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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188회>
신검의 혁명동참이 확정되자 능환과 능애는 실질적인 쿠데타작업을 위해 군부장악에 들어가고 늦은 밤 비밀리에 병부를 찾은 신덕의 군대는 총사 박영규를 감금시킨다. 한편, 백계산의 경보는 고려의 신료들에게 고려의 황제 왕건이 삼한통일의 주인이 될 것임을 예시하고... 늦은 밤 반란군의 동태를 모르는 견훤이 신검을 불러 부자간의 회포를 나누는 시각 황궁을 점령한 혁명군들은 황도로 달려온 양검과 용검의 1만 대군과 내응하여 황도를 점령하기 시작하는데...
씬 백제 황궁 외경 (밤)
씬 동 대전 안
견훤은 등창이 아픈 듯 찡그리며 자꾸 손이 가고 있다. 그리고 긴 고통의 한숨을 내쉰다. 이마에 진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있다. 문 입구에 대전내관이 허리를 숙이고 서 있다. 견훤이 서성거리며 보다가 나가 있으라 손짓을 한다. 대전내관이 얼른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질해 나가는데...
견훤 태자의 처소에 다녀왔다고 했더냐..?
대전내관 예, 폐하. 폐하의 영을 전하고 방금 전에 돌아왔사옵니다.
견훤 무얼하고 있더냐..?
대전내관 사랑방에 홀로 계셨던 것으로 아옵니다.
견훤 그래... 혼자 있었다...? 술을 마시고 있더냐..?
대전내관 자세히는 모르오나 그런 것도 같아 보였사옵니다마는...
견훤 그래.. 고통스럽기도 할 게다.
대전내관 .............. (눈치를 본다)
견훤 저도 인간이라면 어찌 편안할 수 있을꼬...? (사이) 알지, 나도 제놈 마음을 알지... 나가보거라.
대전내관 예, 폐하. (막 나가는데)
견훤 아, 참.. 잠깐..
대전내관 예, 폐하. 말씀하시오소서.
견훤 수라간에 일러서 어주상을 좀 마련해 들이라 하거라. 지금 당장... 술잔을 두어 개 얹어서 말이다. 우리 부자가 좀 마셔야겠다.
대전내관 예, 폐하.
대전내관이 그렇게 급히 물러간다. 견훤은 계속해 서성거리며 중얼거린다.
견훤 속이 탈 게야. 그리고 이 아비를 원망도 할 게야. 황제의 자리를 줄듯 말듯 하다가 결국은 황도를 쫓겨나는 제놈 마음이 어떻겠는가...? 알 것은 같아. (사이) 하지만 국가의 만년대계를 위한 결심이다. 결코 인정으로서 할 일이 아니지 않는가..? 내가 어떻게 세운 제국인가...? 신검이는 너무 성정이 급해. 사려가 깊지 못해. 어쩔 수 없는 결심이었어. 이제 정확하게 끝내는 일만 남은 것이야. 암... 술이나 한잔 따뜻하게 주어서... 보내는 것이야. 그래도 부자의 정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씬 신검의 처소 외경
처소 안팎을 경계하는 군사들의 모습이 부쩍 늘어나 보인다. 상애가 부장들을 이끌고 궁성 안의 경계를 순검하며 지나치고 있다.
상애 너희 부장들은 경계를 소홀히 해서는 아니 된다.
부장들 예, 장군.
상애 폐하께서 계시는 대전은 물론이거니와 저쪽 태자분들이 계시는 곳과 이곳 신검 태자님의 처소도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 못하도록 하라. 너희들은 나의 명령만 들으면 된다. 지금은 국가가 비상사태에 접해있느니라. 그리고 명심하라. 이 나라 황성을 지키는 수비군의 군권은 박영규 장군이 아니라 신덕 장군이시다. 알겠느냐..?
부장들 예, 장군.
상애 항시 군사를 대기토록 하라. 즉시 움직일 수 있도록 말이다. 언제 어떤 명령이 떨어질 지 모른다. 정신을 바짝 차리라는 말이다.
부장들 예, 장군.
씬 동 처소 안
다 가버렸다. 신검이 혼자서 타오르는 촛불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그는 불안하게 떨리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다. 능애와 능환의 표정들이 살아 올랐다가 사라진다.
능환 (에코) 태자마마, 역사를 가늠하시는 중대한 결심을 주셨사옵니다. 이 혁명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옵니다.
능애 (에코) 도둑맞을 뻔한 옥좌를 찾으실 것이옵니다. 강주와 무주에서도 출병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능환 (에코) 망령이 드신 폐하는 안전하게 모실 것이옵니다. 염려치 마시오소서. 이 혁명은 황후마마께서 인증하시었고 신료들이 받들어 뫼시어 동참하였음을 백성들도 알게 될 것이옵니다.
신검은 그러나 도리질을 한다. 긴 한숨을 내쉰다. 밖에서 헛기침소리가 들리고 집사가 말해 온다.
집사 (소리) 태자마마, 대전으로 출행하실 준비가 되었사옵니다.
신검 ...................
집사 (소리) 태자마마, 대전으로 납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사옵니다. (사이) 태자마마.... (사이) 태자마마.....
신검 오냐. 기다리거라. 곧 갈 것이다.
신검은 대답하며 긴 한숨을 한번 더 내쉰다. 그리고 입술을 굳게 앙 다문다. 그리고 일어선다. 그 표정에서....
