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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갈동구(夏葛冬裘)
여름의 베옷과 겨울의 가죽옷이라는 뜻으로, 격에 잘 어울리는 일이나 행동을 말한다.
夏 : 여름 하(夊/7)
葛 : 칡 갈(艹/9)
冬 : 겨울 동(冫/3)
裘 : 갖옷 구(衣/7)
(상대어)
하로동선(夏爐冬扇)
만약 여름에 화로를 갖다 주거나 겨울에 부채를 선물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값진 물품이라 해도 고마워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 하더라도 시기에 맞지 않거나 격에 어울리지 않으면 주고도 욕을 먹기 마련이다. 바로 하로동선(夏爐冬扇)이 말하는 것으로 쓸모없는 물건이 된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는데 둥글부채를 준다는 추풍단선(秋風團扇)도 마찬가지다. 반면 여름철에 부채를, 겨울철에 다음 해의 책력을 선물한다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받는 사람을 흡족하게 여기도록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마찬가지로 여름에 서늘한 베옷(夏葛)이나 겨울철에 따뜻한 가죽옷(冬裘)을 말하는 이 성어도 철에 맞고 격에도 잘 어울리는 일이나 행동을 뜻한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에서도 우뚝한 당(唐)나라의 문장가 한유(韓愈)는 친구 사이인 유종원(柳宗元)과 함께 고문(古文) 운동을 전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문운동은 도교와 불교를 배척하고 유가 성인의 도를 담은 글을 사용해야 하나다는 것으로 산문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고문운동의 정수를 담았다는 글이 한유의 원도(原道)인데 여기에 이 성어가 등장한다. 부분을 보자.
널리 사랑하는 것을 인(仁)이라 하고 이치에 맞는 것을 의(義)라 하며 따라야만 하는 것을 도(道)라 한다면서 이어진다.
황제와 왕은 그 호칭은 다르지만 그들이 성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帝之與王 其號名殊 其所以爲聖一也.
제지여왕 기호명수 기소이위성일야.
여름엔 칡베 옷을 입고 겨울엔 털가죽 옷을 입으며 목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먹는 것이 그 일은 다르다 해도 지혜로움은 똑 같다.
夏葛而冬裘 渴飮而飢食 其事雖殊 其所以爲智一也.
하갈이동구 갈음이기식 기사수수 기소이위지일야.
이 글은 도(道)가 도교나 불교의 도(道)에 의하여 어지럽혀져 있으므로 인의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한 도의(道義)의 본원을 논한 것이라 해석한다.
아무리 귀중품을 선물로 준다고 해도 격에 맞지 않거나 사용할 데가 없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왕이나 백성이나 베옷과 가죽옷은 필요하고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막론하고 음식은 필요하다. 때에 맞춰 합당한 곳을 찾아 국민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것은 위정자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原道(원도) - 韓愈(한유)
흔히들 원도(原道)는 한유가 유가를 내세우고 불가와 도가를 배척하는 글일 뿐이라고 알고 있다. 실상 원문을 그대로 읽으면 그렇게밖에 해석할 수 없다. 하지만, 단순히 유가를 높이고 불가와 도가를 깎아내릴 뿐이라면, 굳이 원도(原道)같은 거창한 제목까지 붙여가면서 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단지 그것밖에 없는 글이라면 명문으로 꼽아가며 많은 사람들이 읽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한유는 당송팔대가에 들어가는 명문가로, 고문운동을 이끈 사람이기도 하다. 한유가 원도에서 그토록 극렬한 주장을 한 까닭은 당 말기의 사회에서 나타난 모순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유의 고문 운동도 당 말기의 사회상과 연관 지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천보(天寶) 14년(755년)에 일어난 안사(安史)의 난을 거치면서 강한 번진들과 변방 소수민족의 침범, 조정의 정쟁과 환관들의 농간 등 정치적 위기와 경제적 쇠퇴 등으로 각종 폐단들이 잠복해있었고, 사상, 문화 방면에서도 퇴폐해지기 시작한다. 불교와 도교 또한 이시기에 가장 횡행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폐단을 낳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유는 어떤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는가? 또 이런 문제의식의 발로인 원도(原道)는 어떤 의의를 지니는가? 이 글에서는 한유의 원도를 읽어 그것을 확인하려 한다.
원도(原道)의 논지
원도의 논지는 크게 다섯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인의도덕을 정의하여, 군자와 소인의 도덕이 다름을 밝히는 것이다. 한유가 밝히기를, 인과 의는 정해진 이름이되 도와 덕은 빈 이름이니, 노자의 도덕이 인의를 해칠 수 없다고 한다. 말하자면 도덕 대신에 인의를 보편타당한 것으로 두고, 상대를 비평할 수 있는 근거로 삼은 것이다.
두 번째는 소인들의 부화뇌동하는 행태를 개탄하는 것이다. 한유가 보기에, 성인의 도가 퇴락한 이후 사람들이 뚜렷한 주관이나 생각 없이 부화뇌동하여 양주나 묵적의 무리가 유행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노자나 불가의 설이 유행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자의 학설을 따르는 자들도 이런 유행에 휩쓸려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 또한 부화뇌동이다.
