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아침은 새해 새 아침은 산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짓는다. 香 아 향아 너의 고운 얼굴 조석으로 우물가에 비최이던 오래지 않은 옛날로 가자 수수럭거리는 수수밭 사이 걸찍스런 웃음을 들려나오며 호미와 바구니를 든 환한 얼굴 그림처럼 나타나던 석양....... 구슬처럼 흘러가는 냇물가 맨발을 담그고 늘어 앉아 빨래들을 두드리던 전설 같은 풍속으로 돌아가자 눈동자를 보아라 향아 회올리는 무지개빛 허울의 눈부심에 넋 빼앗기지 말고 철따라 푸짐히 두레를 먹던 정자나무 마을로 돌아가자 미끈덩한 기생충의 생리와 허식에 인이 박히기 전으로 눈빛 아침처럼 빛나던 우리들의 고향 병들지 않은 젊음으로 찾아가자꾸나 향아 허물어질까 두렵노라 얼굴 생김새 맞지 않는 발돋움의 흉낼랑 그만 내자 들국화처럼 소박한 목숨을 가꾸기 위하여 맨발을 벗고 콩바심하던 차라리 그 미개지에로 가자 달이 뜨는 명절밤 비단치마를 나부끼며 떼지어 춤추던 전설같은 풍속으로 돌아가자 냇물 굽이치는 싱싱한 마음밭으로 돌아가자. <1959년 11월 9일> * 시 : 신 동 엽 님 음 악 : 슬기둥, '그 저녁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 조국사랑과 자유에의 의지로 피끓었고... 아름다운 우리말글을 아름답게 빛내셨던... 젊디젊은 나이에 먼저 가신 님을 이제사, 비로소, 가슴시린 아사달 아사녀의 마음으로 되새김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