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제목 : ※엄지피아노※
작가명 : 례피
E-mail : kye-young5@hanmail.net
연재장소 : 새싹2
총편수 : 총 89편 완결
장르 :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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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넷소설닷컴 (http://cafe.daum.net/youllsosul)
팬까페 : 없음.
※엄지피아노※
01
한은섬고엄지강휘문그리고또다른고엄지.
........
............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시원하게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는 가을.
회색빛이 도는 동복을 입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였어.
한 젊은 남자가.
그러니까,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바지와 흰 티에 검은 남방을 입은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물고서
어린이집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아줌마들
틈에 서있는거야.
아줌마들은 그 남자의 담배연기에 인상을 찌푸렸고
그 남자는 그런 시선에 별로 신경안쓰는듯 해보였어.
이때.
저멀리서 노란색의 어린이집버스가 달려오더니
그 남자와 아줌마들이 있는 곳으로 멈춰.
그리고 그 버스에서 노란색 모자와 노란 유치원복을 입은
아이들이 내리지.
"아이구 우리 민석이~"
"엄마아-!"
아이들이 자기 엄마의 품에 안겨
웃고있어.
모든 아이들이 다 내리고.
버스에서 다른 남자아이가 내려.
일곱살정도 되보였지.
그 아이가
아까 그 담배를 물고 있던 남자의 손을 잡고는 말했어.
"아빠!'
응...?
아빠라고...?
아빠?
.....
............
그날이후.
며칠이 지났어.
"이 멍충아!!!이게 어떻게 '도'야!!!!'미'지!!!!!"
.....동네가 떠나가라고 소리를 꽥꽥지르며
나를 야단치시는 우리 엄마.
이번에 본 음악시험지를 보시고는 경악하시는거야.
글쎄,음악선생님이 그냥 센스로 문제를 내주신
마지막 문제를 틀려버리고 만것.
뭐,문제가 어려웠었다면 엄마가 이렇게 혼내시지는 않았겠지.
휴우.....
문제가 뭐였냐구?
'다음 악보에서 ㉠이 가르키는 계이름이 무엇인지 고르시오.'
난 이 문제가 제일 어려웠어.
난 어렸을때 피아노학원에 다니지 않았거.....(피아노학원에 안다녀도 계이름정도는 알수있다)
정말 이걸 맞추는 사람은 빌게이츠 같은 사람일것이다라고 생각했지.
그런데,애들은 제일 쉬웠다고 하더라고.
제기랄,고엄지
"고등학교 3학년이나 된 애가 계이름을 몰라?!아이고~"
"..계이름 몰라도 사는데는 지장없어 엄마"
난 눈치없이 그 말을 내뱉어버렸고.
그 한마디가 엄마의 화를 돋구어.
"당장 피아노 학원 등록해!!!!"
-
저벅저벅-.
분홍색 모자를 쓰고 검은 줄무늬 면티와 흰 면바지를 입고선
동네에 있는 피아노학원을 찾아 다니고 있었어.
으휴.해도 져가는데 무슨 피아노학원이야.
인상을 찌푸리며 아파트 상가를 무심코 쳐다보았고.
슈퍼,정육점,빵집,세탁소 등의 간판사이에 걸려있는
'엄지 피아노'.
찾았다,피아노학원.
음..뭐,아까전에도 두개씩이나 피아노학원이 더 있었지만.
왠지 엄지피아노가 더 끌리는데.
내이름이 들어가기두 했고..
일단 가고보자!
나는 저벅저벅 아파트 상가로 들어가
계단으로 2층에 있는 피아노학원으로 올라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학원은 맨 오른쪽 구석에 있더라고.
세탁소와 미용실을 지나서 그 학원으로 걸어갔어.
그리고 문을 열었어.
문을 여니,어린 여자아이 두명이 탁자위에서
음악문제집같은걸 풀고있었고,
학원 안에 있던 작은방 4개중에서 1곳에서 피아노 연주소리가 들려왔지.
"저,저기....여기 선생님 계셔?"
나는 멀뚱멀뚱 서있다가 문제를 풀고 있던 여자아이 한명에게 물었지.
그러자,그 여자아이는
"응,잠깐만"
이라고 명랑하게 대답하며 피아노 연주소리가 들려오던 방으로 달려가.
"선생님!어떤 언니 왔어요!"
그 여자아이의 말과 함께 연두색 티셔츠에 검은색 면바지를 입은 키 큰 남자가 방에서 나와.
앗,저남자는!
저번에 그 남자잖아!?
피아노 선생님이었어??
"무슨일이야?"
나긋나긋한 목소리.
난 그 남자를 보고 벙쪄있다가.
"아,저...피아노..배우려구 왔는데.."
"들어와"
남자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옆에있던 책상에 앉아.
나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와 그 남자의 뒤를 따라 걸었지.
"여기앉아"
"네?네.."
긴장해버렸어.
나는 그 남자 바로 앞에.
의자에 앉았지.
"몇살이야?"
"저요?열아홉이요."
입술이 매말라와.
가슴은 콩닥콩닥 뛰어오고.
가까이서 보니깐 피부도 뽀얗고 코도 오똑하고.
"이름은?"
"고엄지예요"
"..."
내 대답에 남자는 멈칫거리더라.
왜그러지??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어.
"피아노 예전에 배운적 있어?"
"아뇨-.한번도 배운적 없어요."
"계이름은 알아?"
뜨끔-.
계이름......
모른다고 그러면 창피한데...
내가 머뭇거리자,그 남자는
자기 책상서랍에서
'어린이 바이엘1'이라고 적혀있는
새책을 꺼내 나에게 주더라.
"계이름부터 기본적인건 다 있어.오늘은 첫날이니깐 그냥 가도록 해.
집에서 이 책 보고 공부 좀 하고."
"네-."
나는 그 책을 건내받았지.
"자,여기다가 니 이름,나이.집 주소 적어."
그 남자가 이름,나이,집주소,학교 등이 적혀있는 흰 종이를 내게 건냈고
나는 옆에 있던 샤프로 적어내려갔어.
이때-.
"아빠!"
명랑한 남자아이의 목소리.
혹시나가 역시나.
저번에 그 남자와 같이 봤던 그 남자아이였어.
"어,왔어?"
"으응!나 오늘 선생님한테 그림 그려줬어!코끼리!"
"잘했어."
그 남자아이에게 씨익 웃어주며 그 남자가 말했어.
