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노래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들은 기억은 있습니다. 그런데 가사 내용을 보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더 큰 감동이 밀려들었습니다. 아 이런 노래였구나 싶은 것입니다. 가사가 가슴을 스며들었습니다. 어쩌면 음악보다는 그 가사에 더 감명을 받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어쩌면 노래 자체보다 바로 이 가사에 마음을 녹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 내용인즉 한 사람의 삶이 아닙니다. 그 때를 살던 사람들의 마음이고 삶이었습니다. 특히 어두운 시대를 살아야 했던 젊은이들의 방황을 담고 있습니다. 더 넓게는 광야 같은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어려운 희망을 긁어내야 하는 간절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타 하나 들고 우러러보던 가수를 찾아옵니다. 그런데 그 유명가수는 거의 반신불수가 되어 병원신세를 지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간병하던 또 다른 유명가수가 맞아주더니 노래 한번 불러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알아보았습니다. 꽤 쓸만한 그릇이라는 것을 감지합니다. 그리고 무대에 서볼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또한 다른 유명가수를 만날 기회도 가집니다. 당시 반전운동가이면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던 가수입니다. ‘조안 바에즈’ 그녀의 노래를 들은 기억도 납니다. ‘밥 딜런’보다 앞서 유명한 가수입니다. 둘은 노래로 마음이 맞더니 잠시 삶까지도 맞추기도 합니다. 콘서트 장에서도 두 사람의 화음은 관중을 매료시킵니다. 아름다운 화음은 노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세상에 음악과 노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슬퍼서 노래하고 반대로 기뻐서 노래합니다. 우리는 노래와 함께 살아갑니다. 난폭한 독재자도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인성과는 별개로 음악은 개인의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풍성하게 꾸며주는 역할을 하는 듯합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음악을 가까이 하며 살아갑니다. 더구나 가사 내용 들이 자기의 삶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친근해집니다. 노래는 한번 듣고 지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늘 귀와 입에 붙어있어 언제 어디서라도 맴돕니다. 시간이 지나도 남아있게 마련입니다. 유행처럼 지나가기도 하지만 그럴지라도 추억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이야기는 짧은 기간을 말하고 있지만 그 사이 밥에게는 두 여자가 가까이 지냅니다. 처음 아직 유명세를 타기 전에 ‘실비’를 알고 함께 지냅니다. 없어도 가난해도 서로 힘이 되고 의지가 됩니다. 그런데 조금 알려지고 조안과 함께 공연하며 화음도 환상적으로 만들면서 실비는 멀어집니다. 이미 알려지기 시작할 때 실비는 마음의 준비를 하였을 것입니다. 이 사람, 내게는 과하다 싶다는 생각을 하였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러나 실비가 밥의 마음에서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이 동시에 한 자리에 거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조안과 실비,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는 물론 밥에게 달려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밥은 애매하지요.
방송을 타고 레코드가 출반되고 밥의 이름 값도 조안에 못지않게 올라갑니다. 작곡 작사 노래까지 부릅니다. 자신의 이야기이며 당시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들으면 그냥 감동입니다. 잘 아는 대로 60년대 초중반 한창 핵전쟁의 위협으로 두려움 속에서 살던 때이고 월남전으로 시끄러웠던 때입니다. 사회적 불안 속에서 그냥저냥 살아가던 사람들의 마음을 적셔줍니다. 다른 한편 희망도 심어줍니다. 한 날의 괴로움을 노래에 실어서 날립니다. 위로가 되며 용기를 얻게 됩니다. 반항하며 또 적응합니다. 싫어도 떠날 수는 없는 세상, 그래서 기를 쓰며 이겨내야 합니다. 그 때 노래는 지친 마음을 다독여줍니다.
기존의 의식과 세계를 바꾼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한 개인의 인생 속에서도 전환기를 겪습니다. 어린 시절을 지나 사춘기를 맞고, 청년 시절을 지나 장년의 때를 맞습니다. 한참 지나 노년기로 접어듭니다. 바뀌는 때마다 신체적인 변화와 더불어 크고 작은 정신적 심리적 충격을 견뎌야 합니다. 사회가 바뀌고 시대가 바뀔 때도 한바탕 진통을 겪게 마련입니다. 크게 국가적 혼란의 때를 지나야 하든지 사회적 갈등의 때를 지나야 합니다. 종교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대교에서 기독교(천주교)로, 천주교에서 기독교로 넘어갈 때마다 이단시비를 겪어야 했습니다. 결국은 공존하게 되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랐는지 역사가 말해좁니다.
일반적 포크송에서 전자기타 음악으로 바뀌자 사람들이 아우성치며 반대합니다. 그러나 군중의 반항을 이겨내고 밥은 밀어붙입니다. 어쩌면 당시 젊은이의 반항 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시대를 넘어 발전하며 성장하는 것이지요. 변화의 때 그 고통을 이겨내지 아니하면 새로운 시도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밥 딜런의 음악은 음악 그 자체보다도 가사 내용이 더욱 감동을 줍니다. 그리고 조안 바에즈와의 화음은 말 그대로 환상적입니다. 티모시 살라메와 모니카 바바로, 배우들의 연기지만 실제 그 당시 밥 딜런과 조안 바에즈의 화음도 이만큼 아름다웠을까 싶습니다. 영화 ‘컴플리트 - 언노운’(A Complete Unknown)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