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 장안순의 역동성은 「순천만」으로부터 온다. 오랜 시간 「순천만」에 천착해 온 작가의 향토색 짙은 일련의 작품들에서 보여주는 강렬한 주제의식은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와 우리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신명이 곧 품격인 것이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할지라도 시대정신의 촉수로서 그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다면 공허할 뿐이다. 한정된 화폭 안에서 빛과 어둠이 이루는 사물들의 형태를 목쉰 독수리의 수리성으로 변형시키는 경쾌한 그의 필촉이 무수히 반복되는 동안 갈대는 철새이자 그의 정신 속 풍경이 된다. 참된 자들에게 있어서 풍경의 형태 속에는 아름다움을 뛰어 넘는 숭고한 고뇌가 깃들기 마련이다. 보여지는 풍경보다는 보는 풍경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Dynamics of the author, Huhjeong Jang An-Sun comes from 'the Suncheon Bay'. A distinct consciousness on the theme which is seen from a serious of his works full of local color comes nearer to us with warm heart and shakes us powerfully. The author has devoted himself to the Suncheon Bay for a long time. Enthusiasm has elegance in it. Though the author bore fruitful results through his continued works, he would feel hollow unless he plays a role as a feeler of the spirit of the age. While his birdlike touch of a brush keeps changing configuration of objects consists of light and dark to the savage characteristics of a throaty eagle in a limited painting, a reed becomes a migratory bird or a landscape in his spiritual world. For genuine people, sublime anguish far beyond the beauty tends to indwell in morphology of a landscape. This is because that the landscape that we see is more earnest than the landscape disinterestedly shown.
-장안순 작가노트-
가까이에서도 늘 그리운 순천만… 순천만은 냄새가 있다. 詩中有畵 畵中有詩 그럴듯한 화두를 쫓다가도 늘 그 냄새에 봉착한다.
香!
초병처럼 순천만을 응시하다가 시각보다 더 강렬하게 파고드는 어머니 품속같은 따뜻한 냄새에 몇 번이나 울었던가!
고백하건데 아직도 나는 그 내음을 철들어 스므 해 이상 들었던 붓으로 극복한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순천만에 천변만화(千變萬化)의 조화가 있음을 인정하며 갈대밭 한 귀퉁이에 오늘도 조심스럽게 앉아 심호흡 하면서도 말이다.
사시사철 아니, 오늘 이 순간에도 시시때때로 변화무쌍 하면서도 늘 그대로인 순천만에서 지치고 절망한다. 순천만 기수역의 민물과 짠물의 교차점에 갈대처럼 무성한 번뇌를 심는다.
어찌하랴!
비우지 못 해 채우고 채우지 못 해 비우더라도 먹을 갈고 붓을 숙명처럼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