그러자,그 남자아이는 좋은지 웃더라구.
귀엽다....저 아이.
"얘 이름이 뭐예요?"
나는 무심코 그 말을 내뱉었고.
그 남자는 나를 쳐다보더니.
"한희찬."
아..그렇구나.
희찬이구나.한희찬.
희찬이는 아까 있던 여자아이 두명에게 달려가 어울려 놀아.
"얘 엄마는요?"
나는 희찬이를 보며 씰룩씰룩 웃으며
그 남자에게 물었고.
그 남자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죽었어.쟤 낳다가"
※엄지피아노※
02
한은섬고엄지강휘문그리고또다른고엄지
........
.....
"...나 임신했어...."
7년전 어느날.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의 옥상에서.
슬픈 얼굴을 하고있는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말했다.
그러자,그남자는 피식 웃는다.
".......어떡해..?은섬아....나 이제 어떡해?"
여자는 그 남자를 쳐다보며 울상거리듯 말했고
그 남자는 그저 파아란 하늘만 쳐다 볼 뿐이었다.
".....어떡해....나 겁난단말이야....."
여자는 결국 눈물을 흘렸고.
아무말 하지 않고있던 그 남자는.
"어떡하긴 뭘 어떡해.겁나긴 뭐가 겁나.
........넌 내가 책임져"
..............
.....
"...휴..."
새벽 2시가 지나가는 한 밤에.
은섬은 꿈때문에 깨버린다.
7년전에 엄지와 있었던 일이...
요즘들어 자꾸 꿔서 은섬은 이상하게 느낀다.
은섬은 옆에 서랍위에 놓여있던 은섬과 엄지가 같이 찍은
사진이 들려있는 액자를 보고선
이내,오늘 낮에 새로 학원에 등록한
희찬이의 엄마와 이름이 같은 그 여자애가 생각난다.
은섬은 액자속에 들려있는 사진속의 엄지를 보며
중얼거린다.
".....보고싶다.."
.......
.....
-
그다음날,
나는 학교였어.
"푸하하하-!!!!!"
"웃지마 요것아."
내가 어린이바이엘을 보고있는것을
발견한 내 친구 문수정 이 가시나가
배꼽을 잡으며 깔깔깔 웃어대.
"니 나이가 지금 몇살인데 어린이 바이엘이냐~"
"그럼 나보고 어떡하냐?엄마가 피아노학원다니라고 그러는걸"
계속되는 수정이의 놀림에 나는 울상을 하며 말했어.
으휴......나 어린이바이엘 배우는거
강휘문 그자식이 알면 엄청 놀려댈텐데.
"너 나 어린이바이엘 배우는거 휘문이한테 얘기하지마"
"어?그걸 왜 말하지마?"
"왜긴.창피하잖아"
이때.
"이게 뭐냐"
강휘문!!!!!!
"으아악!!!!!!건들지마!!!!!!그 책 내놔!!!!!"
왼쪽 눈썹 바로 옆에 피어씽을 했고
새까만머리카락에 살짝 큰 눈 망울.
강휘문이다........
내 웬수 강휘문.
내 천적 강휘문.
나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난 강휘문.
"..바보냐,열아홉 쳐먹고 어린이바이엘이냐"
책을 훑어보더니 나를 비웃듯이 말을 내뱉는 휘문이놈.
그래.
바보라서 미안하다,쳇-.
"얼른 내놔!나 그걸로 공부해야돼!"
나는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휘문이놈 손에서 책을 뺏었고.
그러자,휘문이놈은 내 앞에 앉는거야.(수정이.이 가시나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어)
나는 그런 휘문이를 무시한체 연신 악보 밑에 계이름을 적어댔지.
그런데-.
내가 '라'라고 계이름을 적었을 쯤.
"븅신.'라'가 아니라 '미'잖아"
헉쓰.
제길,고엄지!
강휘문한테 창피하게 계이름이나 틀리구.....
엄지야 왜 사니?(쳐운다)
휘문이놈은 내 손에 있던 샤프를 뺏어서는
나 대신 계이름을 써주는거야.
그런데말야.
이 녀석....
'미'를 '이'로 쓰고 있잖어!!?
"야,강휘문.'미'라며.왜 '이'라고 써?"
"씨파,이제 5년째다!이젠 그냥 넘어가주면 안되냐!?"
"뭘 넘어가!너 맨날 미음(ㅁ)쓸때 이응(ㅇ)으로 쓰더라?!이제 그 버릇 좀 고쳐!"
"그럴수도 있는거 아니냐?!그리고 그런건 내 매력이라고!나 강휘문만이 가질수있는 매력!"
매력 좋아하시네.
세상에..미음(ㅁ)을 이응(ㅇ)으로 쓰는 사람이 어딨냐고!
그것도 5년씩....
아니,휘문이네 엄마말로는 초등학교때부터 그랬댔지.
"어린이 바이엘이나 공부하는 주제에!"
"한글도 제대로 못쓰는 주제에!"
그 이후로도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갈때까지
그거가지고 나랑 휘문이 놈은 다투고 있었어.
"이제 그만해라.내가 창피하잖아!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 쳐다보는거 안보이냐!?"
우리랑 같이 걸어가고 있던 수정이 가시나가 한마디 내뱉었어.
"아으!!!!"
난 분에 못이겨 소리를 질렀고 휘문이 놈도 나랑 마찬가지였다.
이때.
내 뇌리를 스쳐가는 무엇.
"맞다!나 지금 피아노 학원 가야돼!"
나는 시계를 보며 수정이에게 말 했고,
수정이는
"어여 가라~너랑 강휘문이 같이 있으면 시끄러워서 못살겠다."
라고 매몰차게 말하는게 아닌가.
몹쓸년~~~
내일 보자,이 가시나!
나는 인상을 써주고선 피아노 학원으로 달려갔어.
피아노 학원으로 가니.
사람이 한명도 없더라.
그냥 그 남자.
그래....이제부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게 낫겠지?
선생님 뿐이였어.
"안녕하세요"
나는 선생님에게 인사를 했고,
선생님은 담배를 물고 책상에 놓여진 컴퓨터를 하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여기 앉아.공부는 했어?"
"네?네-."
나는 가방에서 비러먹을 바이엘 책을 꺼내며 대답했어.(학교에서 휘문이놈에게 얼마나 놀림을 당했는지 바이엘 책을 탓하는 지경이 됬다)
선생님은 내 바이엘 책을 한장,한장 넘겨보면서.
