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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쓴풀 보러 가다 – 각흘산,명성산
1. 앞은 억새밭, 왼쪽부터 여우봉, 사향산, 관음산(오른쪽 뒤)
명성산은 한북정맥(광주산맥)상의 광덕산에서 서쪽으로 갈라진 지맥(명성지맥)이 자등현을 넘고 각흘산에 이어
솟구친 산이며, 여맥은 사향산 ㆍ 관음산 ㆍ 불무산 ㆍ 보장산으로 이어 내리다 한탄강에 가라앉는다.
등룡폭포 동편 억새밭 입구에서 정상 직전 910m봉까지는 대부분 억새길로 이어진다.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 서면
철원평야와 동송 ㆍ 갈말 ㆍ 한탄강이 시원하게 펼쳐 보이고, 광덕산 ㆍ 각흘산 ㆍ 명성산으로 이어진 산길이 실낱
같다.
능선 중 정상 서편 870m봉에서 830m봉 구간은 암릉으로 스릴 있게 이어지는데, 그 초입 약 30m의 바위 꼭대기에
소쿠리같이 움푹 파인 곳이 있는데 궁예가 누웠던 자리(침전바위)라는 속설도 있다.
―― 김형수, 『韓國400山行記』 ‘각흘산(角屹山) 838.2m’ 개관에서
▶ 산행일시 : 2024년 10월 12일(토), 하루 종일 안개로 시계는 흐림
▶ 산행코스 : 자등리,김가농장 입구,697m봉,대득지맥 813m봉,각흘산,약사령,명성산,삼각봉,팔각정,억새밭,
666m봉,등룡폭포,산정호수 상동주차장
▶ 산행거리 : 도상 17.5km
▶ 산행시간 : 8시간 25분(07 : 53 ~ 16 : 18)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자등리 경유 와수리 가는 시외버스 타고 자등리에서 내림
▶ 올 때 : 산정호수 상동주차장에서 도봉산역환승센터 가는 1386번 버스 타고, 운천터미널(영북농협)에서
동서울 가는 버스로 환승하여 동서울터미널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20 – 동서울터미널
07 : 53 – 자등리 버스정류장, 산행시작
08 : 13 – 김가농장 입구
08 : 45 – 691m봉
09 : 05 – 787m봉
09 : 14 – 대득지맥 813m봉
09 : 23 – 816m봉
09 : 42 – 석이바위
09 : 53 – 각흘산(角屹山, △838.2m), 휴식( ~ 10 : 10)
10 : 25 – 760m봉, 각흘산 350m, 등산로 입구 1.4km
10 : 54 – 716m봉, 전망바위
11 : 07 – 약사령(藥寺嶺, 535m), 휴식( ~ 11 : 18)
11 : 48 – 707m봉, 헬기장
12 : 11 – 724m봉, 약사령 1.1km, 명성산 정상 1.5km, 용화저수지 2.8km
13 : 22 – 명성산(鳴聲山, △923m), 점심( ~ 13 : 42)
13 : 54 – 삼각봉(906m)
14 : 47 – 억새밭
15 : 09 – 666m봉
15 : 38 – 등룡폭포
16 : 18 – 산정호수 상동주차장, 산행종료, 1386번 버스 출발(16 : 45)
17 : 00 – 운천터미널(영북농협), 동서울 버스 환승(17 : 30)
19 : 09 – 동서울터미널
2. 각흘산, 명성산 산행지도(갈말, 1/50,000)
▶ 각흘산(角屹山, △838.2m)
너도나도 설악산을 간다 하니 나도 가고 싶지만, 이번 주에 명성산의 자주쓴풀을 보지 않으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일어 명성산을 간다. 꼭 작년 이맘때 생각지도 못했던 자주쓴풀을 처음 본 감동을 또 느
껴보고 싶었다. 아울러 명성산에서 조망했던 첩첩 산들이 눈에 선하기도 하다. 이번에는 각흘산 들머리를 자등현이
아닌 자등현에서 2.5km를 내려간 자등리 버스정류장으로 정한다. 이곳은 성지사(구 원아사)를 거쳐 상해봉을 오르
는 들머리이기도 하여 예전에 두어 번 왔었다.
이번 주말도 지난 주말처럼 여태 쾌청하던 날씨가 불안하다. 이른 아침 차창 밖 일출이 흐지부지하더니 서파 지나자
안개가 자욱하여 가시거리가 불과 10m 내외다. 이동을 지나자 미적거리며 걷히기 시작한다. 운이 좋다면 산정에 올
라 만학을 채운 운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나처럼 남자 등산객 한 분이 자등리에서 내린다. 반갑기도 하여 내 먼저 말을 걸었다. 각흘산을 넘어 명성산을 간다
고 한다. 나와 같은 산행코스를 간다.