세 번째는 불도와 도가에 의한 사회 경제적 구조의 붕괴를 지적하는 것이다. 옛 백성이 네 부류였다고 하는 것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을 일컫는 것인데, 지금 백성이 여섯 부류라고 하는 것은 사(士) 외에도 불도의 무리나 노자의 무리가 더해진 것을 가리킨다. 생산을 담당하는 무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데 그걸 쓰는 무리는 늘어났으니 사람이 곤궁해지고 도둑질하게 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도가가 잘못되었음을 밝히는 것이다. 성인들은 사람들에게 의식주와 문화를 전하여 삶을 풍족하게 하였다고 한다. 만약 이런 성인이 없었다면 인류는 일찍이 멸망했으리라는 것이 한유의 생각이다. 헌데 노자의 무리는 이러한 성인의 행적을 오히려 업신여기고,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고 여기니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중화와 오랑캐를 구분하여 오랑캐, 즉 불가를 배척하는 것이다. 이는 불가가 본래 중국이 아니라 서역에서 전래되었음을 염두에 둔 까닭이다. 성인의 법은 중국의 법이고 불가의 법은 오랑캐의 법인데, 이 오랑캐의 법을 들어 성인의 법 위에 두니 모두 오랑캐가 될 것이라는 것이 한유의 주장이다.
원도(原道)의 문학적 의미
원도가 산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 매우 주목해야 할 점이다. 왜 당시(唐詩)나 변려문으로 쓰지 않고 굳이 산문으로 썼는가? 이는 고문운동의 성격과 연관되어 있다. 고문운동은 전반적인 산문혁신운동이다. 시나 부와 달리 산문은 형식적인 제약이 적고, 적은 만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글을 쓰기 위해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며, 읽는 사람도 훨씬 쉽게 읽을 수 있다. 가령 당시(唐詩)를 쓰기 위해서는 운율과 성조를 모조리 외워 끼워 맞추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형식적 제약으로 인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보다는 그저 별 뜻 없는 말을 타성적으로 읊을 뿐이다. 게다가 그 시를 읽기 위해서는 시에 쓰이는 관용구를 모조리 외울 필요가 있어 아무나 접근할 수 없다. 산문은 그러지 않아도 쓸 수 있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산문은 말 그대로 산만(散漫)한 글이다. 당연히 읽는 사람의 주의를 끌기 힘들다. 그에 비해 변려문이나 시는 그 자체로 문학성을 지니고 있고, 그 예술성으로 인해 흡인력을 지닌다. 고문운동이 산문을 변려문이나 시를 대체할만한 것으로 만들이 위해서는, 산문 자체의 문학성을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한유의 원도는 그 점에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韓愈는 答李翊書에서 ‘진부한 말을 힘껏 제거해야 한다.(陳言之務去)’는 주장을 했으며 答劉正夫西에서는 ‘스스로 서야지 남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能自樹立, 不因循)’는 것을 주장했다. 원(原)이라는 문체도 이렇게 새로운 문체를 창조하여 문학성을 높이려는 노력의 소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원도(原道)의 사회적 의미
한유는 원도에서 노자의 무리와 불가의 무리를 같이 공격하지만, 사실 주된 공격 대상은 불가의 무리, 불교다. 불교를 주로 말하면서 佛老를 함께 지칭하거나 도교에 대해 언급하면서 老佛이라고 표현한 경우도 있어 한유가 표현한 佛老라는 말은 이단사상을 대표하는 용어일 뿐 이 양자의 배척에서 주된 공격대상은 불교라는 것이 대다수 논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말하자면 한유는 당시 불교에 대해 크게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유학을 내세우는 것으로 밝힌 셈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이런 불교를 비판하면서 그 불교의 교리를 크게 비판하기보다는 불교를 따르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드는 폐해를 더더욱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백성은 여섯 부류이다(今之爲民者六)’라고 하는 부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불교의 무리, 즉 중들은 생산계급과 동떨어져 있다. 이들은 세금도 내지 않고 사회의 부를 향유한다. 말하자면 불로소득자들인데, 이들이 숫자가 적을 때는 크게 문제가 안 되지만 숫자가 불어나면 사회에 큰 폐단이 일어난다.
또 불교 문화가 융성한다는 것은 대개 귀족 문화가 득세한다는 뜻이다. 귀족 문화는 대단히 화려하고 소비적이며 또 아무나 따라할 수 없도록 번잡하고 진입 장벽이 높다. 중들과 같은 불로소비를 하는 무리들이 늘어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회가 사치해지는 폐단도 생기는 것이다. 어떤 사회든 간에 사치해서 좋은 결말을 맞은 경우는 없다. 마땅히 경계해야 하니, 원도도 성인의 도를 내세워 이를 배척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한유의 문제정신을 보여주는 글로써 원도의 논지와 의의를 살펴보았다. 원도의 논지는 인의도덕을 정의하여 군자와 소인의 도덕이 다름을 밝히는 것, 소인들의 부화뇌동하는 행태를 개탄하는 것, 불도와 도가에 의한 사회 경제적 구조의 붕괴를 지적하는 것, 중화와 오랑캐를 구분하여 불가를 배척하는 것, 다섯 가지였다. 이러한 논지들은 다만 유학을 권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문체를 내세워 자유로운 생각을 표방하고 사회의 모순을 배제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한유의 원도가 아주 대단하고 엄청나다는 것은 아니다. 글머리에서 썼듯이, 많은 사람들이 원도를 읽고서 유학 맹신자의 포고문으로 이해한 것도 사실 무리는 아니다. 이 글에서도 한유의 원도를 원(原)하기 위해서는 글 밖에서 근거를 끌어올 수밖에 없었다. 기발한 문체인데다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기는 했으나, 원도라는 글 자체의 문학성이나 문체는 사실 썩 대단한 것이 못된다. 그러나, 적어도 원도가 지니는 맥락만은 조금이라도 밝히고자 하는 바다.