"일단 기초는 어느정도 된것같네.방으로 들어와.피아노 치게"
그러면서 담배꽁초를 잿덜이에 짖어대고는 방으로 들어가.
나는 선생님을 쫄래쫄래 따라 들어갔지.
검은색의 깨끗한 피아노.
우와.....
"앉아"
선생님은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자기 옆에 앉으라며 신호를 주었어.
나는 선생님 옆에 앉아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지.
무지 긴장돼.....
조용한 피아노 방안에서
바이엘 책을 넘기는 소리가 들려오고.
선생님이 9페이지를 피고선 피아노 악보대에 책을 올려놓는거야.
9페이지의 내용은.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라는 노래였다.
"한번 쳐볼래?"
"네?제가요?"
나는 당황해버렸고...
어떻게 해야할까 망설였어.
그러자,선생님이.
내 두 손 을 자기 손으로 잡으며
피아노를 쳐주는거야.....
느껴져.
선생님의 따뜻한 체온이.
※엄지피아노※
03
한은섬고엄지강휘문그리고또다른고엄지
.....도
레....
...미...
도..레..
..미
계이름 하나 하나가 끊기는 피아노 연주.
내 손은 후들후들거려서 선생님한테 창피하기까지 해.
내가 손떠는걸 느꼈는지 선생님이.
"술 먹냐 너"
"아니요!!!!!!"
나는 큰 목소리로 아니라고 말했고
이내 선생님은 나를 쳐다봐.
이런........
나를 알코올중독자라고 생각했나봐.
"손 떠는걸 보니 술 몇 병은 더 먹게 생겼는데"
"아녜요!아빠가 한번 먹어보라고 했을때 먹은적 밖에 없어요!..아..아니지.
또 있었다,엄마 먹을때 옆에서 쪼매 먹은거!딱 두번밖에 안먹었거든요!?"
선생님은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러면서 선생님이 나한테 말했어.
"이리 나와.아직 피아노치기는 무리인것 같아.여기 나와서 문제 풀어"
이런 망신이 어딨누...........
나는 창피해서 얼굴을 붉힌체로 방에서 나와
어느새 와서 문제를 풀고있는 초등학생들 옆에 앉아
문제를 풀려고 시작했지.
1번 문제.
다음 악보의 계이름을 적으시오.
"휴우-."
문제를 보자마자 한숨이 나왔어.
정답을 모르겠어........
음..그러니까.
아까 휘문이 그자식이 이걸 '레'라고 했었던것 같았는데?
아닌가?....으씨이..
이 머리통은 대체 뭐가 들은거시여.
다 큰 애가 계이름도 모르고.
나같은건 죽어야해!!!!!!!!(혼자 난리)
애꿎은 머리만 쥐어뜯고 있을쯤...(옆에 있던 초등학생은 겁먹어 이미 옆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있다)
"이게 왜 '도'냐. '시'지"
어느새 선생님이 내옆에 앉아서
내 문제집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어.
헉쓰.
"네?..그..그게.."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고 선생님은.
"초등학교때 음악시간에 졸았냐"
정곡을 찌르는 선생님의 한마디였어....
사실 음악시간에 뭘했는지 기억이....
"꼴통"
선생님의 저 한마디에
나는-.
"꼴통 아니예요!"
"무슨.꼴통맞구만. 열아홉먹고 계이름도 모르냐"
"그치만.."
거의 울상이 된 표정으로 선생님한테 야단이나 듣고 있었지.
줵일,고엄지.........
......잠시후,
나는 피아노학원을 갔다오고 집으로 가는길.
"야 고엄지!"
이 명랑하다못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나를 부르는 이 목소리는...
강휘문.
"왜"
나는 뒤 돌아서 휘문이를 바라보며 물었고
휘문이가 건들건들하게 내게 걸어와.
집에도 안들렸는지 오른쪽엔 책가방을 매고 있고
교복도 갈아입지 않았어.
"학원 갔다 오는거냐?"
"응."
"니 피아노 선생도 조올라 피곤하겠다.너같은 계집애 상대하느라."
이놈이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겨.
지는 미음(ㅁ)이랑 이응(ㅇ)도 제대로 못 쓰는 주제에.
나는 괘씸해서 휘문이 녀석의 오른쪽 발을 상콤하게
콱 밟아준뒤 집으로 날리려는데...
나에게 밟힌 발을 부여잡고 나를 향해 소리치며 달려오는 휘문이놈.
"아 시팔!!야 고엄지!!"
에헹~
이래뵈도 내가 초등학교때부터 달리기하나는 끝내주게 잘했다고!
니놈이 나를 아무리 따라와봤자.....
"죽을래?"
젠장할!!이게 어떻게 된일이여!!
내 빌어먹을 왼쪽 손모가지가
저 똥개만도 못한 휘문이 자식한테 잡히고 말았어.
귓가에서 인생이 종치는 소리가 들려와.........
댕.....댕....댕-
"야 이거 못놔!??이거 놔 강휘문!!"
짜식이 지도 남자라고 힘은 드럽게 쌔.
나는 빠져나갈라고 발버둥을 쳐댔고
휘문이놈은 나를 놓아줄 기미도 보이지않았지.
"깔끔하게 꿀밤두대로 끝내자"
"뭘 깔끔하게 두대야!!!...제발 한대로 끝내"
휘문이 놈과 나.
이 둘중에서 서로에게 장난을 치다가 잡히면
벌칙을 당하는게 휘문이 놈과 내가 정한 룰이 있었어.(무슨 그런 쓸데없는걸..)
"제발 한대로 끝내!응?강휘문~"
나는 휘문이 놈에게 비굴하게 빌어댔고
휘문이놈은 그런내가 웃긴지 실실 웃는거야.
"응?제발~한대로 끝.....악!"
내가 엄청 빌어댈사이에.
휘문이놈이 비겁하게 예고도 없이
내 이마에 꿀밤을 먹였어.
"비겁해!"
나는 분한듯 소리쳤고
휘문이는 꿈쩍도 안하며
앞으로 걸어간다.
저 개싸가지를 그냥!
..........
......
※엄지피아노※
04
한은섬고엄지강휘문또다른고엄지
아마 그날 저녁이였어.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열심히 테트리스 중이였지.
"아 진짜!!!!짝대기 언제 나와!!!"
평소에는.
안나와도 될 시기에는 열심히 잘도 나오더니만.
꼭 필요할때는 절대 나오질 않는 저주스러운 짝대기.
