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5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6-38
26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아침 6시. 뎅 ~뎅 ~ 뎅 ~
낮 12시. 뎅 ~뎅 ~ 뎅 ~
저녁 6시. 뎅 ~뎅 ~ 뎅 ~
어린시절 매일 이 시간이면 고향 영천성당 종탑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에 맞추어, 하던 일 멈추고 "삼종기도"를 바치던 기억이 난다.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오니,
성령으로 잉태하셨나이다."
성모송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주소서."
성모송
"이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저희 가운데 계시나이다."
성모송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기도합시다.
하느님, 천사의 아룀으로 성자께서 사람이 되심을 알았으니, 그의 고난과 십자가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은총을 저희에게 내리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영광송 세번.
이 삼종기도는 하느님의 이세상 구원의 역사 안에서 성모 마리아의 위대한 역할을 기념하는 찬미가다.
"삼종소리"가 너무나 신비로웠다. 꼭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서 들려주는 천상의 소리 같았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명동성당 "삼종소리"가 참 좋았다. 각박한 서울 삶의 활력소였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삼종소리가 "새마을 노래"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종치기가 금지되었다. 아마 나의 대학원 시절인 것 같다. 나의 삼종기도는 지하로 숨어들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종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바쁠 때는 빠뜨릴 때가 많아졌다. 그리고 나는 수도 없이 반성한다.
왜 "삼종소리"가 "소음"이 되어 버렸을까?
왜 "삼종기도"가 자꾸만 퇴색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왜 이리 여유도 낭만도 없이 살고있는 것일까?
"삼종소리"가 그립다.
밀레의 명화 '만종' 속의 저녁 삼종기도를 바치는 농부처럼 살고싶다.
박해를 피해 청도 깊은 산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신앙생활을 하던 구룡마을의 구룡공소의 그때 그시절 종탑이 너무 정겹고 아름답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3월 25일 "주님탄생예고대축일" 정오(한국시간 3월 25일 오후 8시) "삼종기도" 때 전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한 목소리로 코로나19 사태로 고통 중에 있는 이들과 가정들과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종사자들을 위해 "주님의 기도"를 바치자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2022년 오늘 3월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봉헌하신다고 합니다.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봉헌하시면서, 전쟁종식과 평화를 위해 전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한목소리로 봉헌장엄기도를 바치자고 제안하신다.
봉헌기도는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로마 시각 오후 5시(한국시각 26일 오전 1시)에 거행될 참회 예식 때에 있을 것인데, 봉헌 기도 자체는 오후 6시 30분(한국시각 26일 오전 2시 30분)경에 바치게 될 것이다.
교황님께서는 이 시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종식과 평화를 위해 전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한목소리로 아래에 제시한 '봉헌기도'를 바치자고 제안하신다.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바치는 봉헌기도
오 하느님의 어머니시며 저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이 고난의 시기에 저희가 당신께 의탁하나이다. 당신께서는 저희를 사랑하시고 저희를 아시는 어머니이시니, 저희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아시나이다. 자비로우신 어머니, 평화의 임금이신 예수님께 저희를 인도하시는 당신의 애틋한 사랑과 평화를 주시는 당신의 현존을 저희는 체험해 왔나이다.
그러나 저희는 평화로 가는 길을 잃었나이다. 저희는 지난 세기의 세계대전에서 수백만 명이 희생된 비극의 교훈을 잊었나이다. 저희는 국제공동체로서의 책임을 경시하고, 민족들의 평화에 대한 꿈과 젊은이들의 희망을 저버렸나이다. 저희는 탐욕에 빠졌고, 국가 이기주의에 갇혔으며, 무관심으로 메마르고 이기심으로 마비되었나이다. 저희는 공동의 집과 이웃의 수호자임을 잊었나이다. 하느님을 무시하고 거짓과 함께했으며, 폭력을 더하고 생명을 억압했으며, 무기 비축을 선호했나이다. 저희는 전쟁으로 땅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고, 서로 형제자매가 되기를 바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을 죄로 아프게 해 드렸나이다. 저희는 저희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와 모든 것에 무관심했나이다. 이제 부끄러워하며 아뢰오니, 주님, 저희를 용서하소서.
거룩하신 어머니, 죄의 비참함, 우리의 수고와 나약함, 알아듣기 힘든 악행과 전쟁의 부당함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저희를 버리지 않으시고 용서하시는 사랑으로 저희를 끊임없이 바라보시며 일으켜 주신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주소서. 당신을 저희에게 주시고 당신의 티 없으신 성심 안에 교회와 인류를 위한 피난처를 마련해 주신 분은 하느님이시옵니다. 당신께서는 거룩한 선의로 저희와 함께하시고 역사의 굴곡에서도 애틋한 마음으로 저희를 이끌어 주시나이다.