原道(원도)-韓愈(한유)
博愛之謂仁 行而宜之之謂義,
박애지위인 행이의지지위의,
由是而之焉之謂道 足乎己無待 於外之謂德.
유시이지언지위도 족호기무대 어외지위덕.
널리 사랑하는 것을 인(仁)이라 하고, 행하여 이치에 맞는 것을 의(義)라 하며, 이를 따라가야만 하는 것을 도(道)라 하고, 자기에게 충족되어 있어 외부에서 기대함이 없는 것을 덕(德)이라 한다.
仁與義 爲定名 道與德 爲虛位.
인여의 위정명 도여덕 위허위.
故道有君子 有小人 而德有凶有吉.
고도유군자 유소인 이덕유흉유길.
인(仁)과 의(義)는 변하지 않는 정해진 이름이요, 도(道)와 덕(德)은 공허한 자리이다. 그러므로 도(道)에는 군자가 있고 소인이 있고 덕(德)에는 흉함이 있는가 하면 길함이 있다.
老子之小仁義 非毁之也 其見者小也.
노자지소인의 비훼지야 기견자소야.
노자(老子)가 인의(仁義)를 작게 여긴 것은 그것을 흠집낼 수 없었으니 그의 견해가 작았기 때문이다.
坐井而觀天 曰天小者 非天小也.
좌정이관천 왈천소자 비천소야.
彼以煦煦爲仁 孑孑爲義 其小之也則宜.
피이후후위인 혈혈위의 기소지야즉의.
우물 안에 앉아 하늘을 보고 하늘이 작다고 하는 것은 하늘이 작은 것이 아니다. 그는 자그마한 은혜를 인(仁)이라 하며 자그마한 선행을 의(義)라고 하니 그가 작게 본 것도 마땅하다.
其所謂道 道其所道 非吾所謂道也,
기소위도 도기소도 비오소위도야,
其所謂德 德其所德 非吾所謂德也.
기소위덕 덕기소덕 비오소위덕야.
그가 말하는 도는 도라고 한 바를 도라고 한 것이지 내가 도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요, 그가 말하는 덕은 그가 덕이라고 한 바를 덕이라고 한 것이지 내가 덕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凡吾謂道德云者 合仁與義言之也 天下之公言也.
범오위도덕운자 합인여의언지야 천하지공언야.
老子之所謂道德云者 去仁與義言之也 一人之私言也.
노자지소위도덕운자 거인여의언지야 일인지사언야.
무릇 내가 도나 덕이라 하는 것은 인과 의를 합하여 말한 것이니 천하의 공공연한 말이요 노자가 도나 덕이라 한 것은 인과 의를 떠나 말하는 것이니 한 사람의 사사로운 말이다.
周道衰 孔子沒 火于秦 黃老于漢 佛于晋宋齊梁 魏隨之間
주도쇠 공자몰 화우진 황노우한 불우진송제양 위수지간
其言道德仁義者 不入于楊 則入于墨 不入于老 則入于佛.
기언도덕인의자 불입우양 즉입우묵 불입우노 즉입우불.
주나라의 도가 쇠퇴해지고 공자가 돌아가시니 진나라 때에는 (책이) 불태워지고 한나라 때에는 황로학이, 진나라, 송나라, 제나라, 양나라, 위나라, 수나라 때는 불교가 성행하여, 도덕과 인의를 말하는 자는 양주에 들지 않으면 묵적에 속하였고 노자에 들지 않으면 불가에 속하였다.
入于彼則出于此 入者主之 出者奴之 入者附之 出者汚之.
입우피칙출우차 입자주지 출자노지 입자부지 출자오지.
저들에 들면 여기에서 나와 들어간 자는 그것을 주인으로 삼고 나간 자는 이를 노예로 삼으며 들어간 자는 그것에 달라붙고 나간 자는 그것을 더럽혔다.
噫後之人 其欲聞仁義道德之說 孰從而聽之.
희후지인 기욕문인의도덕지설 숙종이청지.
老者曰 孔子吾師之弟子也.
노자왈 공자오사지제자야.
佛者曰 孔子吾師之弟子也.
불자왈 공자오사지제자야.
아! 후세의 사람들이 인의와 도덕의 이야기를 들으려 해도 누구를 따라서 듣겠는가? 노자의 사람들이 이르기를 “공자는 내 스승의 제자라”하고 부처의 사람들이 이르기를 “공자는 내 스승의 제자라”하였다.
