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春맞이 겨울바다 나들이’(하나)
속초근교 맛깔 집 곁들여~~~.
동짓달 한 달 꼬박 집에서 갇혀 지냈다.
섣달도 원행은 할 수 없다.
우리 집 선조들께서 모두 겨울철 세상 떠나셨다.
증조모님 기제일이 5월 열이렛날일 뿐이다.
올해(음력 병술 년)는 윤달 탓으로 대설(大雪) 접어들면서 기제사가 시작됐다.
동짓달 초이렛날이 증조부님 기일이다.
또 두 분 숙모님의 제일도 동짓달이다.
섣달 초이레는 아버님 기제일이다.
섣달 보름은 할머님, 열아흐렌 종형 기제일, 그리곤 설이다.
동지(冬至) · 소한(小寒) · 대한(大寒) 기간의 원행이란 언감생심이다.
작은댁 숙부님 · 숙모님과 종형 · 종제 기제일도 참례를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맏집 큰형이니깐.
겨우내 떠돌고 싶은 마음 꿈틀거렸다.
친구까지 성화가 대단하다.
내 여정도반 홍기익 사장은 지난달 20일 두 번째 아프리카 여행에 “동행 약속 안 지킨다.”고 크게 삐치고 떠났다.(날짜를 일방적으로 정했기에.)
“살날 얼마 남았다고 늘 제사타령이냐?”면서 “아들에게 넘겨주고 같이 떠나자.”고 졸랐다.
뿐인가? 졸작 ‘문화유산 속의 큰 인물들’이란 책 발문(‘동침 도반 최영일의 답사기에 부쳐’) 써준 수필가 구활(전 매일신문 논설위원)은 ‘봄맞이 겨울바다 여행’을 떠나자고 수차 졸라댔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떠날 순 없었다.
어렵게 처음 잡은 일정은 사정상 취소됐다.
두 번째 날짜 다시 잡았다.
바로 섣달 열 하룻날(양력 1월 29일)이다.
조모님 기제일인 2월 2일엔 일찍 귀가하는 일정을 짰다.
장소는 속초 근교로 정했다.
동행할 구활 위원의 친구 정원덕 사장(스쿠버다이빙 전문가)이 이곳과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셋은 각각 준비물을 나눴다.
정원덕 사장은 그곳에서의 숙식과 나들이 코스를, 구활 위원은 횟감장만 모든 준비물을, 난 자동차를, 이렇게 분담했다.
몇 가지 밑반찬과 술은 필수품이니깐.
29일 오전 9시 약속장소에 모였다.
짐 싣고 출발이다.
대구란 곳은 눈이 귀하기에 자동차체인이 거의 필요 없다.
“동해안에 29일 밤과 30일 오전에 큰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나왔다.
자동차 체인은 내가 챙길 몫이다.
체인이 있을 리 만무다.
자동차부품 가게 거리를 찾아 체인을 구입했다.
공동경비에서 지출됐다.
둘에게 미안한 마음 컸다.
중앙고속도로를 탔다. 치악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치악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어 횡계IC에서 내렸다.
그곳엔 지난 밤 눈이 많이 내렸나 보다.
눈을 뒤집어쓴 도로변 야산의 소나무는 가지가 휘었다.
횡계리엔 제설차가 지나다녔다.
눈 치우지 않은 곳은 발목이 잠겼다.
흰색의 풍력발전기도 백설 속이라 제 모습을 얼른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눈 덮인 영동고속도로 횡계IC 부근 설경.)
(평창군 도암면 횡계10리 상가와 그 주변. 뒷골목엔 아직 눈을 치우지 못했다.)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도 흰 색이라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달리는 차에서 찍어 사진이 흔들렸다.)
온통 은빛 일색이다.
남녘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장관이다.
이 눈 구경만으로도 이번 여정의 목적 반은 이미 채운 셈이다.
낮 12시 50분, 꼭 점심때다.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엔 30년 전통의 오징어 불고기집이 있단다.
납작(納爵)식당이다.
2층 계단을 올라야했다.
생 오징어에 갖은 양념을 해 불판에 굽는 전문식당이다.
오징어구이 2인분과 황태구이 2인분을 주문했다.
구 위원과 정 사장은 미식가로 이름난 분이다.
맛있는 음식 찾아 떠돌 때가 많다.
이 납작식당도 정 사장의 기억메모리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곳임은 말할 것도 없다.
식당 시설은 너무 낡았다.
오징어 양념구이는 별미다.
“장맛 보담 툭수바리(질그릇 종류의 하나) 맛이 났다.”는 경상도 사투리가 꼭 어울렸다.
포도주 한 병을 꺼냈다.(주인에게 양해 얻었음은 물론이고.)
오징어 구이 양념과 앙상블을 이뤄 더욱 발그스레해진 포도주 잔을 부딪쳤다.
“야! 이 맛이야!!!!!!!!!!”를 외치면서.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으니 주인은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음식 서빙은 예쁜 아르바이트 소녀 두 명이 했다.
“왜 이름이 ‘납작식당’이냐?”고 물었으나 그 내력 알 턱이 없다.
맛있게 먹곤 두 아가씨에게 ‘아이스크림 사먹으라’면서 얼마의 팁을 건넸다.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아마 팁도 팁 같잖은 것을, 아니 이런 인정 받아보긴 처음인 모양이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 잊지 않았다.
조금 뒤가 켕겼다.
동해안 쪽으로 갈수록 쌓인 눈은 귀했다.
아랫녘보담 차가운 바람만 스쳐갔다.
숙박 장소는 속초 근교 ‘청간정콘도’다.
군(軍)시설이다.