나는 원망 섞인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지.
"아으!!!!또 졌어!!!"
"븅신"
이때.......
낯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고.
나는 고개를 훽 하고 뒤로 돌렸어.
그랬더니 내 바로 뒤에서 내가 게임하는걸
무척이나 한심하게 지켜보고 있는 휘문이가 있더라고.
이 자식이 언제부터 여깄었던겨!!!!
"야!!니가 왜 여깄어!!!"
"게임이 정신팔려서 내가 오는것도 몰랐냐?"
..아까 뭐가 온것같기도 했는데....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애써 웃어댔고
휘문이는 나를 한심하단 표정으로 쳐다봐.
..내가 그렇게 한심하냐,강휘문!!!
'지이이잉-'
이때,휘문이의 바지주머니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려.
휘문이는 휴대폰을 꺼내 액정을 열더니
이내 전화를 받아.
"어,한지련"
한지련.....
한지련이라면 우리반 옆반아니야?
일주일전만해도 지영이였나?2학년에 여자애랑 만나더니.
그새 또 여자를 바꿨구나.
순 나쁜놈아니야????
휘문이는 전화를 받으면서 집밖으로 나가.
나는 하품을 크게 하며 컴퓨터를 껐지.
그러고선 거실로 나왔어.
거실에선-.
"어머어머~송씨!얼른 마셔!뭐가 걱정이야?아들도
이젠 다 컸는데!송씨 취하면 다 자기 아들이 데려다줄거야!~걱정말고 마셔~"
술에 잘 취하는 휘문이네 엄마에게 잔뜩 술을 권하는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벌써 취해 있었지.
"어?술이 다 떨어졌네?엄지야,가서 술 좀 사와~"
"나 미성년자야"
이미 술에 잔뜩 취한 엄만 나를 보더니 술 심부름을 시켜.
난 미성년자라 안된다며 헐레벌떡 집밖으로 나왔지.
엄만 술에 취하면 여간 피곤한게 아니였거든.
했던말 계속 반복하기.
내 볼에 계속 뽀뽀하기.
웃다가 울기.
그래서 엄마가 술에 취하면 난 집밖에 나와있어.
운동화를 대충 구겨 신은체로 집 밖으로 나와서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어.
으휴-.
갈 곳도 없구....
우리집 대문 앞에서 쪼그려 앉아 연신 하품을 했어.
그러고선 시선을 돌리는데.
우리집 근처에 있던 가느다란 줄기의 조금은 큰 나무 옆에서
나무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 피아노 선생님이 있었어.
선생님이 왜 여기있지?
난 선생님을 부르려다가 그냥 부르지 않았어.
얼굴이 너무 슬퍼보였거든.
금방이라도 울것 처럼.
그 나무를 쳐다보고 있는 선생님.
왜 그러지?.......
나는 빤히 선생님을 쳐다보았고.
이내 선생님은 인상을 쓰며 바지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며 라이터로 불을 붙히고는 뒷모습을 보이며 가버려.
나는 아직도 그 모습을 잊을수 없어.
이유는 모르지만....
선생님의 뒷모습이 너무나 쓸쓸하고 외로워보였거든.
나는 나도 모르게 선생님을 따라가고 있었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선생님을 따라가더라.
난 선생님을 놓치지 않으려 사람들 사이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갔고.
갑자기,선생님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내쪽으로 고개를 뒤로 돌리는거야.
나는 멈칫거렸고...
선생님이 내게 바짝 다가와.
콩닥콩닥-.
얼굴이 빨게지고 가슴도 콩닥콩닥 뛰어와.
떨려.....
어떡하지?
왜 따라오냐고 하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
"미행하냐"
선생님이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손으로 빼더니 말했어.
나는 무척 당황해서는-.
"아,아뇨!!!"
말을 더듬어버렸지.
"집에 가라,해 저문다"
"네..."
선생님은 다시 담배를 물며 발걸음을 돌려 걸어가버려.
나는 벙찐 체로 선생님이 가는걸 빤히....
점이 되어 사라질때까지 바라보았지.....
뭐에 홀린것처럼.
※엄지피아노※
06
한은섬고엄지강휘문그리고또다른고엄지
"고엄지!!!!너 거기 서"
"웃기셔~너라면 서겠냐!!!!"
난 죽을 힘을 다해 학원으로 달려갔고
휘문이 놈은 나를 죽일 기세로 나를 향해 달려와.
으악!!!!잘못했다간 또 잡히겠어!!!!
제발!!!!
강휘문한테 안잡히게 해주세요!!!!
나는 죽을 힘을 다해서 달려서
학원이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 학원으로 가려고 뛰었어.
오예,잘하면 안 잡히겠........
"잡았다"
......다....
줵일.....
빌어먹을........!!!
학원 바로 앞에서 내 손모가지가 또 잡혀버리고 만것.
손모가지를 확 잘라버릴라!!!!!!
으아아아아 진짜!!!!
"이거 놔!강휘문~으악!!!"
"시끄러.조용히 해"
"으어어어!!!사람 살려!!!!"
난 마치 납치라도 당하는 듯이 소리를 질러댔고
휘문이 놈은 몹시 당황한듯 해보였어.
"꺅~~사람 살려요!!!으악!!!변태야!!!"
난 휘문이 놈을 변태로 몰아세우며 제발
나를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었지.
그러던 이때.
학원 문이 열리면서.....
선생님이 나왔어.
선생님이....
"쌔앰!!!!!!!!"
난 큰 목소리로 선생님을 불렀고.
선생님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나랑 휘문이를 번갈아봐.
꺄악,쌤!!!!!
"꺄악!!!야 강휘문 이거 놔!!!!!꺅!!쌔앰 도와줘요!!!!"
난 죽을 힘을 다해서 휘문이에게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댔고
휘문이는 나를 한번 보더니 내 손목을 그냥 놔버리고선 계단으로 내려가버려.
그러면서 한 말이 뭔줄 아니?
"......창피해...고엄지 창피해..."
요놈이...
창피하대.
내가 창피하대.
저 똥깨만도 못한 자식이 나보고 창피하대.
선생님은 나를 보며 입을 열었어.
"너 왕따냐"
헉쓰.
그래...휘문이의 행동은
선생님이 보기엔 나를 왕따시키는 행동이였지.
아무 죄없는 여자애가 남자애 손에 붙들려 살려달라 애원하는 꼴이.