씬 동 신검의 처소 밖
신검이 방안에서 밖으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기다리던 집사와 부장 둘과 함께 자신의 별궁을 나선다.
신검 가자...
그들 예, 태자마마.
그들 그렇게 궁안 길을 지나쳐 가는데 저만큼 상애가 부장들과 있다가 신검을 보고 군례를 올린다. 신검이 잠시 주춤하여 보다가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간다. 그들의 표정에서...
씬 황후전
박씨가 초조와 긴장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박씨 신검 태자가 대전으로 가고 있다고...?
이상궁 예, 황후마마.
박씨 대전으로 간다.... 대전으로....? 어쩌면 그것이 다 끝일 수도 있지. 이 밤이 말이야.
씬 고비전 외경
방 안의 불빛이 밝다.
씬 동 고비전 안
고비도 초조하고 긴장스럽다. 최상궁이 시립해 있다.
고비 신검 태자가 대전으로 불려갔다...? 이 밤에....? (사이) 하긴 내일이면 떠날 사람이다. 이 황도를 떠나 삼 년 동안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 그래도 부자사이가 아니신가..? 이 밤중에 불러서 몇 말씀하시려는 게지. 그리고.... 이제 이 나라의 황제는 금강이라는 것을 말씀해 주시겠지... 그러실 게야. 이제 다 끝났다. 모든 것이 이미 끝났다. 호호호.....
씬 병부 외경
이곳에서도 군사들의 경계는 삼엄하다. 이동하거나 오가는 군사들의 무리들로 병부의 활달한 모습을 보여준다.
씬 동 병부 안
금강과 박영규와 그 막료들이 모여 앉아 있다. 이들도 모두 굳어 있다. 애술, 김총, 파달, 상귀, 신덕의 모습도 보인다.
박영규 내일은 신검 태자께서 이 황도를 떠나시어 순행길에 오르십니다.
모두들 ............. (면면이 지나간다)
박영규 요즘 시국이 어수선 하오이다. 우리 군부는 폐하의 영을 받들어 이 황도는 물론이고 전국의 군대를 감찰하고 주관하는 곳이올시다. 각자 모두 군의 명령을 충실히 지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바랍니다. 아시겠습니까?
모두들 예, 총사.
그 중에서 금강이 묘하게 신덕을 본다. 그러다 시선이 마주친다.
금강 신덕 장군....?
신덕 예, 태자마마.
금강 나는 지금은 이 군부의 부총사이지만 곧 황궁의 자리로 되돌아 갈 것이외다. 아바마마께서는 그 어느 분보다도 신덕 장군의 이야기를 많이 하셨소이다.
신덕 허허허...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태자마마...?
금강 그저 그렇다는 이야기이올시다. 내일 아마도 장군께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오.
신덕 그렇사옵니까..? 고맙사옵니다, 태자마마.
박영규 그리고.... 이 중 몇 분은 그 동안 여러 전장터에서 노고가 크시었기로 잠시 쉬라시는 칙령이 계셨소이다.
모두들 ............?
박영규 신덕 장군과 파달 장군, 상귀 장군 세 분은 군직을 잠시 놓고 쉬시도록 하십시오.
세 사람 ............... (꿈틀한다)
신덕 소장보고 쉬라 하시다니요..?
금강 허허허.. 폐하의 명이라 하지 않습니까?
파달 하긴 뭐, 군령이라면 따라야지요. 아니 그렇사옵니까?
상귀 허허허... 암요.. 군대에서 군령만큼 무서운 것이 어디 있습니까?
신덕 옳은 말이올시다. 쉬라면 쉬어야지요.
신덕은 차갑게 미소지으며 잠시 눈을 감는다. 박영규는 말을 잇는다.
박영규 오늘부터 전 군이 긴급 비상훈련에 임할 것이오. 장수들은 소속된 군의 통제권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시오. 수시로 명령의 이행을 점검 받게 될 것이오.
애술 총사...
박영규 말씀하시지요.
애술 신검 태자께서 황도를 떠나시는 것은 백성들의 인심을 알아보기 위해서라 들었습니다. 헌데 왜 그것과 때를 같이 해서 이 밤중에 갑자기 장수들을 소집하고 훈련을 하는 것입니까?
금강 훈련이 어디 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애술 뭐 그렇기는 하옵니다마는....
김총 이렇게 되면 세분 태자분이 모두 황도를 나가시게 됩니다. 백성들이 좀 의아해 할 것 같사옵니다마는...
금강 뭐가 의아하다는 말입니까? 지방을 지키고 백성들의 인심을 보는 것이 태자들의 임무이올시다.
김총 아, 예 뭐....
박영규 아무튼 내일부터 계속해 한동안 군을 점검하고 단속하게 될 것입니다. 지휘 장수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군령을 위반하지 않도록 해주시오. 군령은 바로 칙령이오. 아시겠소이까?
모두들 예, 총사.
씬 능환의 집 외경
군사들의 경계가 삼엄하다.
씬 동 집 사랑
능환과 영순, 능애가 모여있다.
능환 지금 신검 태자께서는 대전으로 불려가 계신다 합니다.
능애 부자분간에 마지막 회포를 풀고 계시겠지요. 이 밤이 끝나면 다 끝나는 걸로 알고 계시니까요.
