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의 그늘(3) 파란만장 AUDI
2007/02/19 12:35 강봉석 조회 5418 추천 5
아우디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혼다의 아큐라처럼 폭스바겐의 고급차 디비젼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뭐 아주 틀린건 아닌데 좀 더 회사의 역사를 알고보면 독일 자동차의 역사는 벤츠에서 시작되 아우디가 써내려왔다는게 정석입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아우디보다 유명하다 할수있는 포쉐나 BMW, 폭스바겐, 오펠등은 오히려 전통이라고 내세우기 부끄러울 정도 입니다.
원래 아우디의 창립자 호르히 박사는 벤츠의 수석 개발연구원 이었는데 자기가 개발에 필수라고 생각하는 자동차 경주에 벤츠 경영진이 무관심하자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딴 호르히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경주에 나서게 됩니다. 여기서 이 사람이 근대 자동차 역사에 아주 중요한 획을 긋게 되는데 그건바로 당시에 거의 생긴건 말없는 마차에 엔진을 뒷좌석아래에 설치 자전거처럼 체인을 걸어서 뒷바퀴를 구동하던 방식에서 과감하게 엔진을 운전수 앞에 설치하고 샤프트로 뒷바퀴에 연결 세계최초로 FR 구동방식을 정착시켜 버렸습니다. 오늘날 전세계 FR 방식 자동차들의 선조인 셈이죠.
이 방식으로 벤츠는 물론이고 경쟁자들을 전부 물리쳐서 하나의 표준이 되고 유럽 크고작은 경주들에서 우승을 휩쓸게되 명성을 쌓던중 이번엔 호르히 박사의 레이스 우선의 경영방식을 싫어하는 주주들에 의해 오히려 자기가 만든회사에서 쫒겨나는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다시 오기로 만든 회사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아는 AUDI의 시촌데 뭐 30년대 불황에 접어들면서 어려워지자 이회사 저회사들이 모여 합작회사를 만들고 당시 최초 설립자였던 4개의 회사를 상징하는 네개의 링이 현재의 회사 트레이드 마크가 됩니다. 그래도 당시의 합작이 삽질만 한게 아니라 또다른 자동차 역사의 획을 긋게 되는데 그건바로 전륜구동 즉 FF 구동의 탄생입니다. 그러니 현재 아우디의 주력모델이 FF방식인건 놀랄만한 일도 아니죠. 게다가 QUATTRO가 태어나기 한참전인 50년대에 이미 독일최초로 사륜구동 차를 선보였고 아우디의 전매특허인 특이한 엔진밸브방식들 및 여러가지 기술들을 상당히 오래전부터 보여줬었습니다.
과연 자동차 발전역사의 산 증인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아우디도 재정운은 없어서 창립이래도 여러번 소유주가 바뀌었는데 이미 벤츠, 폭스바겐,NSU를 거쳐 다시 폭스바겐이 완전히 장악할때까지 그야마로 독일차 회사중에서 BMW 빼고는 안거쳐본 회사가 없다고 할정도로 거의 온동네 남자품에 안겨본 과부같은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가끔 아우디를 보면 사고로 죽은 다이아나가 생각나는데 찰스 황태자의 버림을 받은 이후로 그녀의 유명세를 이용하려는 웬갓 남자들의 품을 전전하다 마침내는 영국 주류사회에 진입하려는 이집트 제벌2세와 정말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한게 이제 모회사 폭스바겐도 여건이 어려워져 그룹전체가 포쉐로 경영권을 이전할지도 모른다는 얘기와 맞물려 너무나도 그 기구한 삶을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사실 인연이 없던 BMW와도 당시 폭스바겐 회장으로 있던 피에히 박사때문에 관계를 맺게되는데 벤츠가 점점더 값싼 소형차 시장에 진출하고 크라이슬러마져 인수하자 그동안 암암리에 지켜져왔던 영역을 침범한다고 단단히 열받은 피에히 박사가 본격적으로 고급차 생산에 들어가는데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이름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본격적으로 고급차 브렌드 사냥에 들어갑니다. 그때 사들인 회사들이 부가티, 람보기니 같은 수퍼카 회사들을 비롯 사세가 기울어 BMW의 산하에 들어가있던 고급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 입니다.