산꾼은 서로 몇 마디만 나누어 보아도 그 사람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등산객은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겨울이면 도드라진 민둥한 능선에 깔린 흰 눈이 가경이고, 가을철이면 억새도 장관이지만 길섶에 핀 용담과 자주쓴
풀 등 야생화에 눈길이 더 간다고 한다. 자주쓴풀을 알다니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다. 나는 이곳에서 상해봉을 올랐
지만 각흘산을 오르기는 처음이라고 하니 김가농장 입구에 등로가 있다며 서둘러 간다. 나는 부지런히 그 뒤를 쫒는다.
자등리 버스정류장에서 김가농장 입구는 버스로 온 길을 거슬러 가야 한다. 약간 오르막이다. 도로 주변은 안개로
어스레하여 살풍경하다. 잰걸음 한다. 장명동 금강로 아래 굴다리 지나고 산자락 돌아들면 김가농장 가축방역 안내
문이 나오고, 등로는 그 오른쪽 사면으로 났다. 자등리 버스정류장에서 여기까지 거리는 1.4km인데 20분이 걸린다.
안내문에 김가농장은 HACCP SYSTEM(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니 방문자는 몇 가지 사항을 반드
시 준수하시라고 한다.
HACCP SYSTEM(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이 낯설어 찾아보았다. 풀어쓰면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 System이다. 즉, 식품생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식별하고 통제함으로써,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체계를 말한다. 그럼으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국제적으
로 인정받는 식품안전관리기준이라고 한다. 요컨대 가축에 질병전염 우려가 있으니 아무나 함부로 방문하지 말아달
라는 주문이다.
멀찍이서 등로를 안내해 준(?) 그 등산객은 산에 들자마자 나는 듯 가더니 금세 보이지 않게 사라지고 말았다. 이게
서로에게 편하다. 각자 자기 걸음으로 가는 것이 좋다. 오늘 산행이 끝날 때까지 그 등산객을 보지 못했다. 나로서는
처음 가는 길이지만 오룩스 맵이 아름답게 금 그어 표시하고 있으니 아무런 염려가 없다. 적막한 숲길이다. 혹시
노루궁뎅이버섯이 있을까 하고 등로 주변의 참나무를 살피다가 이내 내 복을 탓하며 그만 둔다.
봉봉을 오르내린다. 길게 오르다 짧게 내리고 다시 길게 오르기를 반복한다. 외길이다. 이만하면 등로는 잘 났다.
이러다 주릉에 오르면 과연 어떤 조망이 펼쳐질까 마음 졸이며 간다. 한바탕 가파르게 공제선을 오르면 697m봉이
다. 좀 더 살 붙은 능선이다. 나침반 꺼내 방향 확인하고 서진한다. 오르고 내림의 폭이 아까보다 더 크다. 밧줄 달린
슬랩을 연속해서 오른다. 직벽도 나온다. 밧줄이 없다면 제법 짜릿할 뻔했다.
3. 상해봉과 광덕산(오른쪽), 맨 왼쪽 뒤는 회목봉
4. 대득지맥 813m봉에서 바라본 각흘산
5. 오른쪽 대득지맥 태화산(794m), 왼쪽은 악희봉(689m)
6. 멀리 가운데 흐릿한 산은 국망봉
7. 각흘산
8. 멀리 가운데 흐릿한 산은 화악산
9. 약사령, 깊은 협곡이다
10. 산부추
787m봉은 넙데데한 초원이다. 풀숲 누벼 등로 찾는다. 한 차례 뚝 떨어졌다가 가파른 잣나무 숲길 냅다 오르면
대득지맥 813m봉이다. 비로소 하늘이 열린다. 울근불근한 남쪽 능선 따라 각흘산은 명료한데 골 건너 동쪽 광덕산
연릉은 안개가 아직 풀리지 않아 실루엣으로 보인다. 풀숲 헤친다. 풀숲은 허리께까지 찬다. 풀숲은 비 온 듯 밤이슬
에 담뿍 젖었다. 풀숲 이슬을 헤치는 팔이 시원하다. 풀숲에 돌연히 얼굴 바짝 쳐든 용담이 곱디곱다.
