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30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1-4
1 예수님께서 산에서 내려오시자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랐다.
2 그때에 어떤 나병 환자가 다가와 예수님께 엎드려 절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3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그러자 곧 그의 나병이 깨끗이 나았다.
4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요즘 화요일 수요일이 기다려진다. 우리 밥집 근처 요양원 아침미사를 마치고 들른 검은 수단 입은, 늘 행복한 이웃 원로 사제와 아침부터 시끌벅적한 단골식당에서 콩나물국밥을 먹는 날이다. 옛날 시골 대가족 우리집 아침식사 분위기라 참 좋다. 마음씨 좋은 주인 아줌마와 조선족 아주머니가 엄마와 고모같다. '돈까밀로와 뻬뽀네'의 돈까밀로 시골본당 사제같은 우리 신부님, 다들 신나게 사는 모습이 너무 좋다.
산 위에서, 하늘 나라의 참된 행복을 선포하시고 가르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지상에서 당신과 더불어 시작된 하늘 나라, 메시아 시대의 표지들을 하나하나 보여주신다. 그 첫번째 표지가 나병환자의 치유기적이다. 이 표지로 예수님께서는 메시아로서 치유의 권한을 지녔음을 보여주신다. 그리고 나병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격리되고 소외된 나환자가 다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옴으로써, 평화와 기쁨의 메시아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신다. 당신이 바로 모세와 예언자들이 예언한 메시아이심을 치유기적의 증거로 보여주신다.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사람들, 노숙인들, 알코올 의존자들, 병자들, 노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하는 것에 대해서 못마땅해 하며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다. 가능성도 없고 '기생충'처럼 사는 사람들에게 무엇하러 이렇게 하는냐는 것이다. 하고 싶으면 가능성 있는 사람들에게나 하라는 것이다. 이 말은 문제없는 세상을 위해 이런 가능성 없는 문제아, 기생충들은 빨리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정말 끔찍한 말이다. 크게 착각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죄인인 것은 맞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보여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는 바로 이 사람들, 죄인들을 위한 것이다. '성체성사가 잘난 사람에게 주는 보상이 아니라, 아프고 소외된 이들에게 주는 영약이듯이.'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 2,17//). '부자와 라자로 비유'(루카 16,19-31)가 보여주듯이 부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하느님을 만날 수 없다. 이사야가 예언하고(이사 11장. 참조) 예수님께서 메시아로서 직접 보여주시는 메시아 시대는 이 죄인들, 병자들, 소외된 이들, 배고픈 사람들이 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이사 11,6). 메시아 시대는 늑대를 새끼 양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함께 사는 것이다. 더불어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것이다. 공감과 연대와 나눔으로 함께 길을 걸으며 동반하며 주님을 찬미하며 기쁘게 신나게 사는 것이다. 좋은 이웃 고마운 마음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단골 콩나물국밥집 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