영순 그렇사옵니다. 이제부터 행동을 시작했다 보아야 할 것이옵니다. 폐하께서도 그러하시고... 또 혁명군의 총사를 허락하신 신검 태자마마께서도 그러하시고 말이옵니다.
능애 지금 군부에서는 비상 회의가 계속되고 있다 합니다. 전 장수들이 소집되어 불려갔다 합니다.
능환 이미 그럴 줄 다 계산하고 있었소이다. 그 때문에 신덕 장군이 이미 병부로 가기 전에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끝내고 갔소이다.
능애 오, 그렇습니까..? 허나 어쨌든 군부는 저들이 쥐고 있소이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능환 신덕 장군은 이미 박영규 장군이 군의 통수권을 맡을 때부터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장군은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올시다. 금강 태자 또한 그러하구요.
영순 사실이 그러하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군부는 확실하게 신덕 장군이 통제력을 쥐고 있사옵니다. 이미 어떤 조치가 취해지고 있을 것이옵니다.
능환 그럴 것입니다. 무주와 강주에서도 이미 군대가 떠나고 있을 것이에요. 내일 저녁이면 황도밖에 도착할 것입니다. 이제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게 되었소이다. 역사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소이다.
끄덕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씬 길
밤길을 양검의 대군이 몰려오고 있다.
양검 서둘러라. 도대체 정읍이 얼마나 남았느냐...?
부장 다 와 가옵니다.
양검 그러면 곧 아우를 만나게 되겠구나. 이미 오늘 같은 날이 있을 줄 알아서 군대를 전진배치 해놓은 것이 그나마 시간을 벌었다. 아우도 정읍에 다 와 가겠지..?
부장 예, 장군. 이미 오래 전에 무주성을 떠나셨다 하니 가까이 이르고 계실 것이옵니다.
양검 그래... 우리 형제의 군대가 도합 일만이 넘는다. 신검 형님께서 혁명을 일으키셨다. 우리 군대는 따라서 혁명군이 되는 것이다. 장졸들에게 이 점을 분명히 알렸느냐?
부장 예, 장군. 그리하였사옵니다.
양검 그래, 이제 곧 천하가 바뀔 것이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다 끝났을 일인데... 왜들 이리 머뭇거렸단 말인가? 금강이 이놈.. 감히 형들을 해하려 하다니... 죽일 놈 같으니...
양검이 모질게 말을 뱉는데 또 한쪽에서 횃불을 들고 숱한 군마가 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부장이 가리키며 말한다.
부장 태자마마, 용검 태자마마 같사옵니다.
양검 오, 드디어 왔구나... 용검이가 맞다. 하하하.... 든든하구나. 혁명군이 아주 든든해 보인다.
그렇게 그들의 군대는 조우한다. 점차 가까워지면 용검이 군례를 올린다.
용검 형님, 용검이옵니다. 신검 형님께서 보내신 밀지를 받고 급히 무주에서 달려오는 길이옵니다.
양검 수고했다. 나도 오늘 같은 날이 있을 줄 알고 군대를 전진배치 해놓았다가 형님의 영을 받고 급히 오는 길이다. 아마도 우리가 오는 것을 알면 매우 든든해하실 것이다.
용검 그럴 것이옵니다, 형님.
양검 가자... 달빛이 아주 좋구나. 오늘이 삼월 보름인 모양이다. 달빛이 아주 좋아.
용검 그러게 말이옵니다. 하하하... 서둘러야겠사옵니다. 형님과 이찬을 비롯하여 많은 신료들이 기다린다 하였사옵니다.
양검 오냐... 길을 재촉하자꾸나. 부장들은 길을 재촉하라.
부장들 예, 태자마마. 길을 재촉하랍신다. 서둘러라... 길을 재촉하라...
양검 참으로 신검 형님께서 대단한 결단을 하셨다. 진작 그리하셨어야지. 그 어린 아이에게 계속 농락을 당하고 망신을 당하지 않으셨느냐? 금강이, 이놈...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놈이야.
용검 금강 아우야 그런다 치더라도 아버님은 또 어찌하실 것이옵니까?
양검 그러게 말이다. 그 점이 마음에 걸린다마는 이미 시작한 일이야 아니냐? 다 방법들을 세워놓았을 것이다. 어서 가자.
용검 예, 형님.
그렇게 가는 그들 형제들의 표정에서...
씬 백제 황궁 외경
씬 동 대전 밖
상애를 비롯한 군사들의 경계가 삼엄하다. 대전에 불이 밝다.
견훤 (소리) 자, 한잔 더 들어라.
씬 동 대전 안
견훤이 술을 따르고 있다. 신검이 마주 앉아 받아 마신다. 견훤도 마신다.
견훤 우리 부자가 이렇게 오롯이 둘이 앉아서 술을 함께 마셔본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구나.
신검 예, 아바마마.
견훤 벌써 여러 잔을 마셨는데도 오늘은 별로 취하지가 않는구나.
신검 소자도 그러하옵니다.
견훤 하하하... 그러하냐..? 자, 더 마시거라. 오늘은 아주 너와 함께 허리끈을 풀고 넉넉히 마시려고 작정을 했다. 편안히 마시자꾸나. (더 따라주고) 내일이면 너도 여기를 떠난다. 백성들 사는 모습을 세세히 보자면 족히 삼년은 걸릴 것이야.
신검 예, 아바마마.
