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처음으로 이성을 느끼던 시절, 보기만 해도 두근두근 설레던 때입니다. 보통 중고등학교 때입니다. 요즘은 성장속도가 빨라서 10대 초에 이미 겪기도 하지만 이전 세대에서는 빨라야 중학교 좀 늦으면 고교시절에 맞이합니다. 지금은 많은 경우 남녀공학이지만 그 때는 그것도 매우 드물었습니다. 부러워하기도 했지요. 아무튼 서로를 이성으로 느끼면서 학창생활을 이어갑니다. 뭐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속으로 우왕좌왕하며 보냅니다. 이것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많이 발전하였습니다. 그 때보다는 한결 자유로워지고 또 대담해지기도 해졌습니다. 그 때는 꿈도 꾸지 못한 일이기도 합니다. 좋은 시대입니다.
그 시절 눈에 들었던 남녀학생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결국 결혼까지 이루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물론 있기는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연인이 되어 결혼하여 가정을 세우기도 합니다. 그리 흔한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꿈 같은 이야기지만 그런 동화 같은 삶을 그리기는 하지만 이루어지기 쉽지 않습니다. 바로 그 사이에 벌어지는 변화들 때문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가는 길이 다를 수 있습니다. 사는 곳이 그렇고 개인의 진로가 그렇습니다. 학교에서는 최소한 1년은 한 반에서 늘 보며 지냅니다. 그러나 졸업하면 달라지기 쉽습니다. 그 때부터는 보고 싶어도 서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단 시간을 맞추어야 하니까요.
더구나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일정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환경의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며 살게 됩니다. 학교라는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 보다 넓은 환경의 변화를 맞게 되고 그에 따라 경험과 사고의 범위도 달라집니다. 자신의 꿈도 가치관도 변할 수 있습니다. 보다 높게 보다 깊게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 대화, 깨달음 등등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모든 것을 이기며 또 서로 도우며 두 사람의 사랑을 더 신실하고 돈독하게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반면 서로 여태 몰랐던 다름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자라면서 특히 사춘기와 성인으로의 길목에서 생각과 감정을 일관되게 우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혹시 정체되었거나 미숙한 결과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 시기에 성장하지 않는다면 어디엔가 이상이 생긴 것이기도 합니다. 성장과 발전 그에 따른 변화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삶의 모습에도 드러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용납될 수도 있고 때로 수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주느냐 하는 것이지요. 서로의 환경이 달라졌고 삶의 모습이 달라졌고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에 따른 갈등이 일어날 수 있고 문제는 그 갈등을 헤쳐나가는 방법이나 능력에서도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람의 겉모습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성적인 반응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이 감정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예쁘다 싶으면 눈길이 한번 더 가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선아’는 그런 대상이었습니다. 뭇 남학생들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 좋아해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친절하게 대해줄 수는 있을지언정 특별한 감정을 표현해줄 수는 없습니다. 선아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선아가 좋아해줄 수 있는 남학생은 하나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선아와 ‘진우’는 가깝게 지냅니다. 남들의 선망을 받으며 인정받고 지내는 사이가 됩니다. 시간이 흘러 졸업을 합니다.
너는 꿈이 뭐야? 변호사. 그건 직업이잖아. 꿈이 뭐냐고?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가 여태 가지고 있던 꿈이 과연 꿈이었나 싶었습니다. 단지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직업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지요. 직업이 꿈이 될 수 있는가? 아니면 꿈이 직업이 될 수 있는가? 사실 직업은 생활의 수단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꿈을 이루어가는데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직업을 택할 때 신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니면 직업 때문에 꿈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꿈과 직업을 따로 분리하여 생각해야 하겠다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직업을 택해야 할까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따라주기 어렵습니다. 안타깝지요.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 진우의 가정은 수시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같이 있으면서 가사를 한결같이 아빠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2천년대 초입니다. 일부러 그렇게 설정하였을까요? 일반적으로 엄마가 꾸려가는 것이 당시도 자연스러웠는데 말입니다. 반면 선아의 가정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선아는 그 무리의 남학생들과 인연을 맺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촉복 속에 결혼식을 올립니다. 의도된 결말이라 여겨집니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차라리 그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You Are the Apple of My Eye)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보구 갑니다
감사합니다. 복된 한 주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