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은 우리나라에서 기념하고 있는 여러 가지 기념일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조선의 왕조가 부패하고 무능한데다 사대부 양반이라는 최고위층 관료세력이 역사에 대한 소명의식도 없이 오직 자신의 출세와 가문의 보전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겼다. 그리고 9년 만에 전 민족이 궐기했던 날이다.
1919년 3월1일 열화 같은 만세운동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왜놈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유관순 열사가 어린 학생의 몸으로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를 부르다가 서대문 감옥에서 죽어야했던 것도 이 때다. 이 만세운동에는 33인의 주동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들 중에는 후일 친일파로 변신한 인물들도 적지 않으니 논외로 치자. 그러나 천대받고 가난한 백성들은 너도나도 옥양목 찢어 태극기를 만들어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3월1일 시작한 만세운동은 그칠 줄 모르고 4월, 5월까지 이어갔으며 해외에서도 동포들의 궐기가 잇따랐다. 이 거대한 백성의 힘에 떠밀려 한성정부가 생기고 상해임시정부가 발족했다는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이 운동으로 독립을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그 뒤 연면히 계속된 광주학생운동, 6.10만세운동 등의 바탕이 되었으며 국제적으로 ‘조선’의 위치를 널리 알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요즘은 좀 시들해졌지만 3.1절이 되면 전국의 각급 학교들이 모두 경축행사를 벌이고 먼저 가신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묵념을 올리는 것이 후손들이 지켜야 할 도리로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금년 3.1절은 87회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도 이렇다할 홍보도 없이 의례적인 행사로 끝마쳤다. 독립운동이나 선열들을 기념하는 것은 ‘국정홍보’가 아니어서 별로 챙길 것이 없었다는 것일까. 아닌 게 아니라 이해찬 국무총리가 그 모범(?)을 보였다.
아침 일찍 부산으로 날아가 하루 종일 골프장에서 라운딩했다는 보도가 터졌다. 더구나 함께 골프를 즐긴 사람들은 불법정치자금 제공자로 알려져 결국 총리직 사퇴가 기정사실화됐다. 물론 대통령이 외유에서 돌아온 다음 결정한다는 유보상태라고 하지만 국민여론이 너무나 싸늘해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듯하다.
이런 판국에 이 나라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김진표 교육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엉뚱하게 이총리의 골프를 변명한다고 하면서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1절 골프가 적절한 것이냐 라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같은 장소, 같은 시기에 등산을 하면 우리 사회에서 아무도 시비를 안 하던데 왜 골프를 하면 반드시 문제가 될까”라며 이 총리를 변명했다.
여기서 필자는 김부총리가 경제부총리 시절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한 상황에서 2박3일 동안 제주도에 골프휴가를 다녀와 구설에 올랐던 일을 상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골프를 예찬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골프파동은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3.1절은 제쳐두고라도 철도파업이 시작된 당일이다. 전국의 물류가 끊기고 여객들의 발이 묶인 날이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현장을 지휘하지는 못할망정 총리실에서 보고라도 받아야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단 말인가.
아무리 총리 밑에서 장관을 하는 사람이지만 상관을 두둔할 일이 따로 있지 골프인구 200만 운운하며 오히려 골프장을 많이 지어야 한다는 답변을 하다니 한심스럽기만 하다. 더구나 등산을 하면 시비를 안 한다고 하는 데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낙산사가 타거나, 태풍 매미가 상륙하거나, 철도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날 국정의 주요 책임자가 골프를 안 치고 등산을 갔다고 하면 과연 아무런 말도 듣지 않았을까.
아니다. 그런 중대한 일이 있을 때에는 공직자는 제 자리를 지켜야 한다. 요즘 같이 통신시설이 좋을 때에는 어디에 가 있더라도 연락은 된다. 지시를 할 수도 있다. 그것으로 임무를 해태한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 김부총리는 착각을 해도 너무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또 “어떤 운동을 한 것이 옳았느냐 하는 것은 각자 보기에 따라 다르다”고 강변했는데 등산과 골프를 그렇게 단순 비교하는 그의 상식이 의심스럽다.
골프인구가 200만이라지만 등산인구는 전 국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로 내기하는 사람은 있어도 등산으로 내기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골프는 꽤 많은 돈이 들지만 등산에는 별 돈이 안 든다. 운동량을 따져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교육부총리라는 사람이 견강부회로 갖다 붙이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말하다니 등산 애호가로서 불쾌하다. 끝으로 일본은행에서는 골프 싱글이 대부를 신청하면 대출을 안 해준다는 얘기를 전해주고 싶다. 본업보다 골프에 더 열중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기피대상이다.
첫댓글 공직자는 일반인과 달리 직위와직책을 국가로 부터 부여받았습니다 .항상 처신을 잘하여 국민으로 부터 신뢰를 받아야 할것입니다 .전대열 선배님의 좋은글 감사합니다.건필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