그러니 저희가 당신께 의탁하게 하소서. 당신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들인 저희를 끊임없이 회심으로 초대하시니, 저희가 당신 성심의 문을 두드리게 하소서. 이 어둠의 시대에 저희에게 오시어 도우시고 위로하소서.
저희 각자에게 말씀하소서. “내가 너의 어머니로 여기에 있지 않느냐?"
당신께서는 저희의 엉킨 마음과 시대의 매듭을 푸는 방법을 알고 계시나이다.
저희는 당신을 신뢰하나이다. 특별히 이 시련의 순간에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저버리지 않으시고 저희를 도우러 오실 것을 확신하나이다.
당신께서는 갈릴래아 카나에서 아드님이 개입하실 때를 앞당기시어 예수님의 첫 표징을 세상에 보여주게 하심으로써 그렇게 하셨나이다. 잔치가 비탄의 상황이 되어갈 무렵 당신께서는 아드님께 “포도주가 없구나”(요한 2,3) 하고 말씀하셨나이다. 오 어머니, 오늘날 희망의 포도주가 떨어졌고, 기쁨이 사라졌으며, 형제애가 약해졌다고 하느님께 다시 한번 말씀해 주소서. 저희는 인류애를 잃었고, 평화를 잃었나이다. 저희는 모든 것을 폭력과 파괴로 해결하려 하나이다. 저희는 어머니의 개입이 시급히 필요하나이다.
어머니, 저희의 이 간청을 들어주소서.
바다의 별이신 어머니, 저희가 전쟁의 풍랑 속에서 난파되지 않도록 하소서.
새 계약의 궤이신 어머니, 화해의 계획과 길에 영감을 주소서.
“천상의 땅”이신 어머니, 세상에 하느님의 화합을 주소서.
증오를 없애시고, 복수를 진정시키며, 용서를 가르쳐 주소서.
전쟁에서 우리를 해방시키시고, 핵위협에서 세상을 보호하소서.
묵주기도의 모후, 저희 안에 기도와 사랑의 필요를 일깨워 주소서.
인류 가족의 모후, 저희에게 형제애의 길을 보여주소서.
평화의 모후, 세계에 평화를 주소서.
오 어머니, 당신의 눈물이 저희의 굳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소서. 저희를 위해 흘리신 눈물이 증오로 말라버린 이곳을 흐르는 계곡이 되게하소서. 무기의 소음이 끊이지 않는 곳에서 어머니의 기도가 저희를 평화로 이끌게 하소서. 폭격의 피해로 고통받고 피란길에 오른 이들을 어머니의 손으로 감싸주소서. 집과 조국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을 어머니의 품 안에서 위로하소서. 어머니의 비통한 마음이 저희를 연민으로 인도하시어 저희
마음의 문을 열게 하시고, 상처 입고 거부당한 인류를 돌보게 하소서.
거룩하신 하느님의 어머니, 당신께서 십자가 아래에 서 계신 동안 예수님께서는 당신 곁에 있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하셨나이다.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저희 모두를 맡기신 다음 제자들에게, 곧 우리 각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 하고 말씀하셨나이다. 어머니, 이제 저희의 삶과 역사 안으로 당신을 모시길 바라나이다. 이때에, 지치고 혼란에 빠진 인류가 당신과 함께 십자가 아래에 있나이다. 어머니께 저희 자신을 의탁하며 어머니를 통하여 그리스도께 봉헌하나이다. 어머니, 당신을 사랑으로 공경하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러시아 국민을 당신께 의탁하나이다. 어머니의 성심은 그들을 위하여 그리고 전쟁과 굶주림, 불의와 고통으로 점철된 모든 민족을 위하여 뛰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저희의 어머니께 교회와 온 인류, 특별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장엄하게 의탁하고 봉헌하나이다. 저희가 신뢰와 사랑으로 행하는 이 봉헌을 받아들이시어 전쟁을 멈추게 하시고 세상에 평화를 주소서. 어머니의 성심에서 우러나온 ‘예, 그대로 이루어지소서(fiat)’의 말씀이 평화의 임금님께 역사의 문을 열었나이다. 저희는 다시 한번 어머니의 성심으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는 온 인류 가족의 미래, 민족들의 필요와 기대, 세상의 불안과 희망을 어머니께 봉헌하나이다.
어머니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비가 땅에 쏟아지고 감미로운 평화가 저희의 일상에서 약동하게 하소서. 성령께서 임하신 날 ‘예’ 하고 응답하신 성모님, 저희에게 하느님의 화합을 주소서. ‘희망의 샘’이신 어머니, 저희의 메마른 마음을 적셔주소서. 당신께서는 예수님의 인성을 엮어 내셨으니 저희를 친교의 장인으로 만드소서. 당신께서는 저희의 길을 걸으셨으니 저희를 평화의 길로 인도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