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페시미즘이란 단어가 주목받지 않았다 쇼펜하우어 같은 철학자가 쓰는 말이었는데 상실의 지평선에서 부는 쓸쓸한 바람 같은 것이었다 페미니즘은 여성은 변두리다, 로 주목받았고 모든 것을 검은색으로 보고 싶지는 않지만 등대에서 눈동자가 떨어지는 암초의 편린도 있었다
한국시에서 페시미즘이란 단어를 쓴 것은 박인환이었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라는 구절에서 페시미즘이란 의미를 알았다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모든 것은 만나고 헤어지고 꿈꾸며 시들어가고 별은 흐느끼고 순수한 것은 미쳐가고 의식의 흐름이 되고 물에 빠져 죽은 버지니아 울프는 홑이불처럼 흐린 강물 속에 떠올랐다
……등대에…… 불이 없고 출항할 힘도 없고 우울한 페시미즘은 페미니즘이 되고 황량한 페미니즘이 페시미즘이 될 때 나는 사랑의 음성을 거짓말처럼 들으며 울어야 한다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페미니즘의 미래에 대하여 나는 세계의 비애를 다 지닌 채 술병의 바람을 다 마시고 등대의 불을 뜨겁게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