爲孔子者 習聞其說 樂其誕而自小也.
위공자자 습문기설 악기탄이자소야.
亦曰 吾師亦嘗云爾.
역왈 오사역상운이.
不惟擧之於其口 而又筆之於其書,
불유거지어기구 이우필지어기서,
공자의 도를 행하는 사람들은 그 말을 익히 듣고 그 거짓말을 즐기고 스스로 작게 여겨, 또한 이르기를 “우리 스승도 일찍이 그렇게 말하였다.”고 하여 다만 입으로만 그 일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책에 써놓기도 하니,
噫後之人 雖欲聞仁義道德之說 其孰從而求之.
희후지인 수욕문인의도덕지설 기숙종이구지.
甚矣. 人之好怪也.
심의. 인지호괴야.
不求其端 不訊其末 惟怪之欲聞.
불구기단 불신기말 유괴지욕문.
아! 후세 사람들이 인의와 도덕의 학설을 들으려 해도 그 누구를 따라서 구하리오? 심하구나! 사람들이 괴이함을 좋아함이여! 그 실마리를 구하지 않고 그 종말을 묻지도 않고 오직 괴이한 것만 들으려 하는 구나.
古之爲民者四 今之爲民者六.
고지위만자사 금지위민자육.
古之敎者 處其一 今之敎者 處其三.
고지교자 처기일 금지교자 처기삼.
옛날의 백성들은 네 부류이었는데 지금의 백성들은 여섯이요, 옛날의 가르치는 자는 하나가 살았는데 지금 가르치는 자는 셋이 살고 있다.
農之家一 而食粟之家六
농지가일 이식속지가육
工之家一 而用器之家六
공지가일 이용기지가육
賈之家一 而資焉之家六
가지가일 이자언지가육
奈之何民不窮且盜也.
내지하민불궁차도야.
농사짓는 집은 하나인데 곡식을 먹는 집은 여섯이요, 공인의 집은 하나인데 용기를 쓰는 집은 여섯이요, 장사하는 집은 하나인데 가져다 쓰는 집은 여섯이니, 어찌 백성들이 곤궁하지 않으며 도둑질을 하지 않겠는가?
古之時 人之害多矣 有聖人者立 然後敎之 以相生養之道
고지시 인지해다의 유성인자립 연후교지 이상생양지도
爲之君 爲之師 驅其蟲蛇禽獸 而處其中土.
위지군 위지사 구기충사금수 이처기중토.
옛날에 사람들의 피해가 많았는데 성인이 나타나신 그 이후에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도리를 가르치셨고 임금이 되고 스승이 되어 벌레와 뱀 짐승을 몰아내고 중원의 땅에 살게 하셨다.
寒然後 爲之衣 飢然後 爲之食.
한연후 위지의 기연후 위지식.
木處而顚 土處而病也 然後 爲之宮室.
목처이전 토처이병야 연후 위지궁실.
추워지자 옷을 만들게 했고 굶주리자 음식을 만들게 하였다. 나무에서 살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땅에서 살다가 병들기도 하니 그런 후에 집을 짓게 하였다.
爲之工 以贍其器用 爲之賈 以通其有無.
위지공 이섬기기용 위지고 이통기유무.
爲之醫藥 以濟其夭死 爲之葬埋祭祀 以長其恩愛.
위지의약 이제기요사 위지장매제사 이장기은애.
爲之禮 以次其先後 爲之樂 以宣其湮鬱.
위지예 이차기선후 위지락 이선기인울.
공법을 가르쳐 주어 기물을 풍족하게 했고 장사하는 법을 가르쳐서 있고 없는 것을 유통하게 하였다. 의약을 만들어 일찍 죽는 것을 구제하였고 장례와 제사를 만들어 은혜와 사랑을 길이 이어지게 하였으며, 예법을 만들어 앞과 뒤의 순서를 정하였고 음악을 만들어 울적한 마음을 풀어주었다.
爲之政 以率其怠倦 爲之刑 以鋤其强梗.
위지정 이솔기태권 위지형 이서기강경.
相欺也 爲之符璽斗 斛權衡以信之
상기야 위지부새두 곡권형이신지
相奪也 爲之城郭甲兵 以守之
상탈야 위지성곽갑병 이수지
害至而爲之備 患生而爲之防.
해지이위지비 환생이위지방.
사람 다스리는 법을 만들어 태만함을 다스렸으며, 형벌을 만들어 강경한 것을 없앴다. 서로 속이니 부절과 도장, 말, 곡, 저울추, 저울대를 만들어 믿게 하였고, 서로 빼앗으므로 성곽과 갑옷, 무기를 만들어 지키게 하여 재해가 오니 대비하게 하였으며, 우환이 생기니 방비하게 하였다.
今其言曰 聖人不死 大盜不止 剖斗折衡 而民不爭
금기언왈 성인불사 대도부지 부두절형 이민불쟁
嗚呼 其亦不思而已矣.
오호 기역불사이이의.
如古之無聖人 人之類滅 久矣何也.
여고지무성인 인지류멸 구의하야.
