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폭력 사범에 대한 벌금 기준을 2배 가량 높이고, 음주·무면허로 운전하다 사망사고를 낸 사람에 대해서는 합의를 하더라도 구속수사를 하는 등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대검찰청 강력부(윤갑근 검사장)는 폭행·상해·협박 등 폭력사범에 대한 벌금기준 엄정화 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폭력사범 벌금기준은 1995년 이후 20년 가까이 변화가 없었다. 검찰은 그동안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랐고 법원의 환형유치(벌금 미납시 노역 대체) 금액도 지난 3월부터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오른 현실 등을 반영해 이번에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폭력사범 중 75% 가량이 50만원 이하의 '가벼운 벌금'만 물고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낮은 처벌 등으로 인해 폭력사건은 연간 35만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범죄 가운데 15.4%에 달할 정도다. 이에 따라 사회 전반에 만연한 폭력 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벌금을 올려야 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새 기준은 객관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단계별 분류 방식을 도입했다. '경미한 폭행'에 대한 벌금 기준은 50만원 미만∼100만원 이상,
'보통 폭행'은 50만원 이상∼200만원 이상, '중한 폭행'은 100만원 이상∼300만원 이상이다.
검찰은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표준 사례'도 예시해 기준에 담았다.
폭행의 경우 피해자가 술값을 내지 않고 오히려 욕설을 했다면 참작 사유가 있다고 보아 벌금 50만원이 적용될 수 있다. 지하철에서 떠들다가 이를 지적하는 사람에게 되려 "웬 참견이냐. 너 나한테 죽었다"며 협박한 경우 '보통' 수준이지만 특별히 참작할 사유는 없어 벌금 200만원 이상이 매겨진다. 행인에게 무작정 시비를 걸고 온몸을 수십회 이상 때린 '묻지마 폭행'이라면 비난 요소가 높고 죄질이 무거워 벌금 300만원 이상이 부과된다.
상해의 경우 2주 치료를 기준으로 이보다 기간이 길면 초과한 주당 30만원(경한 폭행), 50만원(보통), 100만원(중한 폭행)씩 가산된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면 벌금액은 2분의 1로 줄어든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6월 1일 도입한 '폭력사범 삼진아웃제'도 철저하게 시행해 폭력사범 근절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진아웃제란 최근 3년 이내 폭력으로 인해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을 2차례 넘게 받은 전과자가 다시 폭력을 저지르면 원칙적으로 구속 기소하는 제도다. 검찰은 삼진아웃제 시행 이후 1년간 상습 폭력사범 1만1282명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으며, 이 가운데 1418명을 구속 기소했다. 삼진아웃제 시행 이후 폭력사범은 36만9779명이 입건돼 전년 동기보다 2.8% 감소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다음달 1일부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1가지 단서조항을 위반해 피해자가 사망한 때에는 합의나 피해배상액 공탁 여부와 관계없이 운전자를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대상은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을 비롯해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속도 20㎞ 초과 과속 △앞지르기·끼어들기 금지 위반 △철길 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횡단보도 사고 △보도 침범 △승객추락 방지의무 위반 △어린이보호구역 내 시속 30㎞ 초과운전 등이다.
이들은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받는 중과실에 해당하는 경우지만 그동안 구속된 경우는 드물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관할지역에서 이같은 단서 조항을 위반해 사망사고를 낸 26명 가운데 6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그나마 4명만 영장이 발부됐다.
또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이 선고한 교통사고 사망사건 82건 가운데 실형은 4건에 불과했다. 51건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됐고 나머지 27건은 검찰이 약식기소해 정식으로 재판을 받지도 않았다.
검찰은 단서조항 위반의 경우 재판에서도 구형량을 현재보다 1년 이상 늘려 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러 개의 단서조항을 한꺼번에 위반했거나 사망자가 2명 이상인 때에는 한층 더 가중해 구형하기로 했다.
검찰은 음주운전이 예상되는데도 술을 팔았거나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 차에 함께 탄 사람에게는 방조 혐의를 적용해 적극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인명사고를 내더라도 법적으로 과실에 해당하면 피해 정도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인식이 퍼져 사망사고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과실범을 관대하게 처분하는 관행을 개선해 중과실의 경우 고의범에 준해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침은 우선 서울중앙지검 관할지역인 강남·서초·관악·동작·종로·중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만 적용되지만, 실효성을 거둘 경우 다른 검찰청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