문제는 너무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당시 허울좋은 이름만 남았던 롤스로이스를 필요도 없고 골치아파했던 BMW에게 엄청난 대가를 주고서 빼앗아오다 시피 했는데 알고보니 롤스로이스 이름이 BMW가 주주로있는 롤스로이스 항공기제작사의 소속이었습니다. 사기라고 소송도 걸어보고 난리도 쳐봤지만 결국 롤스로이스는 BMW산하의 회사로 남고 폭스바겐은 그냥 덤으로 생각했던 벤틀리만 가져오게 됩니다. 제가 봐도 정말 제대로 BMW에 한방 먹었고 덕분에 피에히 회장의 퇴진에 결정적 단초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것 말고도 다른 여러가지 피에히의 삽질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어쨋든 가끔 아우디 마니아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이런 복잡한 아우디의 과거가 여러기업의 문화와 기술을 배울수있었던 장점이라고 하는데 사실 전 그 반대라고 봅니다. 이론상으로는 한번 이혼했던 여자가 이혼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배우고 또 지난번 결혼에서의 문제도 반복하지 않을거라고 하지만 실제적 통계에서는 오히려 한번 이혼한 여자가 다시 결혼에 실패할 확율이 초혼보다 배이상 높은것과 마찬가지 이치지요. 후발주자에 비록 아우디같은 화려한 과거가 없는 BMW가 40년 이상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며 자기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점과 비교된다고나 할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와서 분명히 아우디라는 멀쩡한 고급 브렌드가 있음에도 불구 폭스바겐이 다른 고급브렌드 사냥에 나선건 피에히회장이 봤을때 어딘가 아우디의 정체성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사실 이게 무리인것도 아닌게 80년대 포쉐에 있던 피에히 회장이 아우디로 옮겨와 QUATTRO를 개발하기 전까지 아우디는 폭스바겐 산하에서 그냥 허울좋은 고급브렌드 였습니다. 그나마 QUATTRO로 이름좀 날리자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돈좀 만져보려고 엄청난 만행을 저지르게 됩니다. 대대적인 폭스바겐과의 부품공유죠. 이때부터 아우디의 진짜 전설이 시작됩니다.
폭스바겐의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대중차를 만드는 회사이니 만큼 폭스바겐은 상당히 일찍부터 국제화된 기업인데 최근엔 중국에도 독일기업으로 최초로 들어갈 정도로 열성적입니다. 그러다보니 부품 납품업체도 다양해지고 점점 질을 컨크롤하기 힘들어졌죠. 그런데다 차에 전자장비마져 늘어나는 추세라 가격에 대한 압박이 다른 고급독일차업체들보다 많았던 폭스바겐이 차에 점점 국적불명의 싸구려 부품들로 채워나가기 시작합니다. (독일 특유의 전자장비 문제들은 이미 이전편들에서 설명했고 거기다 싸구려 부품들이 조합됐을때의 결과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맞깁니다. )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런 부품들이 아우디 판매량의 절반이 넘는 대표모델이자 운없게 파사트와 차체를 공유하게된 A4에 대대적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점에 있습니다. 때문에 조립과 마무리처리에서 렉서스를 제치고 세게제일 이라는 독일산 아우디임에도 불구 애꾸눈(한쪽 헤드라이트가 나간)에 ABS, 엔진, 배터리 경고등이 크리스마스 트리마냥 교대로 연속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에어컨이 제멋데로 들어오거나 나가거나 하기도 합니다. (자동온도 조절기는 정말 그때그대 달라요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합니다.)
더 심각한건 독일차 특유의 전자부품이나 센서같은 전기적 결함보다 독일차의 기본이라할수 있는 엔진에서 상당한 문제를 보인다는 점에 있습니다. 특히 아래답글에 언급한 1.8L 터보엔진이 이들 문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최근에 알려진 토요타의 6기통 엔진처럼 배기가스가 엔진오일에 흘러들어가 오일이 젤처럼되 엔진이 망가지는 것을 비롯 인젝터마모, 엔진바큠호스 누출, 워터펌프의 마모등 거의 다 엔진에 치명적인 문제들이었습니다.
그나마 이런 문제들은 해가지나면서 하나씩 고쳐나갔는데 (기억하십니까 ? AEB, ATM AWM, AMB....) 시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는게 있습니다. 바로 타이밍 벨트의 파열입니다. 일단 독일차가 체인이 아니라 대부분의 일본차처럼 벨트를 쓴다는점도 맘에 않드는데 이놈의 벨트가 회사의 교체권장시기 보다 훨씬 이전에 끊어질 만큼 내구성이 없습니다.
똑같은 엔진을 쓰는 골프 GTI에서도 발생빈도가 비슷한 걸로봐 QUATTRO에 따른 엔진의 과부하라고 보기도 힘들고 튜닝회사에서 만드는 하이퍼포먼스 제품을 써도 내구성이 조금더 강해질뿐 그래도 아직 한참 못미친다는군요.
