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에 살아요
이용희
앞집에 살아요
대문 앞 골목에서
어쩌다 한 번씩 마주치지요
웃거나 손을 흔들기도 해요
우리가 서로 돌아서는 그때까지
골목의 가로등도 잠시 제자리걸음을 해요
그도 나를 이렇게 말하지요
앞집에 산다고
손 한번 잡아보지 않은
앞집의 사람
전깃줄이 하늘에 그은 선 때문인가 봐요
군중 앞에서만 셀로판지와 유리처럼 밀착하는 앞집 사람
누구인가가 아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끄덕끄덕해요
우편번호와 버스행선의 숫자가 꼭 같은 우리는어쩌면
그대는 올레에서 가위를 내려 놓고
나는 누네띠네에서 풍선을 잡다가
이 골목길에서 박수처럼 부딪쳤는지 몰라요
앞이라는 곳은 홀라당 옷을 벗어도 되는 뒤란이 아니라서
담장처럼 얼굴에 벽화를 마구 그려도 되는
그 앞집에 우리는 서로 따로 살아요
첫댓글 같이 사는 이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