견훤 이 황제의 자리라는 것이 말이다. 참으로 보기와는 다른 것이다. 남들은 화려하고 좋은 자리같이 보지만 그렇지가 않다.
신검 ..................
견훤 아, 들어...?
신검 예, 아바마마 (마신다)
견훤 벌써 오십여 년이다. 내가 황제의 자리에 오른 지 말이다. 허나 돌이켜보면 다 고난과 고통의 세월뿐이었어. 너도 그 동안 고생이 참 많았다. 이 아비 따라 다니면서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겼지. 정말 그랬어.. 허허허..... 자, 내 술 한잔 받아라.
신검 아니옵니다.
견훤 받아...
신검 예...
견훤 아비와 자식간이다. 내가 너를 낳았다, 이놈아... 어느새 너도 오십이 되었어. 다른 때 같았다면 벌써 황제의 자리에 올라서 천하를 호령하고 있을 터인데 참으로 아니 되었다.
신검 아니옵니다, 아바마마.
견훤 그래...? 이 아비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으니 다행이다. 마시자꾸나. 한번 마셔보자꾸나.
견훤을 술잔을 들이킨다. 바라보는 신검의 표정이 갈등하고 있다. 그런 그 표정에서....
씬 황후전 밖
궐안 중문이 열리면서 능환이 영순과 함께 들어선다. 상애가 황후전 쪽으로 안내해간다.
상애 저쪽으로....
능환 아직도 태자마마는 대전에 계신가?
상애 예, 이찬어른. 두 분이 술상을 마주놓고 계신다 하옵니다.
능환 가세.
상애 예....
능환 (가면서) 황후마마는 계신가?
상애 예.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들어가시오소서.
그들 황후전 쪽으로 가면 이상궁이 기다리고 있다가 허리를 숙인다. 이들 안쪽으로 간다.
씬 황후전 안
능환과 영순이 박씨를 보고 있다.
능환 모든 준비가 다 끝났사옵니다. 이미 신덕 장군이 군부를 접수하러 갔사옵니다.
박씨 ............ (끄덕인다)
능환 또한 강주와 무주에서 두 태자마마의 혁명군이 이 황도로 올라오고 있사옵니다. 적어도 내일 저녁쯤이면 도착할 것이옵니다.
박씨 비록 금강이 쪽과 가까웠으나 박영규 장군은 내 사위요. 목숨을 해하지는 말도록 하오.
능환 예, 그 점은 안심하시오소서. 어차피 처음부터 박장군은 병부에 관한한 영향력이 없었사옵니다.
박씨 다른 사람들은 어찌할 것이오?
능환 이미 신검 태자마마와 협의를 끝냈사옵니다. 혁명의 원인이 된 금강 태자마마는 목숨을 거두어야겠사옵니다.
박씨 그리 하시오.
능환 또한 금강 태자의 후견인이 될 사람이었고 그 동안 황제폐하의 측근에서 잘못된 힘을 행사한 파진찬 최승우를 참할 것이옵니다.
박씨 그리 하오.
영순 금강의 어미인 승평부인은 어찌하오리까?
능환 역시 목숨을 거두도록 하겠사옵니다.
박씨 아니오... (한숨) 비록 후실로서 황실의 물을 흐려놓았으나 폐하의 후궁이오. 어차피 폐하께서는 이 황궁에 머물지 못하십니다. 죄는 괘씸하나 뫼실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오. 목숨을 살려주어 함께 가도록 하시오.
능환 예, 황후마마.
박씨 아무튼 경들은 이 나라의 일등공신들이오. 이번 일을 기왕 시작하셨으면 매끄럽고 깨끗하게 끝내 주기를 바랍니다.
능환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사옵니다.
박씨 군부가 걱정입니다. 과연 뜻대로 잘될런지..
능환 염려 놓으시오소서. 완벽하게 준비를 해왔사옵니다. 잘 될 것이옵니다. 지금쯤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을 것이옵니다.
씬 병부 외경
씬 동 병부 안
박영규와 금강이 마주해 있다.
금강 매부, 신검 형님이 지금 불려가셨다 합니다. 아버님께서 아마도 마지막 인사를 듣고 계신 것 같습니다.
박영규 그런 것 같사옵니다.
금강 내일 아침이면 온 천하가 비상정국에 돌입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쯤해서 전 황궁으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대로 제가 궁에 있는 것이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박영규 (끄덕인다) 옳은 말씀이옵니다. 궁을 책임진 상애장군을 불러서 함께 논의하시오소서.
금강 헌데... 아직까지도 신덕과 파달, 상귀장군들이 이 병부안에 있다고 들었습니다마는....
박영규 잠시 군직을 내어놓으라 했으니 인계할 것이 많을 것이옵니다.
금강 하긴 뭐... 자, 그럼 매부 저는 지금 곧 궁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가서 내일 아침에 있을 비상전국을 대비하겠습니다.
박영규 그리하시오소서.
금강 하하하... 내일입니다, 매부.. 내일이면 천하가 바뀌는 것이옵니다, 매부...
박영규 예, 태자마마. 그럼...
금강이 어깨를 펴고 방안을 나간다. 박영규는 까닭모를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초조하게 서성거린다.
씬 동 병부 마당
횃불이 휘황하다. 금강이 수하 부장들과 함께 곧 마당을 벗어난다.
금강 어서가자. 우리는 황궁으로 갈 것이다.
부장 예, 태자마마.