선생님의 눈엔 왕따처럼 보였을지도....
"아뇨,무슨!"
"들어와라"
선생님은 머리를 매만지며 학원으로 들어가면서 내가 말했어.
나는 살짝 벙찐얼굴로 선생님을 따라 들어갔지.
"어?저 아줌마 또 왔네!"
아줌마.
아줌마....
내게 아줌마라고 칭한 녀석은.
다름아닌 희찬이였어.
짜식이 누나랑 아줌마를 구분 못하네!!!
"아줌마 왜 여기 또 왔어요?우리 학원 다녀요?"
"누나야.누나"
나는 누나라는 단어에 악센트를 주며 말해주었고
그러자 희찬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할머니구나"
"누나라니까!!!!!"
나도 모르게 열을 내버렸어.
"들어와"
"네?,네..."
선생님은 나를 방으로 불렀고.
나는 자리에 앉아 피아노 건반을 만져보았지.
피아노의 맑은 소리.
정말 좋다.
"피아노 쳐봐"
선생님은 저번에 배웠던 9페이지의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를 쳐보라며
책을 악보대에 세워주고선 말했어.
콩닥콩닥..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와.
점점 긴장 돼...
또 못치면 완전 망신인데....
나는 책에 있는 음표를 힐끔힐끔
보면서 피아노를 치기시작했어.
도.......
.......레...미...
도레....파..
"'파'가아니라 '미'잖아"
"헉..."
이런 개망신이 어딨누.....
"집에 피아노 있어?"
"피아노요?"
"응"
피아노가.....
집에 하나 쳐박혀있긴 하지만.
"있긴 있어요"
"그럼 맨날 연습해와.여기서만 하고 집에가서 연습 안하면 실력 향상도 안돼."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선생님 내 바이엘 책 페이지를 한장한장씩 넘겨.
아 맞다.
오늘 학교에 왜 왔냐고 물어봐야지.
"오늘요...학교에 왜 오셨어요?"
"담배구하러"
선생님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책 페이지만 넘기며 말했어.
뭐야.
담배구하러 왜 학교에 와?
학교에 애들이 들고다니긴 하지만.
"피아노 치는거 연습하고 있어"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가며 말을 내뱉었어.
선생님이 밖으로 나가자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축 늘어졌지.
심심해-...
나는 피아노 건반을 오른쪽에서부터 왼쪽까지 두손으로
빠른 스피드로 쓸어내기 시작했어.
그러자 가지가지의 피아노소리들이 들려오지.
큭큭....재밌는걸.
"바보같애"
어린 남자아이의 명랑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쑤셔박혀.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방 문 앞에는 희찬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있었지.
"바보같애"
희찬이는 다시한번 그 말을 내뱉었고.
나는 울컥했다.
"뭐,뭐야!?"
"바보"
"너 아까부터 나보고 아줌마라 그러고,할머니라고 그러고.이젠 바보!?"
"그럼 아줌마 이름 알려주던가요.그럼 아줌마 이름 불러줄게요"
꽤 당돌한 이 녀석.
생긴거 뿐만아니라 선생님 성격까지도 쏙 빼닮았구나.
"'고엄지'다.너 앞으로 나한테 아줌마라고 부르기만 해봐?엄지누나라고 불러~"
"..."
내 말에 깜짝 놀라하며 아무말도 하지 않는 희찬이.
내가 좀 말을 심하게 했나?
"이름이요...'고엄지'예요?"
희찬이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내게 물었고.
난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울것까지야 없잖어,응?
"우리엄마 이름도 '고엄지'인데"
"뭐?"
희찬이가 눈물을 닦으며 방으로 나가버려.
나랑 이름이 똑같다구?
그래서....내가 처음 선생님한테 이름을 말했을때.
선생님이 멈칫거렸던것도.
피아노 학원 이름이 '엄지'인것도.
그랬구나.그랬어....
※엄지피아노※
07
한은섬고엄지강휘문그리고또다른고엄지
.....
........그 다음날.
"너 피아노 학원 가지마"
"왜?"
"...그냥..가지마"
"싫다면 어쩔래"
"가지말라면 가지마"
이유는 말하지 않고선 계속 피아노 학원에 가지말라고 하는 휘문이놈.
학교에 가는 내내 휘문이 놈이 내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계속 가지말라면서 말을 해.
자기가 피아노 치는거 알려줄것도 아니면서.
"됬거든.나 창피하다고 할땐 언제고"
나는 입을 삐쭉 내밀며 휘문이 놈을 앞질러 걸어갔고
뒤에서 휘문이놈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못들은척하고 학교로 갔어.
감히 나를 창피하다고 하다니!
그것도 5년친구를!
인간말종 강휘문!
나는 궁시렁궁시렁 거리면서 교실로 들어갔지.
아까전까진 나를 따라오던 휘문이놈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더라.
"...고엄지"
이때,내가 교실에 들어서자 책상에 얼굴을 묻고선
나를 쳐다보고 있는 수정이가 나를 불러.
이마엔 시뻘겋게 멍이 들어있더라구.
"허억!왜그래 수정아!!!"
"나 뺑소니 당했어 씨풜"
뺑소니.
이런 쥑일놈!
"어떤 놈이!!!어떤놈이 그랬어!!?괜찮아!?"
나는 호들갑을 떨며 수정이를 부여잡고 소리쳤지.
수정이는 넋이 나가있더라구.
그러면서 수정이가 하는말이.
"내가 그 놈 자동차 번호 외워뒀어.....서울 가 4678..."
역시 수정이는 철저해.
그런 상황에서도 침착하다니....
"학교 끝나고 우리 경찰에 신고하러 가자!!"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수정이에게 말했고
수정이는 고개를 끄덕여.
혹여 그 뺑소니범이 발뺌해서 싸움이나면
힘이 있어야 하니 수정이와 나는 점심시간에 나온
급식을 수저가 뿌셔지도록 밥 한톨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었고 2년 반이 다 되어 가는 내내 열심히 안하던
체육시간에는 열심히 달리기를 하고 철봉에 매달렸어(<-그게 뺑소니범이랑 무슨 상관?)
그렇게 학교수업이 끝나고
나랑 수정이는 학교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철근같이 씹어먹으며
한강에서 청둥오리를 때려잡고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렸지(<-미쳤다)
"자!이제 경찰서로 가는거야!!!!"
수정이는 카리스마를 눈에서 내뿜으며 말을 내뱉었어.
나는 좋다고 환호를 하다가.