816m봉 암봉은 시루떡바위인가 보다. 그렇게 생겼다. 오른다. 응봉, 화악산, 국망봉, 각흘산, 사향산, 관음산, 명성
산이 병풍처럼 둘렀다. 한편, 미국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지막 장면인 트랩 가족이 알프스산맥을 가
는 그런 풍경을 연상케 한다. 걸음걸음이 알뜰하다. 안부로 내렸다가 맞닥뜨린 높다란 암벽이 석이(石耳)바위이다.
석이가 다닥다닥 자생한다고 한다. 오르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가는 밧줄이 달려 있다. 튼튼한지 잡아당겨 확인
하고 붙잡는다.
암봉인 810m봉도 들렀다가 완만한 오르막 풀숲 헤치면 자등현에서 오는 명성지맥과 만나고 곧 각흘산 정상이다.
철원군에 세운 정상 표지목 아래 설치한 삼각점은 ‘갈말 311, 2007 재설’이다. 배낭 벗어놓고 첫 휴식한다. 흐릿할망
정 건너편 한북정맥 연릉 연봉을 안주 삼아 탁주 독작한다.
산은 종종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내가 소홀히 했던 또는 알지 못했던 풍치를 깨닫게 된다. 각흘산 또한 그렇다.
“정상 암봉에 서면 사방이 막힘없이 트이고, 북쪽으로는 철원평야와 개성 송악산이 아물거린다. 능선에는 진달래가
많으나 소나무가 별로 없고 억새밭이 군데군데 있으며, 정상에서 북쪽 석이바위의 암릉지대를 내려선 안부에서
809m봉 직전까지의 서편 능선은 벌목으로 말등 같이 매끈한 능선에 거암이 드문드문 솟아 광야의 능선을 연상케
하는 이색지대다.”(김형수, 『韓國400山行記』 ‘각흘산(角屹山) 838.2m’ 개관)
▶ 명성산(鳴聲山, △923m)
명성산을 향한다. 각흘산을 남서진하는 능선 길은 방금 전에 북쪽에서 오던 능선 길과는 사뭇 다르다. 풀숲 아닌
들쭉날쭉한 바위 섞인 가파른 마사토 흙길이다. 핸드레일 붙든다. 주춤주춤 길게 내렸다가 안부 지나 흙길 약간
오르면 763m봉이다. 여기서 뒤돌아보는 각흘산이 아주 멋지다. 하얀 흙길과 연이은 바위지대를 지나 우뚝 솟았다.
아마 각흘산의 대표적인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 옆 0.2km 떨어진 헬기장에 들른다. 그길 풀숲에서 용담을 볼 수 있
어서다. 내가 오기를 기다린 듯 길게 목 빼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지용 철문을 열고 하늘 가린 숲속 길을 간다. 평탄하게 지나다 765m봉을 넘고는 급박하게
내린다. 오른쪽 골짜기에서 수런거리는 사람들 말소리가 들린다. 버섯꾼들일 것. 내가 괜히 좌우 사면의 참나무들을
사열하며 훑어본다. 골로 갈 듯이 길게 내렸다가 반등하여 오른 등로 살짝 벗어난 716m봉은 깊은 절벽 위 전망바위
다. 시계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응봉, 화악산, 국망봉 연릉이 옅은 안개로 여전히 실루엣으로만 보인다.
716m봉에서 길게 내리면 바닥 친 안부인 약사령이다. 약사령은 임도가 지나는 깊은 협곡이기도 하다. 유사시 대전
차 장애물로 임도 양쪽 군데군데에 커다란 돌을 두세 개씩 포개어 놓았다. 약사령에서 707m봉 헬기장까지 오르막
0.7km가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아찔한 절벽 사면을 트래버스 하기 세 차례 그리고 밧줄 붙들고도 숨
가쁘게 기어오른다. 707m봉 헬기장을 지나면 여태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억새밭 지나며 첩첩 산 조망을 한다.
길섶에는 풀꽃들의 경염이 한창이다.
11. 용담
13. 자주쓴풀
20. 용담
21. 자주쓴풀
그중 주연은 자주쓴풀과 용담이고, 조연은 구절초, 쑥부쟁이, 미역취, 짚신나물 등이고, 산부추는 불꽃놀이를 연출
한다. 자주쓴풀과 용담을 보려고 굳이 풀숲을 살필 필요가 없다. 이들은 햇볕이 잘 드는 길섶에 터전을 삼는다. 이들
의 개체수가 작년보다 훨씬 많이 눈에 띈다. 자주쓴풀은 월년(越年) 두해살이풀(올해 싹이 트면 그대로 해를 넘기고
내년에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후 말라 죽는 풀)로 전국 산야에서 자란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나는 이곳
명성산에서만 본다.
