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정립회관(관장 백승완)은 2003년 8월 서울시로부터 27억 9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수영장 재건축 공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시공업체는 예산부족을 문제로 2004년 4월부터 공사를 중단하게 된다. 2년여의 시간동안 방치됐던 수영장은 서울시가 15억원의 예산을 증액 지원하면서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다. 결국 총 공사비 42억원이 투입된 가운데, 정립회관 수영장은 지난해 7월 준공됐다.
이와 관련 지난 2일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정립공대위)는 정립회관 수영장 재건축 공사가 늦어지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면서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기자회견 후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반면 정립회관 백승완 관장은 “비리는 전혀 없었다”면서 “감사를 받게 되면 정정당당히 받겠다”면서 맞서고 있다. 수영장 비리 의혹으로 재점화되고 있는 ‘정립회관 사태’,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정립공대위 “소아마비협회, 서울시·광진구와 유착”=지난해 여름, 정립공대위는 수영장 재건축 공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이를 민주노동당 소속 이수정 서울시의원에 알렸다. 이 의원은 서울시에 정립회관 공사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공식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이 의원은 “1개월 전 재건축공사 관련자들과 면담을 했다. 당시 설계회사와 감리회사측은 애초부터 30억원 이하의 공사비용은 규모에 맞지 않은 책정이었지만, 시공사가 요청한 예산에 공사예산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바닥의 현실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정립공대위와 이 의원은 현재 3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진행하는 공사의 경우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재정 투․융자사업심사를 받아야 하나 정립회관은 심사를 피해갈 목적으로 서울시 담당공무원의 조언을 받아 최초 책정한 30억 3천만원이 아닌 27억 9천만원을 책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립공대위와 이 의원은 예산삭감 책정에 있어 설계․감리업체의 관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정립회관과 설계․감리업체가 결탁해 공사비에 맞춰 설계내역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달청 입찰기준에 미치지 못해 입찰이 부결되자 정립회관은 조달청 발주를 위장해 게시판에 입찰공고를 게시했고 짧은 입찰기간과 많은 선급금․기성금을 지급해 공사가 진행되도록 유도했으나 결국 예산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는 것이 정립공대위와 이 의원의 주장이다.
2006년 9월 6일자 국정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지방재정투·융자심사제도는 지방재정법 제37조 규정에 따라 자치단체 신규투자사업에 대해 예산편성 전에 그 사업의 필요성 및 사업계획의 타당성 등을 심사하는 제도다.
투자효율성 측면에서 사업추진 필요성이 낮고,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여건에 맞지 않은 규모의 청사 또는 문화·체육관련 시설물을 건립하는 사례는 추진한 이후에 통제하기가 곤란함을 물론 이를 제재할 적정한 수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부적정한 재정운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 바로 지방재정투·융자심사제도이다.
정립공대위는 “공사감독 책임이 있는 광진구청은 발주 시부터 공사단가의 책정이 적절치 않음을 알면서도 공사를 진행시켰고 서울시는 공사중단원인을 분석․조치하지 않은 채 최초공사비의 50% 이상인 15억 증액 지급했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시의원과 조사관실의 심사요청에 대해 심사치 않고 반려시켰다”고 주장했다.
정립공대위는 “지방재정 투․융자심사를 2회나 받지 않고 무리한 공사 진행을 묵인했으며 공사중단과 관련한 문제원인을 밝히려는 노력 없이 공사예산을 증액지원 받도록 특혜를 준 것은 ‘한국소아마비협회’, ‘서울시’, ‘광진구청’ 3자의 끈끈한 유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립공대위는 “유착관계․불법․특혜․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로 비리를 근절시켜 정립회관이 사회복지시설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회복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감사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애초 입찰금액이 27억원이었으며 서울시는 30억원 이상의 공사에 관해서만 심사한다”며 “예산증액지원 시 공사가 진행된 상황이 아니었다면 심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행된 공사는 심사대상이 아니며 검토를 통해 절차상 하자가 없기에 지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백승완 관장 “비리도, 유착도 없었다”=정립회관 백승완 관장은 “2001년부터 수영장 재건축을 위한 예산책정에 들어갔다. 전년도 견적서를 기준으로 신청하는 예산은 2002년 연말부터 받았다”며 “공대위 주장대로 심사를 피할 목적이었다면 29억 9천만원을 하지 왜 27억원을 신청했겠냐”고 반문했다.
백 관장은 “업체선정을 조달청에 의뢰했으나 조달청의 조달단가에 미치지 않아 프로그램을 사용해 직접 선정하라고 했기에 공대위가 주장하는 발주 위장은 맞지 않다”며 “적은 예산에 맞춰 오히려 설계 시 욕심을 버리고 많이 잘라냈고 입찰 당시 제시된 공사조건 및 공사비를 보고 참여한 업체는 261개나 된다. 평단단가를 계산해보지도 않고, 예산부족을 알면서도 뛰어들 업체는 없다”며 공대위의 유착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백 관장은 “조달청 프로그램에 의해 선정된 업체에게 차액부분 검토를 위해 계약 전 1주일이란 시간을 줬다. 우리가 제시한 내역서와 업체가 낙찰한 내역서를 비교해 공사 내역서를 만들어 계약을 하는 것인데 건설 전문업체라면 1주일은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백 관장은 “오히려 건설업체는 공사비 부족을 들며 설계변경을 요청했으나 이미 공사내용을 다 알고 계약했고 예산에 여유가 없었기에 설계변경 요청을 거부했다. 공사중단 후 건설업체의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인력착취라며 고소했고 재판 결과 정립회관은 전액 승소를 했다”며 “만약 공대위의 유착이라는 주장대로라면 재판은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며 재판과정에서 비리가 밝혀졌을 텐데 어떻게 승소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백 관장은 “공사 관련자들의 면담에서 설계회사는 예산이 적은 건 사실이며 시장가 기준으로 삼았기에 예산에 맞춰 설계비를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며 “당시 한미파슨스의 사회공헌제도로 감리를 무상지원 해줬다. 감리회사위의 감리회사라는 이중구조에서 어떻게 비리가 나올 수 있냐. 감사를 받게 되면 정정당당히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립공대위는 지난 2일부터 감사원 앞에서 ‘정립회관 수영장 재건축 공사비리 및 파행운영’을 주장하며, 감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 시위는 오는 19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