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삼박사일 일정으로 평양과 백두산 등지를 다녀왔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가 평양 삼석구역에서 북의 산천을 녹화하려고 건립하는 '우리겨레 푸른숲 양묘장' 건설현장을 참관하는 전국에서 모인 일백여 명의 참관단 중에서 경남에서는 열아홉 명이 참여하였다.
그런데 이번 방북에서는 그러한 보람보다 훨씬 더 큰 안타까움과 비참함, 분노의 마음을 안고 돌아왔음을 솔직히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북에서 보고 느낀 남북의 관계가 필자가 방문했던 2005년과 작년과 비교하면 너무나 후퇴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북에서 본 중국·이집트
그 첫째는 평양의 가장 큰 호텔인 양각도호텔을 중국인들이 점령한 것으로 느낄 만큼 중국인들이 많이 들어온 사실 때문이다. 객실 안의 TV채널에는 중국방송이 절반 이상이고, 유명한 관광지마다 중국인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서 구경하고 있었다. 식당에서도 우리보다 중국인들의 숫자가 많았고, 그렇게 느껴서인지 접대원들이 우리보다 중국인들에게 훨씬 친절하고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차! 우리 남북이 최근인 금년도에 와서 멀어지고 있는 동안 중국인들이 몰려와서 북을 점령해가고 있구나!
둘째로는 평양의 명물(?)인 105층 건물 유경호텔 이야기이다. 골조만 세워놓고 십수 년 동안 방치해놓았던 유경호텔을 이제 와서 건축하는 회사가 이집트 회사라니! 더 깜짝 놀란 것은 휴대전화가 없는 북쪽에 이 이집트회사(오라스콤 텔레콤)가 이동통신 운영권을 확보하여 올 연말이면 휴대전화를 개통한다는 소식이다. 이 회사가 평양거리의 도로건설도 맡아서 한다니! 우리는 무얼 했는가?
이 이천수백만 명의 동포가 사는 이곳의 이동통신을 이집트 회사가 점령한다고! 너무도 억울하고 안타깝다. 지금 우리 남쪽 경제는 일자리와 소비처가 없어서 안달이 나있고, 멀쩡한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을 하는데, 동포의 땅을 지척에 두고 휴대전화시장을 이집트 기업에 뺏기다니! 남북관계가 막혀 있는 동안 우리의 일자리, 우리의 돈벌이를 남에게 다 빼앗기는 이 나라는 도대체 누가 일하는 나라인가!
이제 10월 11일자로 북은 테러지원국의 멍에를 벗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를 계기로 중국·미국·일본·유럽 등의 대자본, 대기업들이 일제히 북녘에 진출하려고 준비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북녘은 경제개발과 산업의 대상으로는 신천지이다.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테러지원국이라는 멍에를 벗고 나면 외국의 대기업과 자본들이 물밀듯 들어와서 자릴 잡을 것인데, 우리나라는 뭐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필자는 두 달 전인 7월 말에 지방신문의 지면에 '북미관계가 곧 급속히 외교적인 진전을 이룰건데, 그때가 되면 우리 정부는 닭 쫓다 지붕만 쳐다보는 개 꼴이 된다'는 이야길 했었다. 그런데 최근 경남의 도민들과 교육가족들이 모두 힘을 모아서 지은 평양 장교리 소학교의 준공식에 도민대표들이 참가하려고 가는 것까지 통일부가 막고 방해하지 않았는가.
실용정부가 가야할 길
이렇게 공들여 만들어 놓은 남북협력의 자리를 방해까지 하는 정부가 무슨 실용정부인가? 진정 실용정부라면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북에 진출하여 국민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이제 체면일랑 확 벗어던지고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 영세업자, 중소기업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다. 비정규직 등 불안한 근로소득에 목을 맨 사람들은 이른바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서민들의 생존조건이 이럴진대 정부가 무슨 체면치레를 하고 있을 여유가 있을까? 남쪽을 위해서도, 북쪽을 위해서도 전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전개해서 민족과 서민들의 활로를 뚫자. 대통령은 왜 뽑았는가? 통일부와 외교부 직원들은 왜 서민들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가? 다 서민들 잘살게 해라고 봉급 준다.
그래서, 서민들의 생존과 민족의 활로를 뚫는 데로 일하지 않는 공무원은 고위직일수록 필요 없다. 그런 각오로, 그만둘 각오로 이 난국을 뚫어가기를 바란다. 그래야, 희망이 있지 말로만 한다고 희망이 생기질 않는다.
그래서, 터무니없이 오랜 기간 중단되어온 금강산관광을 속히 재개해야 한다. 양보하는 쪽이 이긴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개성공단도 확대해야 한다. 남북의 공생, 협력관계가 돌이킬 수 없도록 진행되어야 공동운명체가 되는데, 왜 지금 주춤거리는가? 후회할 짓을 하는 것은 민족의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당국자들은 제발 이 순간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