無羽毛鱗介以居寒熟也 無爪牙以爭食也.
무우모린개이거한열야 무조아이쟁식야.
지금 그들이 말하기를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그치지 않고 말을 쪼개고 저울을 부숴야만 백성들이 다투지 않게 된다.”고 하니, 아, 그 또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옛날에 성인이 없었다면 인류의 멸망은 오래전에 되었을 것이니 무엇 때문인가? 새깃이나 털, 비늘이나 껍질이 없어도 추위나 더위 속에서 살고, 손톱이나 이빨이 없이 먹이를 다투기 때문이다.
是故君者 出令者也.
시고군자 출령자야.
臣者 行君之令 而致之民者也.
신자 행군지령 이치지민자야.
民者 出粟米麻絲 作器皿通貨財 以事其上者也.
민자 출속미마사 작기명통화재 이사기상자야.
이런 까닭에 임금은 명령을 내는 자이고 신하는 임금의 명령을 행하여 백성들에게 미치도록 하는 자이며,백성은 곡식과 옷감을 생산하고 기물을 만들며 재화를 유통시켜 윗사람을 섬기는 자들이다.
君不出令 則失其所以爲君.
군불출령 즉실기소이위군.
臣不行君之令 而致之民 則失其所以爲臣.
신불행군지령 이치지민 즉실기소이위신.
民不出粟米麻絲 作器皿通貨財 以事其上則誅.
민불출속미마사 작기명통화재 이사기상즉주.
임금이 법을 내리지 않으면 임금된 이유를 잃는 것이고, 신하가 임금의 법을 행하여 백성들에게 미치지 않으면 신하된 이유를 잃는 것이요, 백성이 곡식과 옷감을 생산하고 기물을 만들고 재화를 유통시켜 그 윗사람을 섬기지 않으면 벌을 받게 된다.
今其法曰 必棄而君臣 去而父子
금기법왈 필기이군신 거이부자
禁而相生相養之道 以求其所謂 淸정叔滅者
금이상생상양지도 이구기소위 청정숙멸자
지금 그들의 법은 이르기를 “반드시 임금과 신하를 버리고, 아버지와 아들을 떠나고, 서로 도우며 사는 도리를 금하고, 이른바 청정적멸을 추구해야 한다.”고 하니,
嗚呼 其亦幸而出 於三代之後 而不見黜於禹湯文武 周公孔子也.
오호 기역행이출 어삼대지후 이불견출어우탕문무 주공공자야.
其亦不幸 而不出於三代之前 不見正於禹湯文武 周公孔子也.
기역불행 이불출어삼대지전 불견정어우탕문무 주공공자야.
아, 그들은 다행스럽게도 삼대 이후에 나와서 우왕, 탕왕, 문왕, 무왕, 주공, 공자에게 배척되지 않았고, 불행하게도 삼대 이전에 나오지 않아서 우왕, 탕왕, 문왕, 무왕, 주공, 공자에 의해 바로 잡히지 않았다.
帝之與王 其號名殊 其所以爲聖一也.
제지여왕 기호명수 기소이위성일야.
夏葛而冬裘 渴飮而飢食 其事雖殊 其所以爲智一也.
하갈이동구 갈음이기식 기사수수 기소이위지일야.
황제와 왕은 그 호칭은 다르지만 그들의 성인됨은 하나이다. 여름에는 칡베 옷을, 겨울에는 털가죽 옷을 입으며 목이 마르면 마시고 배고프면 먹는 것이 그 일은 비록 다르지만 그들의 지혜로움은 같은 것이다.
今其言曰 曷不爲太古之無事
금기언왈 갈불위태고지무사
是亦責冬之裘者曰 曷不爲葛之之易也.
시역책동지구자왈 갈부위갈지지이야.
責飢之食者曰 曷不爲飮之之易也.
책기지식자왈 왈갈부위음지지이야.
지금 그들은 말하기를 “어찌하여 태고에 일하지 않는 생활을 하지 않는가?”라 하니, 이는 또한 겨울에 털가죽 옷을 입는 사람을 책망하며 어찌 쉬운 칡베 옷을 입지 않느냐 하고, 굶주리어 먹는 사람을 책망하며 어찌 쉽게 마시지 않느냐고 하는 것이다.
傳曰 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
전왈 고지욕명명덕어천하자 선치기국,
欲治其國者 先齊其家,
욕치기국자 선제기가,
欲齊其家者 先修其身,
욕제기가자 선수기신,
欲修其身者 先正其心,
욕수기신자 선정기심,
欲正其心者 先誠其意,
욕정기심자 선성기의,
然則古之 所謂正心而誠意者 將以有爲也.
연즉고지 소위정심이성의자 장이유위야.
대학(大學)에 이르기를 “옛날 천하에 밝은 덕을 밝히려고 하는 자는 먼저 그 나라를 다스리고, 그 나라를 다스리려 하는 자는 먼저 그 집을 다스리며, 그 집을 다스리려는 자는 먼저 그 자신을 수양하고, 그 자신을 수양하려는 자는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하며, 그 마음을 바르게 하려는 자는 먼저 그 뜻을 성실하게 하였다.”고 하였다. 그러하니 옛날의 이른바 마음을 바르게 하고 뜻을 성실하게 하는 자는 장차 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던 것이다.
