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입나,못입나.이종범(31)이 지난 20일 기아과 입단계약을 해놓고도 곧바로 붉은색 유니폼을 입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어차피 해태는 기아로 넘어갈 것이기때문에 그는 기아와 계약이 끝난 뒤 해태의 유니폼을 입고 다른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적당했다.
그러나 이종범은 지난 23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선수단과의 합동훈련 때 해태의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일본 주니치시절 입었던 백넘버 7번이 아로새겨진 티셔츠만을 달랑 입었다.
지난달 20일 한국에 돌아온 뒤 줄곧 입었던 옷이었다.그는 현재 엄연히 기아소속이다.해태와 계약한 해태의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호랑이 유니폼을 입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가 호랑이 유니폼을 입고 단 한경기라도 뛸 수 있을지 여부는 그를아끼는 호남 팬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관심사다.해태가 기아에 인수되기전에 단 한 번이라도 황금시절 해태를 상징하는 호랑이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그가 해태 유니폼을 입기 위해서는 단 한가지 방법이 있다.기아가 계약금을대신 지급하는 편법을 써 이종범과 해태가 임시계약을 맺게 하는 것.
해태는 총 3부가 작성되는 계약서(선수와 구단이 나머지 한 장씩 나눠갖는다)중 한 부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접수하고 곧바로 KBO는 이를 공시하면복귀절차가 끝난다.
지난 97년을 끝으로 해태가 KBO에 공시한 임의탈퇴가 자동적으로 해제되는수순이다.그 경우 이종범은 해태선수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기아는 굳이 그런 편법을 써가며 무리하게 이종범에게 해태 유니폼을입힐 의사가 없다.기아는 이달 말 정식으로 있을 타이거즈 인수계약을 마치고 KBO의 회원사로 가입한 뒤 직접 이종범의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할 방침이다.
새달 1일 출범과 함께 경기에 투입해 새로운 팀의 참신한 ‘간판’으로 내세우겠다는 계산이 서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종범이 해태 팬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호랑이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종범의 속내다.그동안 마음고생을 시켰고 제대로 대우조차 해주지 않았던 해태 유니폼을 다시는 거들떠 보기도 싫다는 듯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위로부터 몇차례 해태 유니폼 입기와 관련해 조언을 들었을 때도 몸이 아직 덜 됐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다.해태의 장비창고에 보관된 7번 등번호가 아로새겨진 붉은 색의 해태 유니폼은 이대로 사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