"..수정아..나 학원가야돼"
문득 내가 학원에 가야한다는 사실을 떠올렸지.
"오늘만 빠져!!넌 친구가 뺑소니 당했다는데 그깟 학원이 중요하냐!!!!"
"그치만 멀쩡하잖어~~"
"이게 멀쩡하니!!!?"
멀쩡하다는 내 말에 수정이는 이마를 퍽 까더니 시뻘겋게 든 멍을 보여주며 말을 내뱉었어.
사실....그것 뿐이잖어.
진짜 멀쩡했다,수정이 가시나는.
"학원 하루만 빠져~응?그래주라~"
"휴.....나 학원 전화번호 몰라"
"그럼 학원에 찾아가서 말하는 수밖에!"
그러면서 수정이가 내 손목을 꽉 잡고서
우리 학원으로 나를 끌고 가는거야.
"으아아악~야 문수정!!"
"어디랬지?!엄지 피아노!!?"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수정이는 우리 학원을 발견하고서는
그 긴 다리로 학원을 향해 나를 데리고 뛰었어.
난 덕분에 질질 끌려다녔지.
계단으로 올라가서 수정이는 학원 앞에 나를 데리고 발걸음을 멈췄어.
"여기냐!?"
"엉...근데 뭐라고 하고 빠져?"
"뺑소니 범 잡으러 간다그래!"
수정이는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면서 나를 끌고
학원 안으로 들어갔지.
학원 안에는 선생님과.....
이름모를 한 남자가 나시티를 입고 서있었어.
누구지,저남자는.
선생님과 그 남자는 우리쪽을 쳐다보았고
"수정아?"
나는 수정이쪽으로 고개를 돌렸을쯤.
수정이는 표정이 얼어있었어.
그러면서...수정이는 이렇게 말했지.
"뺑소니범!!!!!!!!!!!"
그 이름모를 남자를 가르키면서 말야.
뭐야,뺑소니범!?
저 남자가!??
"저 여자애가 또 그러네.나 뺑소니범 아니라고~"
수정이의 말에 그 남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내뱉어.
그러자,수정이가.
"아저씨가 나 차로 들이 받았잖아요!!!!!"
"들이받기는 누가 들이받아!!!니가 내 차앞에서 넘어진거 아니야!!!그래서 내가 멈춘거고!!!"
"그럼 이거는 뭐죠!!!?"
수정이는 이마에 난 그 시뻘겋게 든 멍을 보여주며 소리쳤지.
그러자,그남자는 어이가 없다는듯 피식 웃어.
"너 그거 어제 나보고 그랬잖아!!!집으로 달려가다가 전봇대에 부딪친거라고!!!!"
그 한마디에 수정이가 두 눈이 동그래져.
설마.........문수정 너....
"하하하하-.....그,그랬었나요?"
애써 웃으며 한발짝 뒤로 물러나는 수정이.
그래.....옛날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지.
수정이는 무언갈 잘 까먹는 성격이라
자기가 다른데서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생긴 상처를
자기가 뺑소니 당했다고 생각하고선 바락바락 우겼었는데.
설마 또....
"실례했습니다~죄송해요!!!!"
그 한마디를 남기고 한발짝 한발짝씩 뒤로 물러나던
수정이는 학원 문을 열고 도망가.
그러자,그 남자는 수정이를 부르며 쫒아가지.
아 정신없어...
"거기서 멀뚱멀떵 서있지말고 이리와서 문제 풀어"
책상에 앉아서 지켜보고있던 선생님이 나를 보며 말했어.
그러자 나는 알겠다며 자리에 앉아 필통과 바이엘 책을 꺼냈지.
선생님은 책상 옆에 있던 창문을 열어.
그러면서 고개를 빼서 주변을 두리번거려.
햇살에 비친 선생님의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와.
나는 애써 정신을 집중하며 문제를 풀려고 했지.
...학원엔 나랑 선생님.
둘뿐이야....
콩닥콩닥-.
가슴이 두근 거려와.......
너무나도 떨려.
※엄지피아노※
08
한은섬고엄지강휘문그리고또다른고엄지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
나랑 휘문이는 학교로 향해 골목을 같이 걸어가고 있었어.
"가지마"
"싫어.니가 나한테 피아노 가르쳐줄것도 아니고.허구헛날 여자나 만나러 다니는 놈이~"
"가지마.사람이 말 좀 하면 알아 들어라 그냥"
내가 집에서 나오고 지금 학교로 가는 동안
휘문이 놈이 학원에 가지말라며 난리야.
이 자식이 요즘 왜 이래.
"됬네요.너 가을에 더위먹었냐?응?"
"야,고엄지-"
나는 휘문이를 안쓰럽게 쳐다보며 앞질러 가려는데.
어떤 여자애가 휘문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와.
"휘문아~"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렸고.
휘문이 옆에는 어느새 한지련이 팔짱을 끼고 있었어.
얼씨구나.....
니들 지금 염장지르냐......
감히 솔로부대 앞에서...
"휘문아~"
"...오늘 학교 일찍 오네"
평소와는 다르게 휘문이가 살짝 표정을 구기며
한지련에게 말을 했어.
"응!너 보려구 일찍 왔지.근데 고엄지랑 너랑 학교 같이 와?"
나를 보자 표정이 싹 굳는 한지련.
나도 너만 보면 웃다가도 화난다,이 기지바야.
"어..여기서 이러지말고,가자"
휘문이는 자연스럽게 한지련의 허리를 감싸고선
내 앞을 가로질르며 한지련이랑 걸어가.
하..기가막혀.
나는 뒤에서 주먹을 불끈쥐고 녀석을 때리는 흉내를 내며
같이 학교로 도착했어.
"앙~헤어지기싫다~"
"그럼 계속 걸어다니지 뭐"
한지련이 뭐같지도 않은 애교를 휘문이자식에게 떨어대니
휘문이는 싱긋 웃으면서 교실로 들어가다 말고 계속 걸어가.
뭐냐......
이 뭐같은 상황은.
나는 쓸쓸히 혼자 교실로 들어갔지.
"엄지야!!!"
이때,수정이가 나를 부르며 달려와.
워메!!깜짝이야!!
간떨어질뻔했네.
"왜그래?"
"어제 그 남자말이야~그 뺑소니범!"
어제?
아....그 이름 모를 남자?
"어,근데 왜?"