(콘도에서 본 동해의 푸른바다.)
(우리 일행이 사흘간 묵었던 '청간정' 콘도.)
비수기라선지 몰라도 엄청 샀다.
27평형 일박비용이 부가세 포함 3만 3천원이다.
지하엔 목욕탕· 당구장· 게임장· PX 등이, 맨 꼭대기 6층엔 스카이라운지가 자리했다.
물론 현역군인들이 파견돼 운영했다.
1층엔 프론트와 커피숍, 식당이다.
이 콘도는 부근에서 풍광이 가장 뛰어난 곳에 자리했다.
금모래사장이 딸린 이곳은 해변에서 돌출된 곳이다.
바다가 보이는 룸에서는 왼쪽으로는 북녘 해금강이 보이는 듯했고, 오른쪽은 아랫녘 동해가 푸르게 펼쳐졌다.
막힌 속이 한꺼번에 확 뚫렸다.
이 콘도에서 500여m 북쪽으로 올라가면 ‘고성8경’의 하나인 ‘청간정(淸澗亭 :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이 동해 바다 조망이 뛰어난 조그마한 야산에 용트림하고 있다.
아야진(我也津)항을 거쳐 백도(白島)포구로 달린다.
포구를 돌아 나오면 백도해수욕장도 있다.
백도포구(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그곳엔 정 사장과 인연 깊은 분이 양식 가리비를 판매하는‘백도수산’을 경영했다.
그 분 이름이 북의 괴수와 같은 김정일(金正一)사장이다.
(양식 가리비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백도수산' 영업장.)
그 분의 어머님께 저녁 먹을거리를 건네받았다.
김정일 사장은 대구출신이다.
김 사장의 형이 정 사장과 오랫동안 스쿠버를 해온 분이란다.
연전에 정 사장은 그 김 사장 형과 함께 이곳에 들려 며칠간 쉬어간적이 있다고 했다.
‘청간정콘도’도 김 사장이 예약을 해줬다.
콘도로 돌아와 먹을거리 장만으로 부산을 떤다.
요리사는 물론 구활 위원이고, 정 사장은 보조역할을 했다.
우선 가리비와 털 게를 살짝 삶았다.
털게는 고급어종이라 현지에서 kg당 5만원이라고 했다.
이를 삶는 동안 바다에서 건저 온 자연산 우렁쉥이를 횟감으로 칼질해 내어놓았다.
(저 우렁쉥이의 회 빛깔을 보라~~~. 빛깔의 신묘한 조화가 아닐까?)
(자연산 우렁쉥이. 우렁쉥이도 종류가 여러 종인가 보다.)
요리사 구활은 회를 치는 칼만도 네 자루를 준비해왔다.
그동안 난 와사비와 술을 꺼냈다.
술은 맥주와 양주 두 종류다. 스카치와 코냑.
(우렁쉥이 회를 놓고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 이미 폭탄주가 돌아갔구나~~~. ^.^ ^.^)
(삶아낸 가리비를 두 동강 내어 도마에 얹었다. 또 삶아낸 털게들 보곤 감탄사를 연발했다.)
코냑으로 잔 채웠다.
우선 자연산 우렁쉥이 회 한 점씩 맛봤다.
그야말로 일품이다.
약간은 쌉쌀하면서 향긋한 냄새가 입 안 가득 퍼지면서 코끝까지 싸~~~ 아하게 전해왔다.
졸깃졸깃한 육질을 잘근잘근 씹으면 씹을수록 그 독특한 향내는 더 깊어졌다.
그 향기에다 덧붙인 코냑으로 목구멍은 물론 내장까지, 아니 전신이 향내로 가득 넘쳐났다.
입으로 숨을 들이쉴 때마다 입안은 물론 속까지 향기가 진동하면서 전율마저 일었다.
이 음악은 'J-Rose' 님 방에서 가져왔습니다.
'산골 얼음 냇물소리'란 제목이 붙은 곡입니다.
늘 'J-Rose' 님께 고마운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첫댓글 와암 입춘맞이 동해안 나들이 잘 햐셨구려, 특히 그렇게 항긋하고 달싹하게 혀끝에 멥도는 멍게(우렁셍이)맞을 이제서야 알았다니? 참빨리도 아셨구려??? 앞으로 멍게는 모두 와암 차지로 다른사람은 눈돌릴여유가 없겠구려 글 그림 청간장 소게 잘보았습니다 . 이렇게 여유를 가질수 님은 행복 맨 입니다.
具개도 꾀나 쓸만 한넘 있제? 부더리具가 보통 具개냐?
와암의 입춘 동해안 나들이는 정말 환상적이었어. 그때 회식장에서 향기를 품는 전화부터가 부러움의 연속이었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건강하게 여행하고 풍류를 즐기면서 회원들께 아름다운 글도 많이 전해 주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와암 입춘맞이 동해안 나들이 잘 햐셨구려, 특히 그렇게 항긋하고 달싹하게 혀끝에 멥도는 멍게(우렁셍이)맞을 이제서야 알았다니? 참빨리도 아셨구려??? 앞으로 멍게는 모두 와암 차지로 다른사람은 눈돌릴여유가 없겠구려 글 그림 청간장 소게 잘보았습니다 . 이렇게 여유를 가질수 님은 행복 맨 입니다.
具개도 꾀나 쓸만 한넘 있제? 부더리具가 보통 具개냐?
와암의 입춘 동해안 나들이는 정말 환상적이었어. 그때 회식장에서 향기를 품는 전화부터가 부러움의 연속이었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건강하게 여행하고 풍류를 즐기면서 회원들께 아름다운 글도 많이 전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