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는 어린이들이 겪는 일상 속 문제와 질문 들을 작품에 담아 온 박효미 작가의 단편 동화집이다. 그동안 박효미 작가는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일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어린이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동화로 쓰고 싶다’는 포부를 작품으로 증명해 왔다. 이번 신작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는 그런 작가의 오랜 포부를 계승하면서도 확장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박효미 작가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사춘기를 겪으며 예상치 못한 갈등과 성장을 거듭하는 고학년 어린이들의 내면과 고찰을 그려냈다. 또래와의 연애 그리고 우정, 그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마음을 어느 때보다 골똘히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야기 밖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에 난 생채기와 뼈아픈 성장을 너무 안쓰러워하기보다는 그럼에도 삶과 일상은 계속되며 그 안에는 또 다른 행복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라는 유머러스한 제목으로 전한다. 더불어 작가 특유의 개성 있는 문장과 진중하고 유려한 문학적 표현은 이 단편집이 가진 가치를 더욱 확신하게 만든다.
삽화는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임나운 작가가 맡았다. 임나운 작가는 각 단편의 메인 컬러를 정하여 작품의 톤과 분위기를 살렸으며, 탄탄한 연출력으로 아이들이 관계 속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을 세심하고 날카롭게 포착해 냈다.
목차
- 체중계의 사랑
- 사랑의 물 분자
- 전류 차단의 원칙
- 나는 여기 있다
- 나는 괜찮나요?
- 작가의 말
- 추천의 말
저자 소개
글: 박효미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우리 사회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어린이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동화로 쓰고 있다. 그동안 『일기 도서관』 『길고양이 방석』 『노란 상자』 『오메 돈 벌자고?』 『학교 가는 길을 개척할 거야』 『학교가 문을 닫았어요』 들을 썼다.
그림: 임나운
그림으로 기억을 기록한다.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가고 있다. 『여름은 자란다』 『고냥 일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 『산산죽죽』 등을 펴냈고 『불량 수제자』 『동희의 오늘』 『용기가 필요한 여름』 등에 그림을 그렸다.
줄거리
체중계의 사랑) 담하는 남자 친구인 동재에게 문자로 이별 통보를 받는다.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의 원인이 갑자기 살이 찐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담하. 이후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친구 정민의 위로 덕에 나름대로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담하. 그러다 우연히 동재가 다른 여자애와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사랑의 물 분자) 지완과 사귀게 된 하나. 드디어 자신도 커플 대열에 합류했다는 사실에 벅차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이 연애에 지완은 별생각이 없어 보인다. 문자에도 제대로 답장을 보내지 않고, 자기보다 친구들에게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은 지완의 모습에 하나는 속상하다. 참다못한 하나는 둘만의 규칙을 만들자고 한다.
전류 차단의 원칙) 자매 사이인 희재와 희원. 언니 희재와 묘하게 비교당하는 것이 희원은 못마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자신의 남사친 진원과 희원이 커플로 이어지는 것. 희원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전류를 차단하기 위해 온갖 수를 쓰기 시작한다.
나는 여기 있다) 전학생 재희.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수업으로 새 학교 첫 수업을 듣게 된다. 수업 중 초성 게임 시간, ‘ㅊㅅㄹ’이라는 제시어에 ‘첫사랑’이라고 뱉어 버린 재희.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린다. 이사 오기 전, 동네 공원에서 우연히 보게 된 고등학생 태호에게 한눈에 반한 재희는 SNS를 통해 태호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그를 알아간다.
나는 괜찮나요?) 할머니 그리고 아빠와 함께 사는 지유. 평생 생계를 위해 무리하게 일해 온 지유의 할머니는 손가락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겨 고생이다. 한편, 지유는 독서토론반에서 전학생 은지를 알게 되고 둘은 곧 단짝이 된다. 하지만 은지는 우연히 조우한 소꿉친구 규범에게 이성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지유는 규범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 조바심이 난다.
