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고도
詩 / 深川 김용수
서로 사랑하고도
우리는 끝내 같은 길을 걷지 못했네.
손끝이 닿을 듯 가까웠으나
운명은 우리를 멀어지게 했네.
달빛 아래 나눈 속삭임,
그 조용한 약속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조용히 스러져 갔네.
서로 사랑하고도
왜 우리는 이 길을 홀로 걸어야 했을까.
눈빛 속에 담긴 그리움조차
말하지 못한 채 돌아섰네.
봄이 오고, 꽃이 피어도
우리의 계절은 멈춘 듯
그날의 자리에서
아직도 머물러 있네.
서로 사랑하고도
함께할 수 없었던 그날을
이제는 마음 깊이 새기며
그대를 추억 속에 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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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상 평
서로 사랑하고도는 사랑했지만 결국 함께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고 있다. 시인은 운명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사랑을 조용히 회상하며, 아픔과
그리움을 아름다운 시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손끝이 닿을 듯 가까웠으나 운명은
우리를 멀어지게 했네’라는 구절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가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같은 길을 걷지 못했다는 점에서 운명의
장난과 이별의 숙명이 느껴진다. 또한 ‘달빛 아래 나눈 속삭임’과 ‘
시간의 흐름 속에 조용히 스러져 갔네’라는 표현을 통해 사랑이
점차 희미해지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이별 후에도 여전히 상대를 잊지 못하는 화자의 마음은 ‘봄이 오고,
꽃이 피어도 우리의 계절은 멈춘 듯’이라는 구절에서 더욱 강조된다.
봄과 꽃이라는 희망적인 이미지 속에서도 화자의 시간은 멈춰버렸고,
사랑했던 순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시인은 이별의 아픔을 승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마음 깊이 새기며
그대를 추억 속에 피우리라’라는 마지막 구절에서 볼 수 있듯, 떠난 사랑을
원망하거나 붙잡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로써
이별의 슬픔을 품격 있는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시인의 정서가 느껴진다.
이 시는 단순한 사랑의 아픔을 넘어,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하는
필연적인 이별과 그리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했으나
함께할 수 없었던 그 시간이 아프지만, 그 자체로도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