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화택 시인의 <엿치기> <은덕>
청각적 리듬감과 존재의 온기를 응축
임화택 시인의 <엿치기>는 한 장면을 절제된 언어로 포착하면서 감각과 인간 본능의 미묘한 심리를 동시에 드러낸 작품이다. 리듬과 소리, 행갈이의 효과를 통해 현장성을 살아 있게 만들며,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삶의 원형적 장면을 환기한다. 시는 산업화 이전 마을 풍경을 암시하며, 독자를 특정 기억의 공간으로 이끈다. 이어 등장하는 “리어카 한 대 / 느릿이 들어선다”라는 시어를 통해 리어카의 근대화 이전 서민 경제의 상징과 동시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이동식 장터의 역할을 함께 보여 준다. 특히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청각적 리듬에 있다. “철컥, 철컥”, “뚝 / 두둑 / 뚝뚝뚝”의 의성어들은 소리 재현과 더불어 시의 호흡 자체를 형성한다. 독자는 마치 실제 엿치기 현장에 있는 듯한 감각을 경험한다. 엿을 자르는 행위는 단순한 장사 수완이 아니다. “사람들이 / 둘러선다”는 시어에서 드러나듯 잠시 하나의 시선으로 집중되는 놀이적 의례에 가깝다. 시는 그 집단적 감각을 짧은 언어 안에 응축한다. 시인은 엿을 자르는 풍경 속에서 사람들이 잠시 같은 소리를 듣고 같은 장면을 바라보던 시간의 기억을 복원하고 있다.
〈은덕>은 인간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배려와 연대의 감각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는 직접적인 감정 토로나 서사를 배제한 채 ‘등을 내어주는 침묵’이라는 이미지 하나로 인간 관계의 깊이를 드러낸다. 삶과 존재의 온기를 응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완성도 높은 서정시인 이 작품은 “넘어질 듯 흔들리던 날마다 / 누군가가”는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을 전제하며 시작한다. 삶은 본래 흔들리는 상태이며, 인간은 혼자만의 힘으로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존재다. 화자는 특정 인물을 명시하지 않는다. 부모, 친구, 타인, 혹은 이름 모를 누군가일 수도 있다. 이 익명성은 시를 개인적 경험에서 보편적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특히 “말보다 먼저 / 등을 내어주던 침묵”이라는 표현은 이 시의 핵심이다. 임화택 시인은‘등을 내어준다’라는 행위를 통해 설명도 조건도 없이 오직 곁을 버텨주는 물리적 온기만 드러낸다. 특히‘은덕’이라는 제목 자체가 중요한데, 이는 오래 남아 삶의 방향을 바꾸는 깊은 도움을 의미한다. 시인은 삶을 끝내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것은 말보다 먼저 등을 내어주던 어떤 침묵이라는 진심을 전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