비슷한 구조의 2.0L 보통흡입방식의 엔진에서는 그나마 조금 문제가 덜 심한걸로 봐서 터보가 주된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어쨌든 작년에 모델이 바뀌면서 2.0L 터보로 바뀔때 이제는 타이밍 체인으로 바꾸려나 했는데 원걸 여전히 고무벨트를 쓰더군요. 내구성 확보를 위해 더 질긴 제품을 썼는지 아니면 벨트에 좀 무리가 덜오도록 신경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확 올라간 토크와 마력을 봤을때 그리 신뢰감이 생기지 않는군요. 거의 10 년 이상 발생된문젠데...
좌우간 DOHC방식의 엔진이 주행중 타이밍 벨트가 끊어지면 100 % 엔진맛이 갑니다. 때문에 아우디의 (GTI 포함) 터보엔진이 인터냇에서 찾는 중고엔진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됐죠.
다른 독일회사들의 경우 BMW는 X5와 7 시리즈에서 벤츠는 E 시리즈와 ML시리즈 같이 좀더 높은급의 비교적 비싼모델에서 고장율이 높은것과는 달리 유일하게 아우디는 위로 올라갈수록 문제가 줄어듭니다. A8의 경우 분명히 전자장비 기능면에서 BMW나 벤츠에 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대신 오히려 고장율은 더 낮습니다. 게다가 알미늄샤시와 바디 완벽한 마무리등은 이들차보다 앞서면 앞섰지 절대 뒤지는 기술이 아닙니다. 허나 폭스바겐과 부품공유가 많은 A4의 경우 답이 않나올 정도로 고장율이 높은편입니다. QUATTRO가 있다고 하지만 구조적으로 고장날 확율이 높은 전륜구동이 기본이라는 점도 한몫 하겠지요. ( 일제차는 전륜구동이라도 고장 않난다고 하실분들 많겠지만 어쨌든 구조적으로는 전륜이 고장날 확율이 높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화려한 과거, 거기다 경주로 쌓여진 노하우등 어디하나 빠질것 없는 AUDI 이지만 비용절감이라는 산을 넘지 못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린게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이혼전의 다이애나나 재혼전의 재클린 캐네디의 이미지는 아름답기 고고하기 그지없지만 이혼후 같이 않자본 남자가 없는 다이애나나 캐네디와 비교도 않되는 무식한 그리스 늙은이 오나시스와 순전히 돈때문에 결혼한 재클린을 보면 세상 사람추해지기 하루아침이라는 말이 절감됩니다.
아우디,이대로 그냥 묻혀지기엔 너무 아까운 브렌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첫댓글 비용절감이라기 보다는 세계화로 가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지적해 둔거 같습니다. 그에 따른 경영진들의 실수도 그렇구요. ^^;
제가 쓰는 15-20억 짜리 독일 유명 장비도 워런티 기간 끝날때 사소한 고장이 있어 거의 1 주일 못쓴 경험이 있는데, 저장장치가 일제더군요 ^^, 약간의 마모로 인해 ㅠ.ㅠ. 독일의 내구성은 워낙 좋지만 전자쪽에 약하고, 일본은 전자부분이 뛰어나지만 내구성이 좀 약하게 (일부러?) 하고--, 완벽한 것은 없는 듯 합니다.
아무래두요. 사람이 하는 것인지라.. 모든게 다 장,단점이 있지 않을까요?
글이 작성된 시기가 2007년 2월인걸 감안하면 곳곳의 오류는 어느정도 애교로 넘기더라도 3년 사이에 격세지감이 느껴질정도로 AUDI 란 브랜드가 성장한것은 엄연한 사실인것 같습니다. 오늘날 폭스바겐 그룹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벨트를 구축하고 있다는것과 그 벨트 안에서 아우디의 약진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하지만, 아직도 아우디 품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유저입장으로 간과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아우디에서 해결을 안한다면, 점점 그런 사소한 문제가 큰 불만이 될 수있겠죠. 물론, 1,2 에서도 말하고있듯이 아우디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다행(?)스럽다고 하기엔--
대규모 판매를 하는 업체에서 AS의 만족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수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서는 만족할만한 서비스는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저도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매출이 늘면 그만큼 AS수요도 늘면서 불만족하는 소비자가 발생하는것에 상당히 압박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매출확장보다는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만 일을 하려고 합니다만...결국 경제적인 압박때문에 또 갈등을 느끼게되고...아무튼 독일3사의 입장 모두 비슷할 거라 생각됩니다.
비유가 적절할 지 모르겠지만, 테이블 3-4 개 있는 조그만 식당에 사람들 줄서서 기다리는 소문난 집, 어지간 해서는 크기 늘리지 않더군요^^, 사업 번창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