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역전마라톤대회에 14년 연속으로 참가를 하게 되었으니 드디어 절반을 넘어섰다.
이 대회에 참가했던 초기에 취학전 아이들이 이젠 어였한 성인이 되었으니 세월의 변화와 나 자신의 굳건함에 감개무량할 따름.
이번에 우리팀 김제는 대회가 시작되 되기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더니 대회중에도 그 곡절은 이어진다.
작년에 팀에 합류해 종합5위라는 성적을 끌어준 에이스 박명현선수가 며칠전 축구를 하다가 발목의 인대를 다쳐 참가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었고 또 올해 새롭게 합류한 강호선수는 첫날 4소구를 뛰기도 전에 하루만 하고 올라가야 될 사정이 생겼다니...
어쨌거나 첫날은 그럭저럭 틈을 메꿔 6위를 했는데 둘쨋날은 참으로 암담~
내가 투입될 구간도 몇차례나 변화가 있던 끝에 결국 7소구로 정해진다.
맨 처음에 4소구(청웅~환경연구원 9.8Km), 그 다음엔 1소구(순창~인계 5.5Km), 다시 4소구로 갔다가 결국 작년에 뛰었던 사선대주유소에서 남관초까지의 5.9Km구간에 배치가 된 것.
올 가을에 풀코스를 2주 간격으로 3차례나 뛰었기에 몸이 피로가 누적되어 엉성하기 그지없기에 가능한 짧고 부담이 적은 코스를 바랬던 것이었고 바람대로 되었다.
첫날 성적이 1위 군산만 독주를 할 뿐 2위부터 5위까지전주, 정읍, 익산, 순창 네팀이 불과 4분차이로 경합 중이고 6위부터 12위까지 7개 팀(김제, 완주, 고창, 장수, 부안, 남원, 임실) 또한 4분 범위내에서 도토리 키를 재고 있으니 순위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둘쨋날 단 한구간의 성적만으로도 자릿수가 몇단계나 바뀔 상황인데 김제는 있던 주자마저 빠져버렸으니 이건 뭐...
첫날과 마찬가지로 둘쨋날도 그저 선수로 바로 현장에 투입되지는 못하고 1소구 구간에서 감찰차로 코치를 하고 3소구에선 송기산선생의 K5를 대리운전 서비스 해준 뒤 그 차를 몰아 사선대주유소로 이동하게 된다.
11시 40분에 도착한 그곳엔 이미 각 시군 대기주자들이 워밍업을 어지간히 끝낸 상태였는데 난 그때부터 짐 풀어놓고 달리기 시작하니 퍽퍽하기 그지없다.
슬치재 정점까지 뛰어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이 워밍업의 거의 전부가 되고 이후로는 얼마지 않아 구간소집.
몸은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상태가 많이 회복이 된 것 같아 다행이긴 한데 워밍업이 10분 남짓 밖에 되지 않아서...
그나저나 하루종일 비라 올거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가끔씩 오락가락 하는 수준이라 천만다행이다.
맞바람은 제법 불지만 이 코스는 슬치재 이후론 긴 내리막인지라 그나마 부담이 덜하다.
각 시군의 선수들을 보면 전주 정준호, 군산 김재복, 익산 정병은, 정읍 김상기, 남원 양병준, 완주 정성진, 진안 김상우, 무주 윤진노, 장수 전상면, 임실 박진수, 순창 김윤기, 고창 차재성, 부안 나영균으로 대여섯명 정도는 만만해 보이지만 그건 몸이 좋았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제2주자에 맞춰 동시출발을 해서 초반부터 부지런히 언덕길을 올라간다.
맨 뒷쪽에 자리를 잡고 앞사람들 발 뒤꿈치만 바라보며 슬치재 정상까지 올라가고 횡단보도 즈음에서 비로소 서너명을 앞질러 나간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았던 장수의 전선수가 바로 치고 앞질러 나가는데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내리막을 가속을 붙여 떨어지듯 달려가는데 도저히 따라붙을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
진안을 뒤에 세우고 부안을 그 다음에 그리고 내리막을 거의 다 탔을 무렵에 남원과 완주를 잡았는데 무주의 젊은 선수가 뒷심을 발휘하며 치고 나가고 경기를 마칠 때까지 뒤따라 가보지만 결국 뒤집지를 못한 채 청테입 라인을 지나고 만다.
기록은 20:03로 작년의 20:23에 비해선 20초가 당겨졌고 순위는 똑같이 10위, 하지만 2011년 19:19에 비하면 확실히 차이를 보여준다.
마지막 소구에서 어제 첫소구 감찰차를 타고 코치를 해줬던 조철현선수를 다독거려서 맨 꼴찌에서 9위까지 순위를 뒤집게 만들어줬지만 팀의 순위는 중간에 구멍을 메꾸지 못해 11위로 마감이 되었다.
에이스 한사람의 몫이 이렇게나 큰 차이를 보여준다며 다들 현실의 벽을 실감.
올해의 농사는 이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마치 기나긴 여행이라도 다녀온 것처럼 긴박하고 설레이고 아쉽고 하여간 만감이 교차.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렇게 한결같이 젊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어서 행복하기 그지없다.
첫댓글 선배님 대단한 기록 축하합니다.. 항상 건강관리 하면서 달리시기를 바랍니다...
아이구 뭐가 대단하다고... 아무튼 고마우이
이제 올 시즌은 다 끝났으니 당분간은 푹~쉬면서 내년 구상을 해야겠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