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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0일 불날
날씨 : 봄비가 오더니 춥다. 옷은 봄옷을 입었지만 목은 춥기에 목도리를 한다. 그래도 곳곳에 꽃망울이 움트고 쑥이 올라와 봄을 알린다.
요즘 푸른샘은 학교에 적응하느라 여러 가지 모습들이 한꺼번에 보인다. 우는 아이, 몸이 아픈 아이, 거친 말이 튀어 나오는 아이, 장난을 많이 치는 아이, 화장실 가는 것이 힘든 아이, 밥 먹는 것이 힘든 아이, 낮이 되면 목이 쉬는 나까지. 갖가지 모습들이 있는지라 좀 더 세세하게 살피는 편이다. 저번주보다 눈물이 많아진 민주가 오늘 아침에 방에서 어머니 무릎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늘은 몇 시에 데리러 오라는 말과 함께 어머니와 헤어지는데 눈물이 뚝뚝 흐른다. 민주 덕분에 아침열기 시간에 푸른샘 아이들과 학교 올 때 힘든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부끄럼 많은 민주는 손들고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 눈물로 힘듦을 표현해 주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윤슬 : 학교에서 많이 쉬고 싶은데 자꾸 책상에 앉아서 뭘 해야 해서 힘들어요.
하윤 : 학교까지 걸어오는 게 힘들어요.
정우 : 학교까지 오는 게 힘들어요.
선율 : 자꾸 늦게 자게 되요.
주로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힘든 것들이 있을 때는 선생님에게 언제든 이야기 했으면 좋겠고 힘든 친구가 있으면 서로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내내 민주가 눈물을 보였고 위로는 꼭 등을 토닥여 주는 것만이 아니라는 말도 했다. 웃긴 표정, 웃긴 말투와 몸짓을 보여주어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하니 요즘 엉덩이춤에 꽂힌 정우가 먼저 일어나 엉덩이를 씰룩씰룩 하며 춤을 춰 보인다. 그러니 다른 아이들도 너도나도 일어나서 엉덩이를 흔들흔들 하고 현준이는 얼굴로 웃긴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러니 민주가 활짝 웃는다. 눈물보단 웃음이 더 많아 지기를!!! 민주야~~~ 재미나게 살아보자! 여하튼 그러는 와중에 한울이와 윤슬이가 사소한 것으로 줄곧 싸움을 한다. 서로 멈추지 않고 큰소리를 내며 싸우고 옆에 있는 태훈이도 한울이 편을 들기에 모두 이야기를 멈추고 앉은 자리를 바꿨다. 그런 뒤 지금은 아침열기 시간이니 아침 열기가 끝난 뒤에 세 사람을 따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아침 열기가 끝나고 세 어린이가 모였다.
우선 오늘 아침에 서로 왜 마음이 상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구체의 것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대충 정리해 보자면 엉덩이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윤슬이가 한울이에게 엉덩이 춤을 춘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한울이는 그것이 놀림처럼 느껴져서 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 했는데 윤슬이가 들어주지 않았다라는 것. 두 어린이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한 두 번이 아닌지라 오늘은 깊이 이야기를 나눠야 겠다 싶어서 서로 어떤 것을 부탁하고 싶고 나는 어떤 것이 잘 안되서 힘든지를 이야기를 나눴다. 