"내가 도망치면서 막 뺑소니범이라구 빡빡우겼드니
그 남자가 자기가 어떻게 해주면 뺑소니범이라고 안그러겠냐는거야"
"그래서?그래서 어떻게 됬어?"
"50일동안 만나달라그랬지!"
오오.....
알겠구나....
문수정 니년의 속셈을.
그 잘생긴 남자를 쟁취할 속셈이였어~
여우같은 기지바.
"나 이제 어떡하지~오늘 만나기로 했는데에!"
"어떡하긴 뭘 어떡해.너 잘하는거 있잖어.내숭"
"얘가!내가 언제 내숭떨었다구!"
엄청 들떠서는 그 남자 말이라면 다 할것같은 수정이.
"너 그남자 이름은 알어?"
"응!이름이...뭐랬더라?아,맞다!유지태래!유지태."
유지태.....
지태.....
이름도 때깔나는군.
"근데말야.어제 우리 지태씨랑 같이 있던 그 남자.."
언제부터 호칭이 지태씨로 바뀐것이여...요것아.
"아,우리 피아노선생님이야~"
"허억!남자였어?!캡짱 좋겠다!!!봉잡았어 요년아!!"
그럼 넌 여태까지 여잔줄 알았더냐....
"니네 선생님 이름이 뭐야?나이는 몇살이구!?"
이름?
나이?
......ㅎㅓ억.
여태까지 선생님 이름이랑 나이도 모르고 있었어.
"몰러...."
난 넋나간 사람마냥 말했고
수정이는 내가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봐.
"쯧쯔...니가 그래서 안된다는거야~나같으면 벌써 손을 잡구..."
이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뭐...손은 잡긴 잡았지.....
그것도 잡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처음으로 거기서 피아노 칠때.
선생님이 내 손을 잡고 쳐줬는데!!
콩닥콩닥-.
그 생각을 하니 또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
그러던 이때.
학교안에서 쉬는 시간이 끝남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와.
"야,다음시간 체육이야!"
"어?어-"
나랑 수정이는 헐레벌떡 탈의실로 들어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는 운동장으로 나왔지.
그나저나 휘문이 이 자식은 또 땡땡이인가.
한숨을 푹쉬며 운동장으로 나와서 준비운동을 했지.
.........
"자,오늘은 뜀틀뛰기를 할것이다.모두들 번호대로 줄을 서 도록."
체육선생님의 말에 애들은 궁시렁궁시렁거리며
차례대로 줄을 섰어.
아.....
나 뜀틀뛰기 진짜 못하는데.
그냥 그대로 퍽 앉아버린다구......
앞으로 다가올 내 어두운 앞날을 생각하며 얼굴을 울상였지.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긴장은 더 해갔어.
"자,8번 고엄지.시작해"
체육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한숨을 깊게 쉬고서는
달렸지.
도움닫기도 하고...
이제 뜀틀을 짚었는데.
저기 운동장스탠드에 앉아서
담배를 물고 나를 쳐다보는.....
선생님이 보여.
선생님이 여기는 또 왠일이지?
담배가 있는걸보니 담배를 구하러 온건 아닐테고-.
나는 선생님을 빤히보며 뜀틀을 짚고 넘어가는데.
우당탕탕-!!
다리와 팔에서 전해져오는 고통.
줵일.....................................
선생님을 보다가 그만
뜀틀에서 옆으로 떨어지고 만거야.
"푸하하하-"
내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고서는 애들이 깔깔 웃어.
이것들이...
으악!어떡해.
어떡하지!?
창피해 미치겠네!!
애들한테 창피한것도 있었지만.
하지만.
지금 내가 너무 창피해 하는 이유는.
지금 선생님이 나를 보고 있다는거야.
※엄지피아노※
09
한은섬고엄지강휘문그리고또다른고엄지
"뜀틀뛰기도 못하더라....."
크흑.......
바이엘 문제를 풀고 있는 내옆에 앉아서
선생님이 내 정곡을 찔러대.
줵일...............
"뜀틀뛰기도 못하더라......."
계속 그 말만 내뱉는 선생님.
묵묵히 문제를 풀어가던 나는.
결국 참지못하고-.
"그래도 줄넘기는 댑따 잘해요!!!!!"
라고 소리쳤지.
허억.....내가 방금 뭐라고한겨.....
선생님은 그런 내가 웃긴지 바람 새는 소리를 내며 웃어.
"근데요,선생님.오늘 왜 학교에 있었어요?"
나는 애써 태연한척하며 선생님께 물었지.
그러자 선생님은.
"..추억찾기"
"네?"
선생님의 표정이 슬퍼지더라.
추억찾기..........
무슨 뜻일까.
"추억을 찾으러간거야.."
무척...슬퍼보이는 선생님의 눈빛.
괜히 물어본것같아.
난 분위기를 전환해보려고
"참!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응?"
"여태까지 선생님 이름이랑 나이도 모르고 있었잖아요~궁금해서요"
오늘 수정이랑 얘기할때 선생님 이름이랑 나이도 모른것도 있었고.
분위기도 전환해볼겸 선생님에게 물어봤어.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더니
"내이름은 한은섬이고 나이는 스물여섯.됬어?"
....한은섬......
이름이 신비로워.
나이도 스물여섯이고.....
응?
희찬이가 몇살이였더라?
일곱살이라고 알고있는데?
응??뭐지??
갑자기 혼란이 찾아오는 내 머릿속.
"얼른 문제나 풀어.언제하고 갈려고"
선생님은 내옆에서 일어나 자기 책상으로 가.
으휴.......
어쨌든 선생님 이름이랑 나이도 알아뒀으니.
내일 수정이한테 말해줘야지.
오늘의 망신을 씻으며~
.........
.....
시간이 흐르고 나는 학원에서 나와서 집으로 향했지.
"...오빠는 풍각쟁이야~"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들어갔어.
"학교다녀왔어!"
"어,엄지왔어?"
나를 보자 반갑게 맞이하는 우리 엄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가 침대로 바로 누워버렸지.
아으....피곤해.
기지개를 쭉 피며 막 휴식을 즐기고 있을쯤.
"엄지야,마당에 나가서 화분에 물 좀 주고와!"
"그런건 엄마가 해도 되면서!"
난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질질 끌며 집 마당으로 나왔지.
마당에 있는 화분들 옆에 놓여져있는 분무기로 물을 주고 있었지.
엄마가 하도 집 꾸미는걸 좋아해서 화분은 엄청 많아..
그래서 좋긴 하지만.
