박정진 컨디션 나쁘니까 젊은 좌완은 3연투하고, 지는 경기에도 나와서 던지는 마무리는 연투하다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고 지는데 이런 상황이 다음주 된다고 갑자기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죠. 여름이 되면, 후반기가 되면 투수들은 더 퍼집니다. 이건 제 팬심의 저주가 아니라 야구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팩트입니다. 심지어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오승환-안지만-차우찬-권혁-최형우-박석민-채태인-나바로-박한이가 빠진 삼성입니다. 1할대 후반과 2할대 초반을 오가는 승률로 힘겹게 시즌을 치르는 팀이고 장필준-심창민 두 명 가지고 필승조를 운영하는 팀이죠. 게다가 1년차 신임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타자들이 8점 내주고 선발이 5이닝 버텨줬는데 역전 당해 지는건 누구 책임입니까. 박정진-송창식-권혁-심수창-정우람 가지고 불펜 운용했잖아요. 그런데 불펜이 없어요?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요.
5위랑 4게임차입니다. 그 게임차로 5위를 바짝 쫓고 있는 게 아니라 5위와 우리팀 사이에 SK와 롯데가 있습니다. 5연패 중인 막내구단 KT와 겨우 반게임차고 그 밑에는 역대급 전력 하락에 빠진 삼성 밖에 없죠. 감독은 현실성 없는 무리수 두면서 투수들 갉아먹지 말고, 그냥 가만히 앉아 연봉이나 받고 조용히 이 팀에서 나가기 바랍니다. 회복할 명예는 이미 남아있지 않지만 중도 사퇴할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그냥 돈이나 챙기고 임기 끝나면 옷 벗기 바랍니다. 더 이상 이 팀 망치지 말고 말입니다.
첫댓글 적극 동감합니다~
이글스 구단주님~ 이글스 사장님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5월이 가기전에 불펜을 모조리 작살내 놓는 김성근의 능력은 가히 야신의 경지입니다.
물론 3년동안 갈고 닦은 김성근의 능력이지만요.
이 사람은 지 명예가 중요하지 팀이 망가지던 말던 상관 안합니다 그저 어떻게 해서 이겨서 명장소리 듣고 싶어하지 선수들 나가떨어지는것은 걱정안하죠 김성근씨 지니간 자리에는 풀한포기 안 남는다던데 지금 현실로 다가온것 같습니다
이렇게 야구보기가 힘든건 처음이네요...ㅠ
동감합니다. 이런 막장 운영 이젠 그만보고 싶네요 ㅠ
야구팬도 탄핵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