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나라는 참 덥습니다. 역대급 폭염에다 역대 열대야의 기록을 깰 가능성도 높습니다. 더위는 요즘만 기승을 부리는 것이 아니였을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선풍기니 에어컨이니 하는 문명의 기계들이 존재해 잠시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00년 초에는 어떠했을까요. 한반도는 예전부터 전쟁의 연속이었습니다.어느 분은 한민족의 특성을 은근과 끈기라고 표현했지만 저는 위기감과 바쁨의 흐름 아니였을까 생각합니다. 이민족들의 계속된 침략으로 한반도인들은 그야말로 편한 날이 없었을 것입니다. 밥도 그냥 물에 말아 훌훌 먹어버리고 하시라도 집을 떠나 피난갈 준비를 했을 것입니다.
여름도 참 더웠을 것입니다. 모기는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래도 여름은 그냥 그런 것일 거라고 생각하고 참고 견디었을 겁니다. 일제에 의해 강제 합병을 당한 그 후에는 또 얼마나 여름이 길고 피곤했겠습니까. 나라가 없는 민족이 겪는 그 참담하고 피곤하고 괴로움 심정을 해방후 79년이 되는 지금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난 뒤 집안의 남자는 군대로, 여자들은 위반부 등으로 끌려갔을테지요. 집에 남은 늙은 부모님과 어린 아이들은 그 더운 여름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참담함속에 세월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맞은 1945년 8월 15일 광복절. 당시 생존했던 한반도 백성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그냥 미뤄 짐작할 따름입니다.
그로부터 79년이 흘렀습니다. 나라가 갑자기 4분5열되고 있습니다. 남북이 분단된 것도 답답하고 서러운데 이제는 남한 즉 한국내에서도 그야말로 분열이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갈등 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갈등의 끝판왕이라는 한국입니다. 그래도 광복절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다지 분열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뭔가 하늘에서 폭격을 맞은 것처럼 뒤숭숭하고 어리둥절하게 하는 사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립기념관장을 이른바 뉴라이트라는 성향의 인사를 임명하고 그에 대한 지적과 질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시절 일제의 만행을 두둔하는 사상을 지닌 인물들을 한국 독립을 상징하는 중요자리에 임명하는 그런 요상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살벌했던 박정희 군사독재시절과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시절에도 감히 느끼지도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항에 엄청난 우려와 자괴감을 느낀 광복회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광복회는 정부가 주관하는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일제 강점기때 일제의 행위를 두둔하고 그들의 만행을 어쩔 수 없는 행위로 간주하는 그야말로 일제의 극우 수뇌부들의 사고를 그대로 이어받는 집단에게 한국의 독립과 독립정신을 맡길 수 없다는 그야말로 절박한 심정의 발로로 해석됩니다.
오늘 광복절은 한국의 역사이래 처음으로 분열된 상태로 진행됐습니다. 광복회가 주관하는 광복절 행사와 윤석열 정부가 간여하는 광복절 행사 말입니다. 한국은 오늘 남북에 이어 또 다시 둘로 갈라졌습니다. 사상적 내전이 일어났다는 표현이 맞을 듯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합니까. 이것이 단순한 진보와 보수의 갈등입니까. 광복회는 그야말로 순수한 보수의 상징입니다. 그런 광복회가 나서서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실로 시사하는 바가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극우세력 나아가 친일세력에 맞서 한국의 진정한 광복의 의미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입니다. 광복회장은 오늘 기념식에서 이런 행사가 분열의 시작이 아니라 더욱 단결하고 민족애를 공고히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나라의 광복의 기쁨을 되새기고 미래에 더욱 발전된 민족과 나라가 되기위해 힘을 합치는 그런 행사가 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입니다.
2024년 8월 15일은 정말 잊혀지지 않을, 정말 오래 기억되어야 할 날로 남을 것 같습니다. 진정한 광복의 의미와 일제 강점기의 처절한 실상을 더욱 새기고 더욱 강하고 더욱 투철한 민족정신 그리고 자주독립의 정신을 새기는 그런 날이 되는 참된 기념일로 새겨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민족의 독립과 민족의 앞날을 훼손하고 더럽히는 세력을 다시 한번 강한 정신으로 바라보고 응징하는 그런 날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2024년 8월 1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