한울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윤슬이가 내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줬으면 좋겠다라는 것. 그리고 하지말라는 것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라는 것. 윤슬이는 한울이가 몸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태훈이가 한울이 편을 든 것은 나도 저번에 윤슬이와 이것과 비슷한 일이 있어서 그랬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무엇이 힘든지 알겠느냐 물었더니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얘기가 길어지니 힘든 윤슬이가 장난을 치고 한울이와 태훈이는 그게 웃긴지 웃는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끝내야 할 터. 우리 장난꾸러기 윤슬이는 장난을 멈추는 것이 힘들다. 귀여워서 볼도 한번 찔러보고 재밌어서 웃긴 표정을 짓고 메롱을 여러차례하고 ~~~~ ㅋㅋㅋ 보는 나야 귀엽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멈춰야 할 터. 그래서 다른 사람이 귀엽거나 찔러보고 싶을 때는 꼭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한울이도 윤슬이에게 도움말을 부드럽게 두 번만 주는 것을 약속했다. 줄곧 공부시간에 서로를 바라보며 싸우고 서로에게 집중을 하다보면 공부도 놓치게 되고 싸움이 커진다고 이야기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한울이가 아주 멋진 말을 한다. 저도 놀리고 싶지 않고 나쁜 말을 하고 싶지 않은데 그게 잘 안되요ㅜㅜ 힘들어요 라고 한다. 그래서 힘들 수 있다고 그러니 서로 애써보자고 이야기하고 내 스스로 뭐가 잘 안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한데 그것을 이렇게 알고 스스로 이야기 하니 멋지고 잘 해보자 이야기를 한 뒤 서로 사과를 하고 이야기를 마쳤다. 오늘 나눈 이야기처럼 서로 잘 보듬어 주기를. 우리의 장난 꾸러기들! 이야기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몇 몇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 다락쪽으로 가보는데 어머나~~ 다락에 있는 깔판(놀이할 때 쓰는 매트)이 층계에 내려와 있고 그걸 미끄럼틀처럼 타고 있는 1학년 아이들. 그 무거운 걸 어찌 옮겼을까. 형님들이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 1학년들이 옮겼다고 한다.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꺼내서 만지지 않는 다는 이야기를 단디 해야겠다. 우선 나가야하니 그대로 두고 갔다 와서 치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올해는 텃밭에 나무틀을 만들어서 푸른샘 밭고랑에 울타리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하면 아이들이 고랑과 이랑이 헷갈려서 무언가 심겨져 있는 밭을 함부로 밟지 않고 잡풀을 관리하기가 쉬워진다. 그래서 저번 주에 형님들과 나무 파렛트를 찾아 놓았다. 밭의 길이를 재어야 나무를 이어 붙일 터. 3월 한 달 짝꿍들과 짝손을 하고 텃밭으로 같다. 가는 길도 험난하다. 저마다 흩어져 있는 짝을 찾으며 화를 내는 아이, 서로 좋아 장난치는 아이, 서로 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 서로 앞에 서겠다고 투닥투닥하며 줄을 선다. 나도 목소리를 높여 줄을 맞춘다. 그래... 사람 사는 곳에 어찌 평화만 있으랴. 좀 투닥투닥 할수도 있고 결이 달라 힘들거나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 상처도 받을 수 있지. 하지만 그 과정이 서로 약이 되기를. 서로 너무 많이 힘들지는 않기를 바란다.
