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내린 비로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취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는 가을이란 계절의 변화보다 하반기 리크루팅 시즌이 돌아왔음이 더욱 크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께 저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08년 2월 졸업하여 현재 한국기업평가에서 근무하고 있는 03학번 김미희입니다. 저희 회사가 생소하실 분들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직 입사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지만, 제가 알고 느낀 범위 내에서 저희 회사 및 채용과정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어떤 곳인가?
한국기업평가는 한국신용평가, 한신정평가 등과 함께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입니다. 사업부문은 크게 신용평가부문, 특수평가부문, 솔루션부문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제가 속해있는 신용평가부문을 위주로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용평가’라는 말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이기에 ‘신용평가기관이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라고 의문을 가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간략히 설명해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나 기업어음 등을 발행할 때 금리가 결정되어야 하는데 이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가 해당 증권의 등급입니다. 저희 회사에서 하는 일이 바로 발행될 증권의 적시 상환가능성 혹은 발행자의 전반적인 상환능력을 평가하여 등급을 부여하는 일입니다. S&P, Moody’s, Fitch Ratings 등의 해외 신용평가기관들에서 하는 업무를 국내에서 담당하는 기관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조금은 빠르실 것 같습니다.
채용과정
서류전형 > 필기전형(인적성 및 논술) > 토론 및 실무면접 > 영어 및 호프면접 > 임원면접
1) 서류전형
기본적인 인적사항의 입력과 자유형식의 자기소개서 작성으로 나누어집니다. 인사부서에 계시던 분께서 주신 정보에 의하면 인적사항에 작성하는 항목별로 점수가 부여되어 어떤 기준 이하 시 걸러내는 방식을 취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평점이 B 이상만 되면 서류 탈락 대상은 아니며, 토익성적, 인턴경력, 봉사활동 등의 요소가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특정 한 가지 요소에 대해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량 외에는 정해지는 것이 없으므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솔직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저희 업무 중 상당부분이 글을 쓰는 형태로 진행되므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도 중요한 판단 기준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2) 필기전형(인적성 및 논술)
ü 인적성: 여타 기업들에서 보는 인적성 검사 유형과 매우 유사합니다. 영역별로 10여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해당 시간 내에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언어, 수리, 논리 등의 영역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ü 논술: 2개의 질문이 주어지고 그 중 1개를 택해 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흔히들 경제나 재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할 것이고, 저 역시 그러했지만 정말 의외의 질문이 나와서 내심 안도하였습니다. 제가 선택했던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구가 멸망해 새로운 별로 이주를 하려고 한다. 한 사람 당, 물건의 크기는 상관없이 3개의 물건만을 가져갈 수 있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이며 왜 그러한가?’
또 하나의 질문은 리더십에 관한 것이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저는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물건 3가지를 고르고 각각의 의미와 향후 제 삶에 있어서의 의의를 서술했습니다. 질문을 보고 아셨겠지만 정답이 없는 질문들입니다. 얼마나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3) 토론 및 실무면접
ü 토론면접: 8명 한 팀으로 진행되며, 2개의 조로 갈라질 수 있는 주제가 주어집니다. 면접자들은 실무진으로 구성되고, 7분 정도가 계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희 팀의 주제는 ‘환율이 상승할 것인가, 하락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 전년도에는 저출산, 금리 등이 주제였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는 미리 주제가 주어졌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면접할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주어졌습니다. 면접의 형식이나 주제의 성격 등은 매해마다 바뀌는 부분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희 팀의 경우 시작할 때 사회자를 한 명 정하고 나머지 사람들끼리 입장을 나누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종이 및 필기구와 함께 생각할 시간이 1분 정도 주어진 후,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ü 실무면접: 2명이 1조를 이뤄 들어갔습니다. 토론면접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며, 면접자도 동일했습니다. 먼저 토론면접에서 나온 내용들을 정리하여 간단히 프리젠테이션 한 뒤 개별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토론면접을 진행할 때 메모를 하는 편이라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습니다. 개별질문에서는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 질문들과 함께 논리적인 답변이 요구되는 질문도 주어졌습니다. 저는 현대자동차가 고급화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저가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면접자께서 제 의견을 반박하셨을 때 저는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면서 동시에 나름대로 저의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였습니다. 사실 어떤 입장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므로 자신이 택한 입장에 대해 상대방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4) 영어 및 호프면접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면접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즉 당락의 결정을 위한 전형이라기보단 확인 정도의 차원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ü 영어면접: 가벼운 주제의 질문이나 회사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습니다. 대답의 내용 자체를 위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얼마나 영어로 대답할 수 있는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주 뛰어난 영어실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문법이나 발음에 지나치게 신경쓰기보단 적극적인 자세로 의사소통 하고자 한다면 대부분 통과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ü 호프면접: 실무에 몸담고 계신 선배님들과 간단히 맥주 한 잔 하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입니다. 면접의 성격보다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비교적 편하게 여쭤볼 수 있는 시간이므로 면접자분들께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전형의 일부인 만큼 바른 태도를 갖추는 것은 중요하겠지요. 이 점은 비단 호프면접뿐 아니라 전 과정에 모두 해당되는 내용일 것입니다.
5) 임원면접
임원면접은 여타 기업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6명 정도의 지원자가 함께 들어가서 약 1시간 정도 면접을 보게 됩니다. 면접자로는 사장님 및 본부장님들께서 들어오십니다. 대부분 자기소개서 위주의 질문이며, 압박면접의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몇몇 지원자에게는 영어질문을 하시기도 하는데 자기소개 등과 같이 굉장히 일반적인 수준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번 상반기 리크루팅에서는 ‘영어 및 호프면접’ 대신 1박2일의 합숙면접을 실시하였습니다. 제가 직접 참여하지 않아 자세한 정보는 드릴 수 없지만 기존 영어 및 호프면접과 비슷한 취지에서 실시되는 것으로 스포츠 및 레크레이션 활동 등을 통해 지원자의 인성적인 면을 판단하는 과정이며, 이번 지원자들 중에서도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당 전형을 통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치며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 드리며, 마지막으로 한국기업평가가 가지는 장점들에 대해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더 잘 맞는 곳이 있고,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한국기업평가는 장점이 훨씬 많은 조직인 것 같습니다.
그 첫째는 다양한 배움의 기회와 성장가능성입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커리어를 펼쳐가고 싶으신 분들께 첫 직장으로서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라 생각됩니다. 신입사원에게 주어지는 권한과 책임이 큰 만큼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고, 자신이 의지만 있다면 공부할 수 있는 자료들이 무궁무진합니다.
둘째는 조직 운영체계가 합리적이라는 점입니다. 가령 시간관리의 융통성이나 상하간의 의사소통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저희는 업무 상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많은데, 업무의 기한이 정해지면 그 안에서 업무를 끝내는 것은 개인의 몫입니다. 즉, 시간 내에 주어진 업무를 해낼 수 있다면 그 시간은 본인이 굉장히 융통성 있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회의나 토론 중에 의견이 있다면 직책에 상관없이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 의견이 논리적으로 옳다면 대부분 수용되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는 굉장히 수평적인 조직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입니다. 신용평가라는 업무 자체가 주는 느낌은 왠지 차갑고 딱딱할 것 같지만 한국기업평가라는 조직 내에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좋은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챙기고 아껴주며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이런 점이 제가 첫 직장에 적응하는 데에는 큰 힘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훌륭한 연세인 여러분께서 저희 회사에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지원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족하나마 성의껏 적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잘 맞고, 즐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남은 시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여 후회 없는 선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