키우는게 문제지.
귀찮아서 영...
분무기로 화분에 물을 주면서 담 넘어 바깥을 두리번거렸지.
자기 또래의 애들과 노는 아이들.
시장을 보고 집으로 들어가는 아줌마들.
.......어?
이때,내 눈에 들어오는.....단 한사람.
우리집 근처에 있는.
저번처럼....그 나무 옆에서
슬픈 얼굴로 그 나무를 바라보는 선생님.............
내 가슴까지 아련해져와.
저 나무에 무슨 사연이 있길래.
항상 저나무 옆에서 슬픈얼굴로 서있는걸까.
..나는 너무도 궁금했어.
※엄지피아노※
10
한은섬고엄지강휘문그리고또다른고엄지
........
...............그 다음날 아침.
"하암-......졸려..."
아직도 덜 깬 잠을 애써 이겨내며
눈에 붙은 눈꼽을 떼면서 연심 하품을 하며 학교에 가는 내꼴이란.
말 그대로 이상한 여자였지.
"조올라....여자가 입 쫙벌리고 하품하냐.추하게"
나랑 같이 학교에 가던..
내 귓가를 쑤시는 휘문이의 한마디에.
나는 휘문이놈을 째려봤지.
저 개싸가지!!
지 여자한테는 마치 어린 아기 다루는것처럼 잘해주면서!!!
난 휘문이놈에게 가운데손가락을
높이 쳐들어주고선 코웃음을 치며 걸어갔지.
이때.
"꺄악~휘문아"
이 가식섞인 목소리는....
바로 한지련.
언제 나타났는지
어느새 휘문이에게 안겨있는 저 백여우같은 기지바.
울화통이 터져미치겠네.
"오늘도 같이 오네?치이.다음부턴 나랑 학교 같이 오자,휘문아."
나를 힐끔 보더니 한지련이 휘문이에게 아양을 떨며 말했어.
얼씨구.
니가 아무리그래봤자 휘문이놈은 너랑 같이...
"그래.내일부턴 같이 오자"
내 믿음을 산산조각 내버린 휘문이놈의 한마디.
저,저게!!!!
왜 지맘대로 결정하고 난리인거야!!!
"야,내일부터 지련이랑 같이 다니자"
휘문이의 말에 나는.
"웃기셔???너나 쟤랑 같이 다녀~난 됬거든?이자식아!"
난 그동안 마음에 품고있었던 말을 내뱉고선
학교로 뛰어갔어.
쥑일놈....
이 쥑일놈아!!!!
쥑일놈 강휘문.
뒤에서 나를 보며 궁시렁거리는 한지련 가시나의 목소리와
나를 부르는 휘문이자식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무시하고 학교로 뛰었지.
"안녕,수정아!"
나는 교실로 뛰어들어가 수정이에게 인사를 건냈어.
그러자 수정이는 갑자기 왜 친한척이냐는듯 표정을 구기지뭐야.
저게...
"나 우리 선생님 이름이랑 나이 알아냈어!"
나는 어제 선생님께 물어본 이름과 나이를 수정이에게
알려주려고 수정이 앞자리에 앉아 말했지.
그러자 수정이가
"정말!?이름이 뭔데?나이는 몇이구!?"
"이름이..한은섬?맞아,한은섬이랬고..나이는 스물여섯!"
"흐흐흐.....우리 지태씨랑 친구니까....나이도 똑같구나..."
아직도 그 남자에게서 헤어나오지못한 수정이는 침을 흘리며 무언갈 상상하지.
대체 무얼 상상하는거냐......
"그나저나 강휘문은?둘이 같이 안왔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수정이가 말했지.
갑자기 그놈 생각을 하니 짜증이....
"지 여자친구랑 있어"
난 인상을 구기며 말을 내뱉었고
수정이는 턱을 괴더니
"한지련이랑 같이 있단말야?요새 한지련이
강휘문한테 붙어다니네.다른남자애들이랑 사귈때는 안그러더니."
한지련...........빌어먹을....
백여우같은 가시나.
나는 이를 빠득빠득 갈며 한지련을 마음속으로 씹어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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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파하고 하교길.
난 가방을 매고서 교실을 나섰지.
"야,고엄지 같이가"
그러자 휘문이녀석이 나에게 소리치며 내 뒤를 따라와.
"왜?니 여자친구랑 같이 가지"
"고엄지-"
난 퉁명스럽게 말을 하고선 교문을 지나쳐 집으로 걸어갔어.
휘문이녀석은 계속 나를 따라오고.
그러던 이때.
"휘문아."
또 다시 들려오는 한지련의 목소리.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지.
또 같이 가겠네.
강휘문 나쁜 자식.
나는 앞머리를 습관처럼 쓸어내리며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 움직였어.
"휘문아,같이 카페가자.요즘 우리 데이트하는것도 드물었잖아~"
"어?오늘은..."
"응?휘문아-"
"..알았어.니가 쏴라"
혹시나가 역시나.
휘문이녀석은 한지련을 품에 안고선 가버려.
의리없는 자식.
이젠 안녕이다!퉤퉤퉤.
나는 연신 휘문이자식을 욕하며 학원으로 향했어.
기분이 울적해.
왠지....
학원으로 들어가니...꼬마애들이 문제를 풀며 앉아있었어.
피아노방에선 피아노 연주소리가 들려오고.
선생님이 없길래 나는 피아노방으로 살짝 고개를 뻬었고.
....그 피아노방엔 선생님이 악보도 없이 피아노를 치고 있었어.
제목은 모르지만..
클래식같았어.
음이 너무 편안하고 아름다웠어.
피아노를 치고 있는 선생님이 멋져보이기도 했고.
"선생님...."
나는 선생님을 부르며 선생님 옆으로 다가갔지.
그러자,선생님이 피아노 연주를 멈추고 나를 쳐다봐.
"....피아노 좀 계속 쳐주세요.."
"....여기 앉아"
내 말에 선생님은 옆에 앉으라며 입을 열었고
나는 선생님 옆에 앉았지.
그러자,선생님은 다시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더라.
마음이 편안해져.
어지러웠던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느낌이야.
휘문이 생각만 났지.....
강휘문...
".....흐읍...."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
휘문이놈 생각에....
눈물이 흐르더라.
미쳤나봐...
나는 황급히 눈물을 닦았지만
울음이 터지더라.
미쳤나봐.....
선생님은 묵묵히 피아노 연주만 하고 있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