그러는 사이 텃밭에 닿았다. 텃밭만 가면 냉이튀김 맛이 기억이 나는지 하윤이는 늘 냉이를 한 두 개씩 캐서 나에게 내밀며 튀김을 해달라고 한다. 양이 너무 적은데... 여하튼 냉이를 받아들고 텃밭에 이랑이 몇 개 있는지 다같이 세어본다. 1학년의 수학공부! 18개라는 결론을 내리고 푸른샘 텃밭의 가로 길이는 330cm, 세로 길이는 97cm 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일 이것을 가지고 5학년들과 나무를 이어붙여 울타리를 만들기로 했다. 다시 짝손을 하고 학교로 가는 길. 가는 길에 쑥이 크진 않지만 제법 자라있다. 그래서 얘들아~ 우리 이번엔 쑥을 튀겨 볼까나? 했더니 너도나도 좋다며 이미 손을 움직인다. 개똥산 무덤가에 가면 쑥이 많으니 지금은 보이는 것만 캐고 그 쪽으로 가자고 하니 다들 좋아한다. 이미 입안 가득 쑥을 먹은 듯이^^ 개똥산으로 가서 쑥을 뜯는다. 보이는 만큼, 움직이는 만큼. 노는 것이 더 좋은 아이들도 있다. 세화와 선율이는 왜 다른 아이들은 놀고 우리들만 일을 하냐고 한다. 그래서 ‘놀아도 좋다~~ 이미 저마다 먹을 만치 다 캤으니 그러니 너희도 지금 부터는 마음이 나는 만큼 재밌게 캐고 힘들면 놀자’고 한다. 저마다 쑥을 찾는 아이들도 노는 아이들도 즐겁다. 파란 하늘과 넓은 잔디밭에 웃는 아이들이 평화롭다. 그렇게 쑥을 뜯고 얼음땡,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번갈아 가면서 했다. 놀이는 늘 즐겁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 다툼도 있고 화도 있다. 술래가 걸렸다고 하는 데도 안 가거나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아주 엄격하게 규칙을 세우면 서로 투닥투닥. 그럴 때 선생이 몇 마디 덧붙이며 놀이가 재밌을 수 있도록 돕는다. 서로 어울리는 이 시간에 함께 사는 것을 또 배운다. 캔 쑥이 많이 않다. 두부를 넣어 파는 플라스틱을 주워서 거기에 담으니 꽉 차지 않는다. 그래도 한입 씩은 맛볼 수 있으니 이만큼이면 됐지 싶다. 학교로 돌아와 모둠마다 파렛트 주워온 것에 톱질을 한 번 씩 한다. 형님들이 열심히 나무를 톱질하고 못을 빼고 있는데 1학년은 그만큼의 일을 할 수는 없고 할 수 있는 만큼한다. 저마다 톱질을 열 번씩 하고 쉬고 나는 쑥전을 하려고 반죽을 빨리 저었다. 그랬더니 전이 딱 한 장 나온다. 전을 부치는데 오늘 3학년들이 반찬을 만드는 날이라 좋은 냄새가 난다. 동그랑땡, 오이도라지 무침, 시금치국 세가지를 하느라 바빴을 텐데 다들 즐겁다. 인채, 인준, 나윤이는 점심시간에 종이를 들고 다니며 보는 사람마다 맛이 있었는지 음식 마다 묻고 그걸 세모 동그라미로 표시한다. 맛있다 하면 까르르 웃고 조금 달다 짜다 이야기를 해도 난 달았는데~~라며 또 까르르까르르 넘어간다. 귀여운 아이들 ㅋㅋㅋㅋ 다음엔 더 맛있게 해주렴!
쑥전을 무쳐 작지만 한 조각씩 찢어서 1학년들에게 주었다. 다들 아기새들처럼 입을 쩍쩍 벌리고 받아 먹는다. 또 달라 아우성. 하지만 오늘은 이걸로 끝! 그렇게 점심시간이 오고 형님들이 맛있게 해준 덕에 맛있게 먹는다. 밥을 먹지 않겠다던 민주도 아주 조금씩 받아서 잘 먹는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민주와 함께 머리를 땋아주며 놀았다. 미용실 손님과 사장님이 되어서. 놀때는 큰 눈이 반달 모양으로 환하게 웃는데 청소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불안한 눈빛을 보이기도 ^^ 우리의 미장원 놀이가 재밌어 보이던지 지안이가 오고 승원이가 오고 도훈이가 왔다. 지안이 머리는 엘사처럼 승원이 도훈이 그리고 또 재밌어 보였는지 온 현준이 머리는 사과머리가 되었다. ㅋㅋㅋ 다른 1학년 여자아이들과도 놀까 싶어서 가보니 영아와 한비는 이미 식당을 차려서 식당놀이를 하고 있어서 그냥 두었다.