출판사 리뷰
● ‘관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의 연애와 우정을 바탕으로 한 다섯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류동재!” (...) 류동재가 공을 던지고 날 보았다. / “왜?” /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였다. / “너 왜 그만 만나자고 했어?” (...) 류동재가 말했다. / “…… 그냥.” _「체중계의 사랑」 중에서
나는 멍청하게 서서 문득 생각했다. 경지완은 경지완이고, 조하나는 조하나였다. 우리가 사귀어도 우리는 여전히 각자 자신인 것이다. _「사랑의 물 분자」 중에서
망할 놈. 윤진원은 류희재를 좋아하고 있다. 초등학생 주제에 중학생하고 썸을 타다니. _「전류 차단의 원칙」 중에서
그 오빠를 생각하면 사과 땀 냄새가 난다. 사과와 땀이라니.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진정한 조합은 이런 거다. 달콤함과 짭조름함을 더하는 것. _「나는 여기 있다」 중에서
그동안 우리 사이의 거리는 1센티도 안 됐는데. (...) 은지의 메시지들은 우리의 거리를 100미터, 아니 100킬로미터만큼 떨어뜨려 놓았다. _「나는 괜찮나요?」 중에서
남자 친구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당황하는 담하(「체중계의 사랑」), 남자 친구와 자신 사이의 특별한 세계를 만들고 싶은 하나(「사랑의 물 분자」), 자신의 단짝 친구 진원이 언니 희재를좋아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싶은 희원(「전류 차단의 원칙」), 첫눈에 반한 고등학생 오빠의 행적을 SNS로 추적하는 재희(「나는 여기 있다」), 엄마의 빈자리를 친구 은지의 존재로 채우려 하는 지유(「나는 괜찮나요?」)까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섯 아이들은 서로 다른 사연과 상황 속에서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 다섯 편의 이야기는 단순히 연애 혹은 친구 사이의 이야기로만 일컬어지기엔 충분치 않다. 자신과 또 다른 자신 사이, 자신과 타인 사이, 자신과 세상 사이에 놓인 ‘관계’를 배우고 짚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 익숙했던 관계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순간, 쌍방향이 아닌 한 방향으로 흐르는 애정의 무력함과 그를 통해 배우는 ‘나’의 진짜 모습, 결핍을 누군가의 존재로 대신 채우려고 할 때 느끼는 알 수 없는 공허함……. 우리는 이러한 감정들을 저절로 알게 되지 않는다. 오직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이처럼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는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마주하고 인정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 혼란과 동요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사춘기 독자들에게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공감과 위로를 선사해 줄 것이다.
● 바로 지금, 우리 아이들 곁에서 시작된 이야기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 속 이야기들의 배경에는 요즘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가까운 상황이 등장한다. 이별도 SNS 메시지로 전하고, 관심사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포털 사이트의 카페 등과 연결되어 있다. 다이소와 올리브영으로 친구와의 ‘우정템’을 사러 가고, 몇 가지 키워드만 있으면 SNS로 타인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함께 수영장에 갔다 온 다음, 톡을 받았다. ‘그만 만나.’ 이별이었다. 한 문장, 네 글자. _「체중계의 사랑」 중에서
핸드폰이 없으면 세상과 끊어진다. 우리에게 핸드폰은 세상의 전부다. 친구, 드라마, 노래, 가수……. 세상 모든 게 그곳에 있다. _「전류 차단의 원칙」 중에서
우리는 함께 신나게 먹고 마시고 서로에게 소소한 물건들을 선물했다. 이를테면 다이소에서 다이어리를, 올리브영에서 틴트를 사서 주고받았다. _「나는 괜찮나요?」 중에서
검색어 세 개만 있다면 웬만한 건 다 알아낼 수 있는 세상이다. SNS 세계는 거미줄보다 촘촘하다. _「나는 여기 있다」 중에서
이처럼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는 우리 아이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현실 곁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자라며 사춘기를 겪지만 그것을 경험하는 시간은 같지 않다. 요즘 아이들의 관계 형성에 너무나도 중요한 계기가 되어 주는 소재와 배경의 등장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에 더 쉽고 빠르게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동화 작가 박효미 X 일러스트레이터 임나운
● 두 작가가 만들어 낸 긍정적 시너지
박효미 작가는 개성 있는 문장과 진중하고 유려한 비유로 사춘기 아이들의 감성과 내면을 담아냈다. 특히 주인공 아이들이 일련의 갈등을 겪은 후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후반부 장면은 한 폭의 그림처럼 독자들의 마음에 다가온다. 작가의 문장이 가진 힘 덕분에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 속 이야기들은 단편 동화임에도 한 편 한 편 남다른 여운을 남긴다.
일러스트레이터 임나운의 그림 역시 이야기에 양감을 더한다. 행간의 의미와 활자로 담긴 비유와 상징을 임나운 작가는 섬세한 연출과 구성으로 풀어냈으며, 한 편 한 편 다르게 설정된 메인 컬러는 각 이야기의 분위기와 톤을 단단하게 잡아 준다. 더불어 만화와 웹툰을 연상케 하는 작가의 그림체는 요즘 십 대 독자들에게 정서적으로 훨씬 더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갈 것이다. 자, 이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를 가득 채운 두 작가의 시너지를 함께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