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섭 형님이 동강초100년사 단톡에 월파 서민호 공부 안내를 올렸다.
더러 아는 얼굴도 있어 조심스레 참가하겠다 한다.
전문화원장이신 문석 형님도 계셔 마음이 무겁다.
동강문화관 주차장에 가보니 차가 가득해 보건소에 두고 장날 북적이는 시장을 지난다.
약속시간보다 15분이나 늦어 참석자들이 죽산재 마루에 앉아 잇고
차례대로 자기 소개를 하고 있다.
담밖을 돌며 얼굴을 살피고 살짜기 들어가 박인규 선생 뒤에 앉는다.
최경필 선생까지 소개가 끝나고 병섭 형이 날 부른다.
마륜에 사는 퇴직교사라 짧게 말하고 앉는다.
모두 일어나 뒷쪽 서화일의 무덤으로 옹색하게 올라간다.
병섭 형의 설명은 자세하다.
꺠끗한 앞면의 비문에 비해 뒷면은 이끼가 끼었다.
끝에 보니 정만조가 짓고 오세창이 글씨를 썼다.
당시의 내로라 하는 최고의 명사들 작품이다.
고인의 재력에 월파 서선생의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상규 형이 전화를 받더니 문석형이라 말한다.
난 겁이 나기 시작해 도망칠 궁리를 한다.
옆무덤에 난 노랑 솜방망이를 찍고 살짜기 터진 철망을 넘는다.
몇의 눈길이 느껴지지만 얼른 마삭줄 가득 깔린 짐승의 길을 따라
연푸른 숲으로 사라져간다.
가시나무가 없어 오를만하다. 신발이 젖는다. 잠깐 오르니
노동산을 둘러 오르는 아마매트 깔린 길을 만난다.
병섭형께 급한 일이 생겨 조용히 빠져 나왔노라고 문자를 남긴다.
면민의 비와 충혼탑의 내용과 방명자들의 이름까지 앞뒤로 돌아가며 다 읽는다.
어느 비오는 날 우식이와 강윤이가 잡아와 작은 개를 삶아먹었던 정자는 이름이 세심정이다.
난 여기서 아이들 데리고 와 현충일 참배를 했고,
스카우트 활동으로 현수와 최한섶 짝이 다리잡고 손뼉치며 돌기게임에 이기고 나서 한섶이가 기절한 일도 있었다.
대인식당 형수같은 여성이 몇 바퀴째 돌고 있다.
천천히 임도길을 돌아 내려온다.
차들이 떠난 죽산재 앞을 확인하고 담밖에서 죽산재르르 보고 내려와 비석을 본다.
의자에 둘러싸인 동백나무는 아래에 빨간 꽃으로 바닥을 덮었다.
두방산에 갈까 하다가 조망도 없을 듯해 집에 와 밥을 차려먹고
범재등으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