今也欲治其心 而外天下國家者 滅其天常,
금야욕치기심 이외천하국가자 멸기천상,
子焉而不父其父 臣焉而不君其君 民焉而不事其事.
자언이불부기부 신언이불군기군 민언이불사기사.
지금은 그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면서 천하와 국가를 도외시하고 하늘의 이치를 없애서, 아들은 아버지를 아버지로 섬기지 않고 신하는 임금을 임금으로 섬기지 않으며 백성은 그들의 일을 그들의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孔子之作春秋也 諸侯用夷禮則夷之 夷而進於中國 則中國之.
공자지작춘추야 제후용이예즉이지 이이진어중국 즉중국지.
經曰 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
경왈 이적지유군 불여제하지망.
詩曰 戎狄是膺 荊舒是懲.
시왈 융적시응 형서시징.
공자는 춘추(春秋)를 지을 때 제후가 오랑캐의 예법을 쓰면 오랑캐로 여기고, 오랑캐라도 중국의 예법을 배우면 중국인으로 여겼다. 논어(論語)에 이르기를 “오랑캐에 임금이 있다 해도 중국에 임금이 없는 것만 못하다.”하였고,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서쪽 오랑캐와 북쪽 오랑캐를 치고 남쪽의 형과 서를 징벌한다.”라 하였다.
今也擧夷狄之法 而加之先王之敎之上 幾何其不胥而爲夷也?
금야거이적지법 이가지선왕지교지상 기하기불서이위이야?
夫所謂先王之敎者 何也?
부소위선왕지교자 하야?
博愛之謂仁 行而宣之之謂義 由是而之焉之謂道.
박애지위인 행이선지지위의 유시이지언지위도.
足乎已 無待於外之謂德.
족호기 무대어외지위덕.
지금은 오랑캐의 예법을 들어 선왕의 가르침 위에 놓고 있으니 얼마 후에 모두 오랑캐가 되지 않겠는가? 무릇 선왕의 가르침이란 무엇인가? 널리 사랑하는 것을 인이요, 행하여 합당한 것은 의요, 이를 따라서 가야만 하는 것이 도요, 자신에게 충족되어 있어 밖에 기대하지 않는 것을 덕이라 한다.
其文詩書易春秋. 其法禮樂刑政. 其民士農工賈.
기문시서이춘추. 기법예락형정. 기민사농공고.
其位君臣父子師友 賓主昆弟夫婦.
기위군신부자사우 빈주곤제부부.
其服麻絲. 其居宮室. 其食粟米蔬果魚肉.
기복마사. 기거宮室. 기식속미소과어육.
그 글은 시경, 서경, 역경, 춘추요 법도는 예, 악, 형, 정이요 그 백성은 선비, 농부, 공인, 상인이요 그 위계는 임금, 신하, 아버지, 아들, 스승, 제자, 손님, 주인, 형, 동생, 남편, 아내요 그 의복은 베와 비단이요 그 거처는 집이요 그 음식은 곡식과 채소, 과일과 어물과 육류이다.
其爲道易明 而其爲敎易行也 是故
기위도이명 이기위교이행야 시고
以之爲已 則順而從
이지위기 즉순이종
以之爲人 則愛而公
이지위인 즉애이공
以之爲心 則和而平
이지위심 즉화이평
以之爲天下國家 無所處而不當.
이지위천하국가 무소처이불당.
그들의 도리는 쉽고 명백하며 그들의 가르침은 행하기가 쉬우니 이런 까닭에, 그것으로 자신을 다스리면 순조롭게 잘 되고, 그것으로 남을 다스리면 사랑하고 공평하며, 그것으로 마음을 다스리면 평화롭고, 그것으로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면 부당함에 처하지 않는다.
是故 生則得其情 死則盡其常 郊焉而天神假 廟焉而人鬼饗.
시고 생즉득기정 사즉진기상 교언이천신격 묘언이인귀향.
이런 까닭에 살아 있을 때 그 본성을 얻고 죽으면 그 일상의 예절을 다 갖추는 것이며, 제사를 지내면 하늘의 신이 이르고 종묘 사를 지내면 사람의 귀신이 흠향한다.
曰斯道也 何道也?
왈사도야 하도야?
曰斯吾所謂道也 非向所謂老與佛之道也.
왈사오소위도야 비향소위노여불지도야.
이 도라고 하는 것은 무슨 도인가? 이것은 내가 말하는 도이고 노자와 부처가 말하는 도가 아니다.
堯以是傳之舜 舜以是傳之禹,
요이시전지순 순이시전지우,
禹以是傳之湯 湯以是傳之文武周公,
우이시전지탕 탕이시전지문무주공,
文武周公傳之孔子 孔子傳之孟軻,
문무주공전지공자 공자전지맹가,
軻之死 不得其傳焉.
가지사 불득기전언.