청소를 마치고 호떡가루로 호떡을 만들었다. 모둠마다 반죽을 하고 기다리고 설탕을 넣어서 굽고. 그 과정에서도 서로 투닥투닥이다. 한울이와 윤슬이는 불 가까이가면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도움말을 잘 들어주지 않아서 거친 말로 바뀌어서 한 번 더 투닥투닥. 하지만 아침에 이야기를 나눈 뒤여서 인지 서로 사과를 하고 마무리. 다른 모둠들도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거나 호떡에 들어가는 설탕이 너무 먹고 싶어 손이 먼저 나간 아이들을 말리느라 또 한바탕 투닥투닥, 내가 먼저 하겠다 투닥투닥 ㅋㅋㅋㅋ 이렇게 저렇게 하다보니 호떡이 뚝딱뚝딱 만들어져서 다들 반 조각씩 먹는다. ‘하나만 더 주세요, 우리 어머니 아버지껏도 해주세요, 오늘 당장 한살림에 가서 이 호떡가루부터 살 꺼예요,’ 따위의 말들을 하며 먹는다. 양이 많이 않으니 오늘은 이만큼만 먹고 다음에 더 많이 먹자한다. 다른 모둠은 너희들이 먹었던 것의 반 밖에 줄 수가 없다고 하니 다들 이해한다. 맛있게 만들고 맛있게 먹고 맛있게 다른 모둠에게 나누어 준다. 모둠마다 형님들에게 갖다 주는 것까지 마무리를 한 뒤 가방 챙기며 마침회 채비를 하고 마침회를 한다. 마침회때는 주로 고마운 일, 재밌었던 일, 부탁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 하는데 오늘은 골고루 이야기 꺼리가 많다. 고마운 일은 이야기를 한 뒤 박수를 치고 부탁하는 이야기는 서로 진지하게 듣는다. 그리고 포도송이를 오늘 색칠할 수 있는지 물었다.
(포도송이는 지난해 2학년 아이들이 했던 것인데 모둠의 규칙을 정하고 그것이 잘 지켜졌을 때 포도송이를 한 알씩 색칠해서 다 색칠이 되면 모둠끼리 나들이를 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으며 잔치를 하는 것) 푸른샘의 이번 주 약속은 ‘하지마’라고 2번 말하면 멈추기. 하지말라는 말을 많이 하는 푸른샘들을 위한 약속. 색칠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아이들이 네 사람쯤이다. 어제는 그 보다 더 많았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색칠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니 실망하는 눈치. 그래서 말을 덧붙인데. 어제는 더 많은 사람이 칠하지 말자고 했는데 오늘은 네 사람이니 어제 보다 오늘 더 애쓴 사람이 많다는 것! 내일은 더 힘을 더해서 잘해보자고... 서로 탓하지 않고 솔직한 어린이들이 좋다. 솔직하게 칠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손도 들고 그 까닭에 대해서도 집중해서 들었다. 이렇게 하루가 갔다. 푸른샘은 열두 사람. 열두 사람이 온 몸으로 학교에 적응해 나가는 중. 서로 저마다 다른 신호를 내게 보내오지만 어떨 때는 그 신호에 다 반응을 못해 주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나도 사람인지라 그 때 그때 내 손길이 더 필요해 보이는 곳에 가게 된다. 입이 하나쯤 손이 하나쯤 발이 하나쯤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게 나의 요즘 마음. 나도 적응 하느라 목이 아픈데 너희들도 그렇겠지. 부모님들도 그렇겠지요. 아이들 하나하나 구체로 이야기를 하자면 참 이야기 할 것들이 많다. 하나 둘 씩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이렇게 1년을 살면 적응이 되겠지. 저마다의 기운들이 서로 맞지 않아도 좋다. 서로 함께 사는 힘, 서로를 살피는 눈이 커지기를. 푸른샘들아~~~~~~~~ 자알 살아보자!
첫댓글 열두색.. 우리 권쌤 휘황찬란한 푸른샘 외계인들과 사시느라 애쓰시네요. 아이들 이야기에 킥킥거리며 긴 글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손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건강 챙기소!
정우: 학교까지 오는게 힘들어요.
이 부분에서 빵 터졌습니다!!
얼마나 가까워야 안 힘들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