이들과 눈 맞춤하느라 삼보일배 아닌 일보삼배하며 간다. 이때가 나로서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이들이 좀 뜸해질
때야 허리 펴고 걷는다. 그런데 손이 허전하다. 스틱을 어디선가 흘리고 왔다. 풀꽃들을 엎드려 들여다보느라 다른
정신은 없었다. 뒤돌아 찾으러간다. 중형카메라 든 등산객과 마주친다. 혹시 오시다가 스틱 한 개를 보셨느냐고 묻
자, 724m봉 아래 용화저수지 갈림길 길옆에 놓여 있기에 이정표 곁에 세워놓고 왔다고 한다.
그새 멀리도 와버렸다. 0.6km. 세 명의 젊은 등산객들과 만난다. 또 다시 스틱을 보셨느냐고 묻자, 저 아래 이정표
곁에 세워 있더라고 한다. 그랬다. 고마운 분들이다. 스틱 끈으로 손목을 둘러 잡고 풀꽃들과 눈 맞춤을 계속한다.
내 스틱을 이정표 곁에 세워 놓았다는 중형카메라 든 등산객과 다시 만났다. 이곳 풀꽃들에 대해 여러 얘기를 나누
었다. 수년전에 여기던가 저기던가 물매화도 보았다고 한다. 가을이면 매년 이곳을 오는데 근년에는 물매화를 볼 수
없더라고 한다.
물매화 또한 용담이나 자주쓴풀처럼 길섶 양지쪽에 산다. 풀숲을 헤칠 필요가 없다. 용화저수지 쪽에서 왔다는 그는
그쪽으로 갈 것이라며 나더러 삼각봉 가는 길에 물매화가 있는지 잘 살피시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두 눈에 힘을 주
지만 빈 눈이다. 억새밭과 명성산을 오가는 등산객들이 꽤 많다. 주로 단체등산객들이다. 삼각봉 갈림길에서 명성산
정상 가는 길 0.3km에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오르막 등로 옆 바위마다 경점이다. 농담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첩첩
산이 가경이다.
명성산 정상. 정상 표지석은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섰다. 정상 표지석 바로 뒤쪽에 벤치가 놓인 쉼터에서
늦은 점심밥 먹는다. 이번에는 궁예봉을 들르지 않기로 한다. 거기라고 여기에서 못 보는 경치를 볼 수 있는 것도 아
니다. 갈까 말까 했던 큰 마음고생 던다. 삼각봉은 철원군과 포천시의 경계이지만 명성산은 온전히 철원군의 영역이
다. 궁예가 철원에 도읍을 정하고 통치하던 중 918년에 부하였던 왕건에게 쫓겨 이 산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이다 중
과부적으로 전의를 상실하고 통곡하였다고 한다.
조선 후기 양명학자인 수산 이종휘(修山 李種徽, 1731~1797)의 「철원회고(鐵原懷古)」가 가을이라 더 슬프다.
다음은 그의 시 2수 중 제1수다.
弓王亦自霸王才 궁예왕은 스스로 패왕의 재능이라 여겨
天府東州力刱開 기름진 동주에 힘써 나라를 세웠네
掌㨾野圓渾氣勢 손바닥 같은 들은 둥글어 기세를 섞고
衣襟山遶似隍臺 옷깃처럼 산은 둘러싸니 황대와 같네
中原地入襄樊濶 중원 땅 양번으로 들어가니 넓고
東國天排閫閾來 동국의 하늘 곤역에 밀치네
先據險要何所益 험한 요새 먼저 차지하는 게 무슨 이익이랴
古城惟有鳥呼哀 옛 성엔 슬피 우는 새소리만 있네
주1) 황대는 누대(樓臺)와 성 밖으로 물을 둘러친 해자(垓字).
주2) 양번은 옛날 주나라 서울 안의 읍 이름. 주 양왕(襄王) 때 그 땅을 진(晉) 문공(文公)에게 하사하고 이름을 양번
(襄樊)이라 하였다.
주3) 곤역은 도(道)의 문호(門戶)라는 말이며 어떤 방면의 최고의 경지를 이름
22. 자주쓴풀
25. 용담
27. 왼쪽이 궁예봉
28. 왼쪽 맨 앞이 삼각봉
29. 앞 왼쪽은 893m봉, 그 뒤 가운데가 관음산
30. 왼쪽 뒤가 관음산
31. 왼쪽은 불무산(663m), 멀리 오른쪽은 은장산(454m)
억새밭을 향한다. 봉봉이 경점이려니 봉봉마다 오른다. 몇 번을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경치다. 억새밭 가는 길에도
용담과 자주쓴풀이 드물게나마 보인다. 억새밭이다. 아울러 등룡폭포도 보려고 억새밭 데크로드를 내린다. 포천시
는 어제 10월 11일부터 27일까지 억새축제를 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억새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 억새는
순광보다는 역광으로 보아야 더 장관이다. 그 은빛 물결이라니. 눈부시다.
