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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
지도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그렇기에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팀 운영 못지않게 지도자 자신의 스트레스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지난해 12월 울산에서 열린 ‘2021 KFA 컨퍼런스’에서 스트레스 관리법에 대해 이야기했던 양원선 강사의 강의 내용을 ONSIDE가 재구성해 전한다.
감독은 외로운 직업이다. 한 팀의 리더로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는 비판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동안의 과정과 노력은 안 좋은 결과에 쉽게 묻힌다.
그래서 감독은 스트레스를 정면으로 받게 된다.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나 힘들다고’ 티를 낼 수도 없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 사람들을 한 명씩 붙들고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엔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 감독의 숙명이다. 스트레스 노출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스트레스는 왜 생기는 것이고,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사실 다수의 지도자들이 이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양원선 강사는 “스트레스는 해결하거나 수용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나를 사랑해야 부정적인 생각을 피한다
행복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이유다. 인간의 인생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행복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론은 비슷했다. 양원선 강사는 “인간의 행복에 관한 연구가 오랫동안 진행됐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누구와 함께 하는가’가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말했다.
즉 인간관계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관계에 묶여 살아가야 한다. 내가 행복한 것도 중요하지만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의 행복도 중요하다. 잘 정립된 인간관계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을 때 생각한 것 이상으로 훨씬 더 큰 행복을 느낀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도 인간관계에서 올 수 있다. 양원선 강사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관련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스트레스, 야근, 술자리 및 회식보다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스트레스는 내가 원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양원선 강사는 “스트레스는 마치 미친 황소와도 같기에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을 공격한다”고 말했다. 인간관계는 내가 원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나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라면 더욱 그렇다. 양원선 강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왜 나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갖추는 것이 결국 스트레스(Stress)를 강점(Strength)으로 바꾸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자신도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 바꿔 말해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남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지도자는 매순간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내가 왜 여기에서 지도자를 하고 있지?’, ‘왜 내가 키우는 선수 중에 스타가 없지?’ 등의 안 좋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
양원선 강사는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이 없다면 매사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부정적으로 상황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왜 이것이 안 되지?’라는 생각 따위를 버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선수의 성장을 기다려줄 수 있는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피, 비활동성, 반추’... 우울증의 원인들
스트레스는 잘못 관리하면 우울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양원선 강사는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진행되는 요인에는 회피, 비활동성, 반추가 있다”고 설명했다. 회피는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은 지도자가 ‘술이나 마셔야겠다’, ‘잠이나 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회피다.
문제는 이러한 회피가 그 순간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상황을 안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양원선 강사는 “회피는 마취제와 같은 것이다. 마취할 때는 모르지만 마취에서 깨어나면 더 아플 수 있다”고 했다.
비활동성은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하루종일 방 안에만 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한다.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가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양원선 강사는 “비활동성이 심해지면 우리 몸에 있는 나쁜 세포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암을 유발할 가능성도 커진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무언가 활동을 할 때보다 암세포를 150배 이상 많이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라 암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추는 계속 되뇌는 것을 뜻한다. 안 좋았던 상황을 잊지 않고 연이어 생각하는 것이다. 지도자는 중요한 경기나 대회에서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계속 그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자책할 수도 있다. ‘왜 선수 교체를 그렇게 했지?’, ‘왜 그 얘기를 하프타임 때 하지 못했지?’, ‘왜 그 선수가 그런 플레이를 했지?’ 등이다.
과거를 잊지 못한다는 것, 특히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끊임없이 되새긴다는 것은 우울증 위험도를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팀을 이끄는 지도자라면 회피, 비활동성, 반추를 피하면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양원선 강사는 “내가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이나 메시지를 줬을 때 선수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자신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내뱉는 메시지와 일치된 행동을 보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해) 상대에게서 답을 찾으려 하는 습관이 있는데 답은 상대가 아닌 내 안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나서자
스트레스는 공식이 있다. 양원선 강사는 ‘S=S*A’로 이를 설명했다. 첫 번째 S는 스트레스(Stress)이며 두 번째 S는 스트레서(Stressor,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다. 마지막 A는 태도(Attitude)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스트레스를 늘게 하거나 줄게 만들 수 있다. 양원선 강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스트레서)에서 ‘무관중이라 흥이 안 나지만 어떻게 경기력을 올려볼까?’와 ‘무관중인데 굳이 경기를 해야 해? 지긋지긋한 코로나 언제 끝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푸념, 불평, 불만은 나 자신을 망칠 뿐만 아니라 나와 연결된 모든 인간관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엔 나의 태도를 개선해야 하지만 개선의 의지 없이 회피, 비활동성, 반추를 하게 되면 상황은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결국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달라지는 것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고 조금 더 진취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스트레서가 내 힘으로 해결이 가능한지 아니면 해결이 불가능한 것인지를 우선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해결이 가능하다면 해결을 하면 되고,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받아들이면 된다.
양원선 강사는 “지도자가 선수를 가르칠 때 문제에 부딪혔다면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선수는 조금만 더 관리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반면 ‘이 선수는 오랜 기간 여러 방법을 써도 안돼’라는 생각이 든다면 수용해야 한다. 지도자는 특정 선수 한 명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선수들을 케어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만 모든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다”고 표현했다.
양원선 강사는?
학력사항
캠브릿지대학원 최고경영자 코칭 과정 수료
모스크바국립대학교 국제경제학부 졸업
주요경력
전 라이나생명 TM교육팀 팀장
전 현대모비스 우주사업팀
전 현대산업개발 HR혁신팀 부장
현 데일카네기코리아 전문교수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2월호 'LEADERSHIP'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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