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중고생 12년후 반토막… 분교-폐교 속출한다
서울시교육청, 학령인구 첫 분석
인구 5% 감소때 학생수 47% 급감
구별 감소폭 편차 커… 대책 시급
초교는 분교-중고는 통폐합 추진
2035년 서울의 초중고 학생 수가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첫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서울 합계출산율이 0.59명까지 떨어진 가운데,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인구까지 늘어나면서 기존 전망치보다 훨씬 가파르게 서울 학생 수가 감소할 전망이다. 학생이 급감하면 학교는 통폐합되고 주변 지역도 점차 황폐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25개 자치구마다 감소 폭도 편차가 커서 교육 당국의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3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시교육청의 ‘학교급별 학령인구 변화 추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78만6880명인 서울 초중고 학생 수는 2027년 66만9000명, 2030년 56만1000명에 이어 2035년 42만100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시교육청이 통계청과 서울시의 기존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예상 취학률 및 진학률, 학생 전출입 전망 등을 고려해 보정한 수치다. 서울시가 불과 8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추산한 2035년 초중고 학령인구는 44만8864명이었다. 이번 시교육청 전망치는 그보다 2만7864명(6.2%)이나 더 적다.
시교육청이 매년 전망하는 ‘학생 배치 계획’ 외에 별도의 학령인구 추계를 낸 건 처음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가파른 출산율 저하 추이까지 반영한 것”이라며 “다만 중학교부터는 입시에 대비한 전출입이 활발해 정확한 추계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망치에 따르면 서울 인구에서 초중고 학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8.3%에서 2035년 4.7%까지 떨어진다. 2035년 서울 전체 인구는 약 895만 명으로 올해보다 5.1% 감소하는 반면 학생 수는 46.5%나 줄어드는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8.0%에서 28.4%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분교, 폐교가 속출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산술적으로는 올해 서울 초중고 1318곳(일반학교 기준) 중 약 613곳(46.5%)이 텅 비는 셈이다. 폐교와 같은 기존 교육 시설을 고령인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에 맞게끔 평생교육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교육청은 초등과 중고등으로 나눈 학교 재배치 ‘투 트랙 전략’을 검토 중이다. 통학 거리를 크게 늘릴 수 없는 초교는 소규모 학교로도 운영되도록 ‘서울형 분교’를 만들고, 적정 학생 수가 있어야 하는 중학교 이상은 적극적인 통폐합과 이전 재배치로 교육 수요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서울은 같은 학군에서도 학급 간 학생 수의 학교 간 편차가 크다”며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에만 서울 고교 3곳 문닫아… ‘지역 황폐화’ 막을 대책 시급
서울 초중고생 12년후 반토막
강남선 초등생-관악선 고교생 급감… 지역별 감소 양상 달라 대책 고심
폐교지역 인구 추가 감소 가능성
“학교 부지 주민시설로 재활용을”
3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까지 서울 성동구에서만 6개 중고교의 통폐합이 검토됐다. 도선고, 경일고를 통폐합해 현 행당중 부지로 이전하고, 행당중과 동마중을 통폐합해 현 도선고 자리로 옮기는 것이다. 성수중, 경일중 통폐합도 거론됐다. 왕십리 뉴타운 등 재개발 지역은 학교가 부족하고, 왕십리역 등 상업지구는 학생 수가 급감해 학교 재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폐교를 반대하는 인근 주민 반발에 논의가 중단됐다. 자녀 통학 거리가 멀어질 뿐 아니라 폐교된 지역은 학군 경쟁력이 떨어져 주민 이탈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초등 소규모 학교, 9년 새 35개→85개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내년 통폐합 예정인 서울 성동구 덕수고. 이 학교 일반 계열은 지난해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이전했고, 특성화계열은 경기상고와 통폐합될 예정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시교육청이 2035년까지의 자체 인구 추계를 낸 건 이처럼 주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린 학교 재배치 문제를 공론화해 장기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그동안 학생 급감은 지방의 문제로만 여겨졌는데 이제는 서울까지 직면한 셈이다. 서울에서는 2015년 금천구 홍일초를 시작으로 올해 광진구 화양초까지 5개 학교가 사라졌다. 내년에는 도봉구 도봉고, 성동구 덕수고(특성화계열) 등 3개교가 통폐합된다.
폐교 위기는 초등학교부터 시작된다. 시교육청의 ‘2023∼2027학년도 학생배치 계획’에 따르면 2018년 35개였던 서울 소규모 초등학교(학생 수 240명 이하)는 올해 62개에 이어 2025년 80개, 2027년엔 85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학생 수 1500명이 넘는 과대 초교는 17곳에서 5곳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 간 학생 수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똑같이 12학급인 서울 A공립중과 B공립중은 학급당 학생 수가 각각 11.7명, 19.7명으로 차이가 크다. 분양아파트에서 임대아파트 학생과 같은 학교 배정을 거부해 같은 학군에서도 학생 수가 10배씩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수가 너무 적으면 소집단 활동이나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지역마다 차이 커… 사립학교 통폐합도 과제
크게보기
초등학생은 강남 등 학군지의 감소 폭이 큰 반면, 중고교생은 그외 지역의 감소 폭이 컸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입시를 위해 삭생 인구가 이동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내에서도 자치구마다 학생 감소 전망치가 크게 차이 난다는 점도 시교육청의 고민거리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추계에 따르면 초등생의 경우 올해 대비 2035년에 강남구(감소 폭 49.2%), 강동구(48.1%) 등에서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고교생은 관악구(46.7%), 강북구(46.4%) 등에서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초등생 자녀를 둔 부부가 판교, 동탄 등 직장 근처로 옮기거나, 강남 집값이 부담스러워 경기도로 이주하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이후 자녀의 대입이 가까울수록 선호 학군지로의 이주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사립학교 통폐합도 골칫거리다. 퇴로를 찾는 사립학교도 적지 않지만, 학교법인 재산 처분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폐교가 검토됐던 서대문구 동명여중은 학부모 반대 응답이 94%에 달해 폐교 논의가 멈춘 상태다.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서울 사립학교 중에는 신입생 충원이 힘들어 경영 위기에 처한 학교가 많다”며 “사립학교 퇴로 확보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폐교가 지역 황폐화로 이어지는 현상 막아야
학생 수 감소는 학교 재배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가 사라지는 곳은 경제 기반이 쇠락해 추가 인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가 떠난 지역은 중산층 공백으로 빈곤화 우려가 있다. 서울 안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학버스 도입 등 폐교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재웅 한국공공건축학회 이사(전 서울시교육청 행정지원국장)는 “폐교 부지를 지역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설로 전환해 지역 인구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