억새밭 남쪽 산릉으로 간다. 등로는 야자매트를 깔고 곳곳에 쉼터로 평상과 벤치를 놓았다. 이정표는 666m봉에서
북쪽 계곡으로 내려 명성산샘물을 지나 계곡 길로 크게 돌아내리도록 안내하며, 남릉은 ‘등로 없음’이라 한다. 그렇
지만 오룩스 맵은 명성지맥 길이라 표시하고 있다. 오룩스 맵 따른다. 이정표가 맞았다. 얼마 안 가서 아무런 흔적이
없는 잡목 숲속 너덜이다. 절벽에 막히면 사면 길게 돌아내리고, 성긴 잡목 골라 조심스레 너덜을 내린다.
오지를 만들어 내린다. 이윽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널찍한 등로와 만나니 등룡폭포가 위쪽에 있는지 아래쪽에 있
는지 모르겠다. 물어 간다. 아래쪽에 있다고 한다. 가깝다. 등룡폭포 물소리가 장중하지 않고 야발스럽더니 물줄기
가 엷다. 관폭대 내려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아도 그렇다. 더구나 햇빛을 정면으로 받으니 사진은 도무지 볼품이
없다. 계류는 여느 때처럼 탁하고, 비선폭포도 시시하다. 억새축제 무대는 산정호수 근처인가 보다. 시끌벅적한
확성기 소리가 왕왕 들리고, 상동주차장은 만차이고, 1376번 도봉산역환승버스는 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섰다.
서울 가는 길. 버스기사님은 도로가 무척 막힌다며 19시 정도나 되어야 도봉산역에 도착할 거라고 한다. 나는 운천
터미널(영북농협)에서 동서울 가는 무정차 버스로 환승한다. 운천에서 포천 가는 길이 차량들로 빡빡하다.
이럴 때 엊그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다시금 떠올린다. 내 생전에 이런 경사를 맞이할 줄이야.
생각할 때마다 기분이 아주 좋다.
나도 그의 시 「편지」한 대목을 음미해 본다. 눈이 눈이 아니라 시대의 무도함 또는 암울함으로 읽힌다.
(…)
누가 감히 말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이 눈이 멈춘다고 멈추고 만다고··· 천지에, 퍼붓는 이··· 폭설이, 보이지 않아?
휘어져 부러지는 솔가지들,··· 퇴색한 저 암록빛이, 이, 이, 바람가운데, 기댈 벽 하나 없는 가운데, 아아··· 나아갈
길조차 묻혀버린 곳, 이곳 말이야···
그래 지낼 만하신지 아직도 삶은
또아리튼 협곡인지 당신의 노래는
아직도 허물리는 곤두박질인지
당신을 보고난 밤이면 새도록 등이 시려워
가슴 타는 꿈 속에
어둠은 빛이 되고
부셔 눈 못 뜰 빛이 되고
흉몽처럼 눈 멀어 서리치던 새벽
동 트는 창문빛까지 아팠었지요.
(…)
32. 멀리 가운데가 관음산
33. 맨 왼쪽이 궁예봉
34. 멀리 가운데가 왕방산과 국사봉(오른쪽)
35. 산정호수, 그 오른쪽은 망무봉, 멀리 가운데는 불무산
36. 중간은 대유몽베르컨트리클럽, 왼쪽 멀리는 불무산
37. 앞은 억새밭, 왼쪽부터 여우봉, 사향산, 관음산
38. 앞은 망무봉, 그 뒤 가운데는 불무산
39. 억새밭, 10월 11일부터 27일까지 억새축제 기간이다
첫댓글 늘 구경합니다. 그리고 공부합니다. 하면서 존경스럽습니다.
"자주쓴풀" 이름이 이뻐요.
찾아보니 용담과 식물이네요.
맛이 쓴 식물은 일반적으로 소염작용을 합니다. 마치 소염제인 마이신 약이 매우 쓴맛이 있듯이,
또한 쓴맛은 肝 膽에 작용합니다, 그래서 담즙이 쓰나봐요.
대표적인 처방이 용담사간탕(여성 질염등 치료)이 있습니다. 용담초를 주약으로 하여 간에 염증등을 치료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니 그런가 봅니다.
자주쓴풀이 용담과라고 하니 같은 효능이 있나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