요임금은 이것을 순임금에게 전했고 순임금은 이것을 우임금에게 전했으며, 우임금은 이것을 탕임금에게 전했고 탕임금은 이것을 문왕, 무왕, 주공에게 전했으며, 문왕, 무왕, 주공은 그것을 공자에게 전했고 공자는 그것을 맹자에게 전했는데, 맹가가 죽자 그것은 전해질 수 없었다.
荀與揚也 擇焉而不精 語焉而不詳.
순여양야 택언이부정 어언이불상.
由周公而上 上而爲君.
유주공이상 상이위군.
故其事行 由周公而下 下而爲臣 故其說長.
고기사행 유주공이하 하이위신 고기설장.
순자와 양웅은 잘 선택하기는 하였으나 정밀(순수)하지 못했고 말을 하였으나 상세하지 못하였다. 주공 이전 사람들은 위에서 임금 노릇을 하였기에 고로 그 도가 행해졌고 주공 이후 사람들은 아래에서 신하 노릇을 하였기에 고로 그 말이 오래 전해 졌다.
然則如之何而可也?
연즉여지하이가야?
曰不塞不流 不止不行.
왈불새불류 부지불행.
人其人 火其書 廬其居 明先王之道 以道之 鰥寡孤獨廢疾者 有養也.
인기인 화기서 여기거 명선왕지도 이도지 환과고독폐질자 유양야.
其亦庶乎其可也.
기역서호기가야.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옳은가? “막지 않으면 흐르지 않고 멈추게 하지 않으면 행해지지 않는다.” 고 한다. 그 사람들을 보통사람으로 만들고 그 책을 불태워 없애며, 그 거처를 보통 집으로 만들어 선왕의 도를 밝혀 그들을 인도하면 홀아비와 과부와 고아와 늙어서 자식이 없는 이, 병든 이들을 봉양할 수 있으리라. 그래야 그 옳음에 가깝게 된 것이라 하겠다.
고려말의 대학자인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시집(詩集)
목은시고(牧隱詩藁) 제17권
하량(夏涼)
曉向虛堂獨眄柯(효향허당독면가)
綠陰風細鳥聲多(녹음풍세조성다)
誰言三伏皆蒸溽(수언삼복개증욕)
骨冷魂淸自絶邪(골냉혼청자절사)
새벽에 빈 대청에서 나뭇가지 바라보니
푸른 그늘 실바람에 새소리 들레어라
삼복은 내내 무더위라고 누가 말했던가
뼈와 넋이 청랭하여 사심 절로 끊이는 걸
君子陽陽每永嘆(군자양양매영탄)
可憐賢者隱伶官(가련현자은령관)
負暄簷下甘心處(부훤첨하감심처)
桂海氷生政苦寒(계해빙생정고한)
군자의 기분 좋아함을 늘 길이 탄식하노니
현자가 악관에 숨어 있는 게 가련하여라
따스한 햇볕 쬐며 만족해하던 처마 밑에
차가운 달이 나오니 정히 추위를 느끼겠네
一身天地自玄黃(일신천지자현황)
養得中和氣味長(양득중화기미장)
夏葛冬裘聊足用(하갈동구료족용)
肯將氷炭置吾腸(긍장빙탄치오장)
한 몸이 스스로 현황을 갖춘 천지이기에
중화를 길러 얻으니 기미가 진진하여라
여름 갈포 겨울 갖옷이 그런대로 쓸 만한데
기쁨과 두려움을 내 마음속에 두려 하랴
▶ 夏(여름 하, 개오동나무 가)는 회의문자로 頁(혈; 큰머리)과 절구구변(臼; 절구; 깍지끼다)部, 천천히걸을쇠발(夊; 천천히 걷다)部의 합자(合字)이다. 탈을 쓰고 춤추는 모양, 크고 훌륭하다, 중국 사람이나 중국을 가리킨다. 여름의 뜻으로 쓰게 된 것은 여름에 지내는 제사 때 춤추는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래서 夏(하)는 (1)승려(僧侶)가 된 뒤로부터의 나이를 셀 때에 쓰는 말 (2)중국 은(殷)나라 이전에 있었다고 하는 최고의 왕조(王朝). 치수(治水)에 공로가 있는 우(禹)가 순제(舜帝)로부터 왕위(王位)를 물려 받아 세운 나라. 서울은 안읍(安邑). 폭군 걸왕(桀王)이 은(殷)의 탕왕(湯王)에게 망할 때까지 17세(世). 439년간을 누렸음 (3)대하(大夏)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여름 ②중국 ③하(夏)나라(우왕(禹王)이 세운 고대 왕조) ④중국(中國) 사람 ⑤춤의 이름 ⑥안거(安居: 외출하지 않고 한곳에 머무르면서 수행하는 제도) ⑦오색의 배색 ⑧채색(彩色) ⑨우왕(禹王)이 만든 약칭 ⑩크게 지은 건물 ⑪크다 그리고 ⓐ개오동나무(가) ⓑ회초리(가)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겨울 동(冬)이다. 용례로는 여름철을 하계(夏季), 여름과 겨울을 하동(夏冬), 물벼룩 따위가 여름철에 걸쳐서 낳는 알을 하란(夏卵), 음력 7월을 달리 이르는 말을 하반(夏半), 옛 중국 우왕을 달리 일컫는 말을 하백(夏伯), 여름밤을 하야(夏夜), 여름 경치를 하경(夏景), 여름철 또는 여름의 기간을 하기(夏期), 여름 옷을 하복(夏服), 여름철을 하시(夏時), 여름 날을 하일(夏日), 여름에 익어서 거두는 곡식을 하곡(夏穀), 여름철에 내리는 비를 하우(夏雨), 여름철의 구름을 하운(夏雲), 여름에 치는 누에를 하잠(夏蠶), 24절기의 하나인 하지(夏至), 여름의 서늘한 베옷과 겨울의 따뜻한 갖옷이라는 하갈동구(夏葛冬裘),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하로동선(夏爐冬扇), 여름날 산에 비구름이 모임을 이르는 하산욕우(夏山欲友), 여름철에도 서리가 내림을 하월비상(夏月飛霜), 여름의 벌레는 얼음을 안 믿는다는 하충의빙(夏蟲疑氷) 등에 쓰인다.
