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공즉시색 [色卽是空空卽是色]
대승불교의 경전인 《반야바라밀다심경》에 나오는 말.
《반야바라밀다심경》의 중심사상을 이루고 있어 널리 알려진 말이다. 색(色)이란 형태가 있는 것, 대상(對象)을 형성하는 물질적인 것, 넓게는 대상 전반을 가리킨다.
첫구(句)는 색이란 모두 공(空)에 불과하다 하였고, 대상을 우리들은 어느 특정한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실은 그것은 광범한 연계(連繫) 위에서 그때 그때 대상으로서 나타나는 것일 뿐이며, 그 테두리를 벗어나면 이미 그것은 대상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하는 것이므로 그 대상에 언제까지나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둘째 구는 그와 같이 원래부터 집착할 수 없는 것을 우리들은 헛되이 대상으로 삼지만, 그것은 공이며 그 공은 고정성이 없는 것인데, 바로 여기에 인간의 현실(존재)이 있다고 설한다. 이것은 일체의 것, 즉 불교에서 말하는 오온(五蘊) 모두에 미치며, 대상(對象:色)뿐만 아니라 주관(主觀)의 여러 작용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영정중월 [詠井中月]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시.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산승이 달빛을 탐내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으리
병을 기울이면 달도 따라 비는 것을
고려 중기에 문장가로 명성을 높인 이규보의 오언절구(五言絶句)이다. 제목은 '우물 속의 달을 노래하다'라는 뜻이다. 산승(山僧)이 물을 길러 갔다가 우물에 비친 달이 하도 아름다워 병 속에 담아가지만, 절에 돌아와 병을 기울여 물을 따르고 나니 달도 함께 사라져버린 것을 깨닫게 된다. 산승이 물병 속에 담아온 달은 인간의 탐욕일 수도 있고, 산승이 얻고자 하는 득도(得道)의 경지나 진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얻었다고, 도달했다고 생각하지만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수 있음을 통하여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의 불교관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