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 할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때는 머리도 빡빡머리에 까막고무신에 그냥 대충 입고 다녔는데..
중학교에 가면서 부터는 많은 것이 달라진다. 조금 달라 지는것이 아니고 아주아주 많이 달라진다.
옷이 달라진다. 검정색 교복을 입는것이다. 잘 살든 못 살든 모두가 하나같이 검정색 교복이다. 여름엔 검정색이 아니지만 3월에 입학하니 검정색교복이다.
가방이 달라진다. 그냥 책보에다, 메는 가방에다 책과 도시락을 넣어 다니던것을 그람과 같은 손에 드는 가방을 들고 학교에 다닌다.
운동화가 달라진다. 검정고무신..끈없는 운동화 신고 다니던 것이.. 끈 매는 검정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매일 버스를 타고 다닌다. 거리가 멀으니 걸어 다닐 수 없어 매일 매일 버스를 타고 다닌다. (그런데 꽤 걸어 다녔던 기억이 난다..ㅎㅎ)
이런 모든 것이 부모님 등골 휘게 하는 것이지만 어린 나이에 그런것을 알지 못했다..
가방에 얽힌 추억이 있다. 추억이라기 보다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오래전 일이다..
남학생들은 보통 사진과 같은 저런 국방색 가방을 준비 하고 여학생들은 저런 남색, 검정색 가방을 준비한다.
나도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어서 가방을 준비 해야 하는데..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서 사야 했다. 버스비 부담때문에 시내까지 맘대로 나갈 수 없던 시절..
어느날 형이..내 가방을 산다며..시내를 갔다. 당연히 형 혼자 가는 것이다. 나의 차비까지 내면서 갈 수 없는 곳이다..
난 마음속으로 가방을 그렸다.. 동네 형들..지나다닌던 중학생들 대부분 그림과 같은 가방을 가지고 다녔드랬다. 그래서 저런 가방을 그리며 종일 형을 기다렸다.
드디어 형이 가방을 사왔다. 그런데 가방 색갈이 요상스러웠다. 흰색보다는 덜하고..회색보다는 밝은 그런 색의 가방이었는데.. 이 가방이 혼자 서 있지를 못했다.
모양은 그림과같이 생겼는데.. 재질이 물렁물렁한 고무섞인 인조 고무인지?.. 물컹물컹 제 혼자 서질 못하고 쓰러졌다. 책을 아무리 넣어 보아도 가방은 혼자 서질 못하고 자빠졌다. 꼭 벽에, 농에 기대 놓아야 서 있었다..
어린 마음에 너무 실망을 했다. 책을 빼고 가방을 접어보니 두번이나 접혔다. 그만큼 가방은 물렁물렁한 인조고무 재일인지.. 난 어중간한 흰색..불렁물렁한 가방이 너무 너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형에게 실망을 표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방을 바꿀 수 없엇다. 형이 바꾸려 가지고 한 번인가 나갔었는데..그 가게에서 바꿔 주지 않는다며 그냥 가져왔다...
그 가방을 들고 학교에 다니는데..다른 친구들은 모두 국방색 저 가방이었는데.. 나만 홀로 허~연 물컹한 가방을 들고 다녔다... 챙피 하기도 하고.. 저 가방만 바꿀 수 있다면..더 이상 소원이 없을거 같았다. 그렇게 중학교 생활을 시작 했다...
그 후 어느때인지는 모르지만 ... 아마도 가방을 국방색으로 바꾸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