그들이 그렇게 문을 빠져나가고 그 한쪽에서 신덕과 파달, 상귀들이 나온다. 부장들이 좌우에 시립 해있다. 금강이 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신덕이 묻는다.
신덕 애술과 김총 장군은 지금 어디에 있소이까?
파달 아마도 자신들의 예하부대로 돌아간 것으로 아옵니다.
신덕 이 병부 안과 밖의 동정은 어떻소이까?
상귀 이미 우리 친위군이 다 맡아 있습니다. 장군의 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덕 (끄덕인다) 그러면 지금부터 이 병부는 파달 장군이 모두 관할하도록 하시오.
파달 예, 장군.
신덕 상귀 장군은 부대의 일단을 끌고 가서 애술 장군과 김총 장군을 소환해오도록 하시오. 군부의 영이라 하고 오라 하시오. 그들의 군대와 부딪히면 일은 매우 복잡해 집니다.
상귀 예, 장군.
신덕 나는 박장군을 만나볼 것이오. 부장들은 가자.
부장들 예, 장군.
신덕이 움직이면 파달과 상귀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파달 이 병부안과 밖으로 물샐틈없이 경계하라. 이 시각 이후로는 잡인의 출입을 금한다. 모든 명령은 나를 통하여 이루어질 것이다. 알겠느냐?
부장들 예, 장군.
상귀 자, 우리는 애술 장군에게 가자. 서둘러라. 시간이 없다.
그들 예, 장군.
마당은 삽시간에 소란해진다. 군사들의 움직임이 민첩해진다.
씬 병부 박영규의 거소 앞
신덕과 부장들이 와서 선다. 시립한 부장 하나가 군례를 한다.
신덕 박장군 계시느냐?
부장 예, 장군.
신덕 전하여라.
부장 예... (큰소리로) 총사어른. 신덕 장군께서 드셨사옵니다.
씬 동 거소 안
박영규가 고개를 번쩍 든다.
박영규 신덕 장군이.....? 드시라 하여라.
신덕이 들어선다. 부장들 십여 명이 위협처럼 들어선다. 박영규가 꿈틀한다.
박영규 어쩐 일이시오, 신장군...? 아직도 돌아가지 않으셨소이까?
신덕 예, 총사. 차나 한잔 더 마시고 갈까하여 들렸습니다.
박영규 앉으시지요. 마침 찻물이 아직 식지 않았소이다. 헌데 이 군관들은 다 무엇이오?
신덕 곧 알게 될 것입니다.
박영규 곧 알게된다...? (찻물을 따르고)
신덕 어려울 때에 병부를 맡으셨소이다.
박영규 그러게 말이올시다. 답답한 일이 많소이다.
신덕 지금의 정국은 장군의 말씀처럼 비상이올시다. 폐하께오서는 망령이 드셨고....
박영규 뭐요........? (신덕을 보다 부장들을 본다)
신덕 (차 마시며) 황실의 법도는 무너져서 막내아이가 형들의 자리를 훔치고 있소이다. 고려는 촌각을 다투며 우리를 위협해 오고 있는데 백제는 모든 질서와 법이 다 무너지고 있소이다.
박영규 ...............?
신덕 그 때문에 나라를 구하고자 뜻 있는 신료들이 일어섰소이다.
박영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게요....?
신덕 비뚤어진 나라 질서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오. 지금 강주와 무주에서도 일만이 넘는 대군이 이 황도로 밀려오고 있소이다. 혁명군이올시다, 장군.
박영규 혁명군...........?
씬 인서트
양검의 용검의 군대가 계속해 속도를 더해 밀려가고 있다. 카메라 앞을 그렇게 지나쳐 가면...
씬 다시 동 거소 안
박영규의 눈이 긴장되어 주변을 보고 있다.
신덕 다른 때 같았으면 장군은 이 자리에서 목이 베어졌을 것이오. 그나마 조정에 약간의 인심을 얻은 것이 오늘날 목숨을 구한 것이오. 혁명을 마칠 때까지 우리 군사들이 안전하게 모실 것이오.
박영규 무슨 소리오...? 반란을 하자는 것이오?
신덕 반란이 아니라 혁명이오. 얘들아...? 뫼시어라.
부장들 예, 장군.
그들이 박영규의 양팔을 잡는다.
박영규 놓아라... 놓지 못할까...? 반역이다. 이것은 반역이다.
신덕 어서 데려가지 않고 무얼하느냐?
부장들 예, 장군.
박영규가 그렇게 끌려간다.
박영규 신장군...? 이것은 아니 되오. 반역이오. 이것이 대역죄라는 것을 모르시오...?
신덕 지금부터 모든 병부의 군권은 내가 관장할 것이다. 명을 위반하거나 저항하는 자는 먼저 참하라. 혁명군이 이 나라의 모든 것을 관장할 것이다. 황도의 전군에 혁명군이 군권을 장악했음을 하달하라. 모두 명령에 복종하라 하라. 파발을 띄워라.
부장들 예, 장군.
한쪽으로는 박영규들이 끌려가고 또 한쪽에서는 군례로써 답한다. 비장한 신덕의 표정에서...
씬 궁궐 어느 전각 외경
군사들이 지켜서 있다.
씬 동 전각 안
능환과 능애, 영순, 상애가 함께 해있다.
능애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신덕 장군이 군부를 접수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강주와 무주의 군대가 황도로 가까이 오고 있을 것입니다.
