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이색 보석을 찾아서 (6) ‘실리머나이트(Sillimanite)’ |
글: 김광용 (주)한미보석감정원 감정팀장, GIA-GG, AGK |
이번 호에 소개되는 ‘실리머나이트(규선석, Sillimanite)’는 전문 수집가가 아니더라도 이색 보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보석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대중화되지 못한 대표적인 숨겨진 보석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 보석을 소개하고자 한다.
유리질, 섬유질 형태
희귀하고 아름다운 실리머나이트(Sillimanite)는 1824년 미국의 지질학자이자 예일대학교 교수인 벤저민 실리먼(Benjamin Silliman, 1779-1864)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실리머나이트는 크게 두 가지의 형태로 발견되는데 하나는 투명한 유리질로, 다른 하나는 매끄러운 섬유질로 구분된다. 섬유질 상태의 실리머나이트는 파이브로라이트(Fibrolite)로도 알려져 있다. 색상은 무색, 흰색, 노란색, 녹색, 청색, 갈색, 검은색 등으로 다양하다.
실리머나이트 캐츠아이
스톤의 얇은 부분을 보면 평행한 그룹의 길고 가느다란 바늘 모양의 결정이 마치 섬유 다발처럼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결정으로부터 반사된 빛은 샤토얀시(Chatoyancy, 묘안 효과)라는 독특한 특수효과로 나타나며, 보석명으로 ‘실리머나이트 캐츠아이(Sillimanite Cat’s-eye)’라고 불린다. 이러한 캐츠아이 효과가 잘 나타나기 위해서는 보석을 캐보션으로 연마해야 한다. 수집가들은 캐츠아이 효과를 보이는 섬유질 결정을 높이 평가하긴 하지만, 유리질 결정 또한 맑고 투명한 명도를 가진 아름다운 색상들이 많다.
다형체(동질이상) 보석
알루미늄 규산염 광물 중 하나인 실리머나이트는 대표적인 다형체(多形體, 화학적 조성은 같으나 결정구조가 서로 다른 현상) 보석으로서 일반적으로 변성암 환경에서 성장한다. 다형체는 동질이상(同質異像)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실리머나이트(Sillimanite)와 카이아나이트(Kyanite, 남정석), 안달루사이트(Andalusite, 홍주석)는 Al2SiO5로, 화학적 조성은 같으나 결정구조가 서로 달라 각각 서로 다른 온도와 압력 영역에서 성장해 동일한 암석에서 함께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형체의 또 다른 예로는 탄소(C)로 구성된 다이아몬드(등축정계)와 흑연(육방정계)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주요 산출지
실리머나이트는 1990년대 인도의 오디샤주(Odisha)에서 상당량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이었다. 미얀마(버마), 스리랑카, 케냐, 탄자니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한국, 인도, 마다가스카르, 영국 및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긴 하지만, 보석 품질의 결정이 산출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중 투명한 상질의 원석은 미얀마의 모곡에서 많이 채굴되며, 미얀마와 스리랑카 광산에서는 상질의 녹색 섬유질 원석과 희귀한 녹색, 보라색, 청색이 주로 산출된다. 케냐에서도 매력적인 원석이 채굴되지만 원석의 크기는 다소 작은 편이다. 국내 산출지로는 경기도 연천, 가평, 충청남도 대덕, 천안, 그리고 전라북도 옥구군이 등록되어 있지만 보석 품질의 원석이 채광되었다는 보고는 없다.
평가 및 보석 정보
실리머나이트는 샤토얀시가 스톤 중앙으로 뚜렷하게 나타날 때 가치가 높으며, 색상은 청색, 녹색, 보라색을 선호한다. 투명한 보석의 경우 보통 명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명도와 채도가 높으면 그 가치 또한 상승한다. 또한 카이아나이트처럼 결정 방향에 따라 경도 차이가 나타나며, 1방향 완전 클리비지(벽개)가 있어 절단이나 패싯 연마가 어렵고 착용이나 보관 시 주의가 필요하다.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