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은 2008 베이징올림픽 이전까지 국제종합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없었다.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선 당시 세계챔피언 탕궁훙(중국)에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2002년 부산 대회와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에서 각각 탕궁훙, 무솽솽(중국)에 뒤져 은메달에 만족했다.
하지만 2008년 8월16일 열린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최중량급(75kg 이상) 경기에서 장미란의 적수는 없었다. ‘장미란 대 장미란’의 경기였다.
당시 25살이었던 장미란은 자신을 뺀 출전선수 10명이 모두 3차 시기를 마친 뒤에야, 인상(한번에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것) 1차 시기에 나와 단숨에 다른 선수들보다 6㎏을 더 들어올릴 정도였다. 내친 김에 장미란은 인상 3차 시기에서 140kg을 들어 중국의 무솽솽이 갖고 있던 종전 인상 세계기록(139kg)을 바꿔놓았다.
장미란은 용상(바벨을 가슴에 걸쳤다가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것) 1차 시기에서 175kg을 들어 인상·용상 합계에서 금메달을 이미 확정지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완전 무결한 우승을 위한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됐다.
장미란은 용상 2차 시기에서 183kg을 들어 중국의 탕궁훙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세운 용상 세계기록(182kg)을 1kg 늘렸다. 이 쯤에서 기록행진을 중단해도 되는데, 그는 다시 경기장 무대 위로 올라와 3kg을 더 얹었다. 당시 그는 이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용상 2차 시기에서 신기록을 세웠다고 해서 이 정도면 됐다며 3차 시기에서 포기해도 되는 게 아닙니다. 도전은 나에게 주어진 임무입니다. 다시 그 상황이 와도 저는 똑같이 했을 겁니다.”
그는 용상 3차 시기에서 3kg을 더 얹은 186kg의 바벨 무게를 견뎌냈다. 인상 140kg, 용상 186kg을 들어 합계 326kg으로 한국 여자역도 사상 첫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합계 기록에서도 무솽솽의 세계기록(319kg)을 7kg이나 늘린 것이다. 장미란은 인상에서 한 차례, 용상에서 두 차례, 합계기록에서 두 차례 등 그날 저녁에만 세계기록을 스스로 5개나 갈아치웠다. 2위 우크라이나의 코로브카의 합계 기록(277kg)보다 무려 49kg나 많은 완벽한 우승이었다.
국제역도연맹조차 “베이징올림픽에서 세운 장미란의 세계기록은 정말로 경이적인 기록”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금메달이었다.
이제 장미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역도 사상 첫 3회 연속 메달 달성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