능환 모든 것이 순조롭소이다. 방금 전에 금강 태자가 궁 안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연통이 있었소이다. 황후마마께서도 이 일을 재가하셨소이다.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하면 다 끝나는 것입니다.
영순 궁 안의 경계는 어떻소이까?
상애 일단은 소장이 맡고 있사옵니다. 궁 안은 크게 내궁과 외궁이 있사옵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외궁이옵고 중문을 지나 안으로 가면 내궁이 되옵니다. 누구나 내궁으로 가려면 특별한 허가가 있어야 하옵니다. 궁 안을 지키는 군대는 금강 태자의 수하들 일부와 소장이 관할하는 군대가 있사옵니다. 허나 큰 염려는 없사옵니다.
능환 이제 우리는 곧 궁을 나가 혁명군을 점검하고 본격적인 거사에 돌입하게 될 것이오. 그때까지는 상애 장군이 이 궁을 잘 지켜주어야 할 것이오.
상애 예, 이찬어른. 그러나 금강 태자가 궁으로 돌아온다면 저들의 군사들도 같이 오는 것이니 약간의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사옵니다.
능환 그 또한 상애 장군의 몫이오. 잘해 주시오. 우리 군대가 들어올 때까지는 상애 장군이 이 궁을 장악해야 하오.
상애 예, 이찬 어른.
능애 자, 궁 안의 일은 다 점검을 하였으니 일단 이곳을 나가십시다. 황궁의 법은 신료들이 자시 이후로는 궁 안에 머물지 못하게 되어 있소이다. 괜히 일을 그르칠 수가 있어요.
영순 그리하시지요...
끄덕이는 능환의 표정에서....
씬 동 대전
견훤부자가 계속해 서로를 보고 있다. 견훤은 조금 취했다. 스스로 자작하며 중얼거린다.
견훤 오랜만에 양껏 마셨더니 좀 취하는구나. 신검아....
신검 예, 아바마마.
견훤 너는 곧 이 황도를 떠나게 될 것이다. 알고 있는냐? 한 삼 년은 돌아오지 말라고 하였다, 알고 있어....?
신검 예, 아바마마.
견훤 그래. 알고 있다니 더 할말은 없다. 이 아비말을 잘 듣거라. 세상사가 말이다.... 다...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행여나 동생이 잘된다고 해서 오해하거나 미워해서는 아니 된다. 너는 아우들을 거느린 형이다. 형이란 늘 양보하고 한 걸음 물러나는 여유와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한잔 더 받아.
신검 .................. (받지 않는다)
견훤 아, 받아...
신검 ..................?
견훤 받으라지 않느냐...?
신검 ..................?
견훤 왜....? 벌써 술이 취하느냐...?
그래도 신검은 댓구가 없다. 이글이글 타는 눈으로 견훤을 보고 있을 뿐이다.
신검 (소리) 아바마마... 술이 취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억장이 무너져서 그러하옵니다. 억장이 무너지옵니다, 아바마마...
견훤 자, 어서 받거라...
신검이 대답없이 술잔을 들어댄다. 견훤이 술을 따른다. 신검의 눈은 계속해 견훤을 보고 있고 마음의 소리는 계속된다.
신검 (소리) 아바마마... 그토록 금강이가 좋았사옵니까? 그토록 이 아들 신검이가 미웠사옵니까? 아바마마.. 생각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고 싶사옵니다. 하오나.. 이제 그럴 수도 없게 되었사옵니다. (눈물을 흘린다) 어차피 역성혁명의 불길이 올랐사옵니다. 이것이 황제로서 뵙는 아버님의 마지막 모습이옵니다. 아바마마.. 왜 이리 오늘같은 날을 만드셨사옵니까? 왜 이렇게 소자를 불효자로 만드시옵니까? 아바마마....
견훤 신검이 너 지금 우는구나...? 눈물을 흘리다니... 사내 대장부가 함부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자, 들자.
신검 (눈물을 훔치며) 예, 아바마마.
견훤 안다... 네 마음을 안다. 하지만 황제자리 보다도 더 좋은 것이 편하게 사는 촌부라 하였느니라. 마시자... 오늘 한번 마셔보자꾸나.
신검 예, 아바마마.
견훤 내일 해가 지기 전에 황도를 떠나거라. 알겠느냐?
신검 예,
견훤 취하는구나. 이제 정말 늙긴 늙었다. 아직 칠십 밖에 안 됐는데 이만한 술에 취하다니...? 늙었어... 허면 신검아 그만 가보거라.
신검 예, 아바마마. 내일은 별도로 인사를 드리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견훤 그래, 그래...
신검 절 받으시오소서.
견훤 오냐..
신검이 절을 한다. 견훤이 끄덕이며 받는다. 절을 끝내며 신검은 또 견훤을 본다. 그런 부자의 표정에서.. 신검이 나간다.
씬 동 대전 밖
신검이 나오고 있다. 나오다 말고 대전 쪽을 보다가는 하늘을 본다. 그리고 지붕을 바친 기둥을 치며 오열한다.
신검 아바마마... 아바마마.....
씬 동 대전 안
견훤이 생각에 잠겨 있다. 그리고는 중얼거린다.
견훤 신검아.... 이 아비를 원망하지 말라. 다 제국의 장래를 위한 일이다. 제국의 장래 말이다. 너는 결코 고려의 왕건 아우를 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정한 일이다. 그래서....
술을 마시는 견훤의 표정에서...
씬 송도 황궁 외경 (낮)
씬 동 황궁 대전
왕건이 김행선, 최지몽, 왕식렴, 유금필, 박술희, 홍유, 배현경, 복지겸과 함께 해 있다. 올라온 장계를 보다가 한쪽으로 치운다.
김행선 폐하, 신라에서 거듭하여 청해온 국서이옵니다.
유금필 신라가 항복을 하겠다고 거듭 청하는데 어찌하여 받지 않으시옵니까, 폐하...? 통일의 대업은 우리 고려의 숙원이옵니다.
박술희 그러하옵니다. 허락하시오소서, 폐하. 그리고 무엇때문에 지금까지 피를 흘리며 수십 년을 싸워왔사옵니까?
홍유 받으시오소서, 폐하.
왕건 모르는 소리요. 덥석 받을 것이 있고 아니 받을 것이 있소이다. 신라는 이미 사실상 무너진 나라이올시다. 영토도 없을 뿐더러 일개 고을도 아니 되는 그 황도조차 지킬 힘이 없소이다. 이럴 때 덥석 가져와 버리면 사람들로부터 원망을 듣습니다. 좀 더 놓아두십시다.
배현경 하오나 폐하...
최지몽 폐하의 말씀이 옳사옵니다. 한 나라를 주고 받는 일이옵니다. 비록 신라가 문을 닫을 나라이기는 하오나 천년의 인심을 지켜왔던 역사가 있사옵니다. 백성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옵니다. 자꾸 사양하면서 신라를 돕는 나라로 보여져야 하옵니다.
복지겸 신의 생각 또한 같사옵니다. 아직은 서두르실 일이 아니옵니다.
왕식렴 신 또한 그리 생각하옵니다. 북쪽으로는 이미 서경이 든든히 자리를 잡았사옵고 신라는 무너졌사옵니다.
복지겸 그러하옵니다. 문제는 신라가 아니라 저 백제이옵니다.
왕건 나도 그리 생각하오.
김행선 어차피 백제에서 이상징후가 보이기 시작했사옵니다. 그리고 경보대사를 만나러 사람들을 보내셨사옵니다. 지켜보시오소서. 백제의 일이 우리에게는 제일 급한 사안이옵니다.
왕건 그렇소이다. 지금은 제일 급한 게 그 일입니다. 암요...
그때, 내관의 소리에 이어 오씨와 유씨가 상궁 시녀들을 앞세워 들어선다.
내관 (소리) 황후마마 납셨사옵니다, 폐하.
오씨 (들어서며) 폐하, 모처럼 수정과가 잘 익었기에 중신분들과 조금씩 드시라고 차려왔사옵니다.
왕건 오, 그렇소이까? 이 겨울에 찬 수정과 한잔은 참으로 좋지. 과연 황후십니다. 충주부인도 함께 드십시다.
유씨 예, 폐하. 기왕이면 주안상을 내올 것을 그랬나 보옵니다.
박술희 주안상이옵니까? 어이구 마마, 물론 그것이 좋사옵니다. 수정과보다야 훨씬 그쪽이 낫사옵니다. 아, 아니 그렇사옵니까, 폐하?
유금필 허허, 사람하고는.....
오씨 오늘은 모쪼록 공신분들이 정담을 나누시는 모양인데 주안상도 괜찮긴 괜찮은 것 같사옵니다. 이보게, 제조상궁...?
제조상궁 예, 황후마마.
오씨 우선 이것을 드시는 동안 주안상을 한상 뫼셔오게나.
제조상궁 예, 마마.
오씨 무슨 말씀들을 그리 재미있게 하고 계시옵니까?
왕건 재미있다니...? 국사올시다. 국사에요, 이런 허허허... 신라 이야기도 하는 중이고 백제 경보대사에게 간 우리 신료들도 그렇고...
오씨 지금쯤 도착을 하였겠사옵니다.
왕건 그렇겠지요...
유씨 따지고 보면 경보대사님은 폐하나 다 같은 도선대사님의 제자가 되지 않사옵니까?
왕건 물론입니다. (마시며) 위 아래를 따지자면 내 사형이 된다 하겠구먼. 허허허.... 사형이라....? 불가에서는 그렇게 말들 하거든... 사형이라.... 그 사형이 지금 어찌 계실꼬...?
씬 백계산 옥룡사 외경
씬 동 경보의 방
추언규와 왕규가 경보와 마주해 있다.
경보 전에는 최응이라는 젊은이가 왔었는데....
추언규 예, 대사님. 헌데 불행히도 그 최공은 이미 이승을 떠났사옵니다.
경보 그랬구먼... 하긴 그때 왔을 때에도 내가 명이 짧은 것을 한탄했지. 헌데 담들도 크시구려. 고려의 관리들이 이 백제 땅까지 들어오다니....
왕규 폐하께오서 같은 도선 큰스님의 제자로서 인사를 여쭙고 삼한의 장래에 대하여 물어오라 하시기에 왔사옵니다.
경보 삼한의 장래라.....?
추언규 고견을 주시오소서.
경보 모든 세상사는 자연의 섭리대로 가는 것이오. 사람 사는 것도 그렇거니와 역사 또한 그러하오. 그 어떤 것도 우주의 섭리를 비켜갈 수는 없는 법이올시다.
왕규 무슨 뜻이옵니까?
경보 세상의 순리가 이제 그 질서를 찾아 자리를 잡았소이다. 천하의 주인이 가려지고 그 법칙에 따라 덕있는 주인이 삼한을
맡게 될 것이오.
왕규 그 주인이 고려에 계시옵니까?
경보 허허허.... 이미 우리 스승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니 그렇겠지요...
두 사람 대사님..... ?
경보 그러나 아직도 길은 더 남았고 물동이의 물은 다 차지 않았소이다. 기다려보십시다. 나는 옛 약속을 잊지 않고 있소이다. 때가 되면 내가 할 일이 있을 것이오. 그 말씀만 다시 가서 전해 드리구려.
두 사람 예, 대사님.
경보 그리 멀리 아니 남았소이다. 이제 때가 다 되어가고 있어요. 나무 관세음 보살....
씬 백제 황궁 외경
씬 동 대전
견훤이 차를 따라 마시고 있다. 고비가 거들고 있다.
고비 간밤에 많이 드셨사옵니까?
견훤 자식이 먼길을 떠나는데 어찌 그냥 보낼 수가 있소이까? 함께 마셔주었소이다.
고비 그래도 환후가 중하시옵니다. 살펴 해아리시오소서.
견훤 글쎄.. 의원은 마시지 말라고 하는데 참으려고 할 수록 뭔가 이유가 자꾸 생겨. 마실 이유가 말이야. 허허허... 그것 참...
고비 아무튼 신첩은 폐하의 그 은혜를 죽도록 잊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예 우리 금강이에게 우리 대업을 물려주시옵니다.
견훤 그만한 재목이 되니까 결심을 한 것이오. 그나저나 도대체 파진찬 이 사람은 정말 죽었는가, 살았는가...? 어찌 된 게야..?
씬 최승우의 집 외경
씬 동 집안
집사가 최승우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최승우가 금붙이를 내어준다.
집사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나으리...?
최승우 오랫동안 나를 보좌하느라 고생하였네. 얼마 아니 되는 것이야. 가지고 가게.
집사 나으리.. 대체 왜 이러시옵니까? 그 많은 노비들을 다 내보내시고 평생을 써오신 글을 다 태우시고 이제는 소인놈 보고도 나가라 하시옵니까?
최승우 허허허... 곧 모든 게 사라지네. 자네도 위험하게 돼. 오늘 이 시각으로 이 집을 떠나게. 빠를수록 좋아.
집사 말씀해 주시오소서, 무엇때문이옵니까?
최승우 묻지 말라 하지 않았는가? 떠나게... 알겠는가..? 어서... 그것을 집어넣게.
집사 나으리....
최승우 (눈을 감으며) 이제 다 끝났네. 오늘 중으로 다 끝날 것이야. 여기 찻물도 넉넉히 갔다 놓았으니 가게. 어서 가게.
집사 나으리....
최승우는 눈을 감고 말이 없다. 그의 표정은 편안하다. 그 위로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들...
씬 길
양검과 용검의 군대가 지나쳐 가고 있다.
양검 이제 황도가 가까워온다. 부장들은 전열을 정비하고 황도에 전령을 띄워 그곳 사정을 알아보도록 하라.
부장 예, 태자마마.
용검 형님, 군부의 움직임이 별로 없는 것을 보니 우리를 대적할 형편이 아닌 것 같사옵니다. 걱정할 것이 없어 보이옵니다.
양검 그렇기는 하다마는 조심할 것은 해야지. 해 안으로 황도에 입성하겠다. 서둘러라.
용검 예, 형님. 부장들은 서둘러라. 해 안으로 황도에 입성할 것이다. 서둘러라...
씬 황궁 궐담길
금강과 그 부장들이 경계를 점검하고 있다. 마치 산책을 나온 듯 여유가 만만하다.
금강 오늘이다. 날이 아주 좋다. 하늘은 맑고 구름 한점 없구나. 오늘 저녁으로 형님께서 이 도성을 떠나신다. 그리고 내일이면 세상이 바뀐다. 하하하... 세상이.... 황궁의 경계는 별일 없겠지..?
부장 예, 태자마마. 상애 장군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사옵니다. 또한 궁의 내궁은 우리 소관인지라 철저히 경계하고 있사옵니다.
금강 별일이야 있겠냐마는 그래도 한눈을 팔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부장 예, 태자마마.
끄덕이는 금강의 표정에서...
씬 신검의 처소 외경
군사들의 경계가 어느 때보다도 더욱 삼엄하다. 이미 전투 태세가 완료된 것처럼 보인다.
씬 동 처소 안
능환과 능애, 영순, 신덕들이 무릎을 꿇고 있다. 그 앞에는 검이 놓여있다.
능환 강주와 무주의 군사들이 황도 가까이 이르고 있사옵니다. (사이) 병부를 맡았던 장군 박영규를 연금하고 혹시나 있을 저항을 우려하여 애술 장군과 김총 장군을 연금하라 사람을 보냈사옵니다. 이제 이 검을 드실 때이옵니다.
신검 .....................
능환 이 순간부터는 신검 태자마마께오서는 대 백제국의 주인이시며 황제이시고 또한 소인들의 주인이시옵니다. 폐하.......
모두들 폐하..............
능환 일어나시어 대업을 이루시오소서. 어서 그 지휘검을 드시오서서, 폐하....
모두들 지휘검을 드시오소서, 폐하......
<188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