▶ 葛(칡 갈)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曷(갈)로 이루어졌다. 덩굴나무의 이름이다. 그래서 葛(갈)은 성(姓)의 하나로 ①칡(콩과의 낙엽 활엽 덩굴성 식물) ②갈포(葛布: 칡 섬유로 짠 베) ③나라의 이름 ④성(姓)의 하나 ⑤가리어 덮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처사나 은사들이 쓰는 갈포(葛布)로 만든 두건을 갈건(葛巾), 칡의 뿌리를 갈근(葛根), 칡뿌리를 짓찧어 앙금을 물에 가라앉혀 다시 말려서 만든 녹말가루를 갈분(葛粉), 갈포로 만든 적삼을 갈삼(葛衫), 갈포로 만든 옷을 갈의(葛衣), 갈분에 설탕을 넣어 끓인 물을 갈탕(葛湯), 칡의 섬유로 짠 베를 갈포(葛布), 칡의 껍질을 갈피(葛皮), 칡뿌리를 잘라 끝을 두드리어 붓 대신으로 쓰는 물건을 갈필(葛筆), 칡덩굴로 엮은 문짝을 단 집을 갈호(葛戶), 칡의 꽃을 갈화(葛花), 칡과 등나무라는 뜻으로 일이나 사정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화합하지 못함의 비유함을 갈등(葛藤), 오이와 칡은 다 같이 넝쿨로 자라는 풀이란 뜻으로 일가 친척을 과갈(瓜葛), 은사의 두건과 옷을 갈건야복(葛巾野服), 여름의 서늘한 베옷과 겨울의 따뜻한 갖옷이란 뜻으로 곧 격에 맞음을 이르는 말을 하갈동구(夏葛冬裘), 인척 관계로 맺어진 정의를 과갈지의(瓜葛之誼), 한 벌의 갖옷과 한 벌의 베옷이라는 뜻으로 아주 가난함의 비유로 일구일갈(一裘一葛) 등에 쓰인다.
▶ 冬(겨울 동/북소리 동)은 형성문자로 鼕(동)의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이수변(冫; 고드름, 얼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夂(종, 동)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冬(동)은 추위가 모이는 계절, 겨울의 뜻으로 ①겨울 ②겨울을 지내다 ③겨울을 나다 ④동면하다 ⑤북소리 ⑥소리의 형용(形容)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여름 하(夏)이다. 용례로는 겨울의 계절 또는 겨울철을 동계(冬季), 겨울철과도 같이 쓸쓸하고 적막한 마음을 동심(冬心), 겨울밤 또는 겨울날의 긴 밤을 동야(冬夜), 겨울날을 동일(冬日), 겨울 하늘 또는 겨울 날씨를 동천(冬天), 겨울의 추위를 동한(冬寒), 겨울철 추울 때에 쉬는 일을 동휴(冬休), 겨울 동안을 동기(冬期), 겨울잠을 동면(冬眠), 겨울이 되어 잎이 시들어 떨어진 나무를 동목(冬木), 겨울철에 입는 옷을 동복(冬服), 겨울 눈을 동아(冬芽), 겨울 비를 동우(冬雨), 겨울철에 입는 옷을 동의(冬衣), 겨울철을 동절(冬節), 겨울 새를 동조(冬鳥), 겨울의 부채와 여름의 화로라는 동선하로(冬扇夏爐), 겨울에는 따뜻하게 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한다는 동온하청(冬溫夏凊), 겨울에는 벌레이던 것이 여름에는 풀이 된다는 동충하초(冬蟲夏草), 겨울철에 방 안에 앉아서 불만 쬐고 있는 훈장이라는 동홍선생(冬烘先生) 등에 쓰인다.
▶ 裘(갖옷 구)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옷의(衣=衤; 옷)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求(구)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裘(구)는 성(姓)의 하나로 ①갖옷(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 ②갖옷을 입다 따위의 뜻이다. 용례로는 갖옷과 베옷(겨울옷과 여름옷)뜻이 바뀌어 1년이라는 구갈(裘葛), 갖옷과 털옷 곧 검소한 옷을 구갈(裘褐), 의복과 거마 또는 부자를 달리 이르는 구마(裘馬), 가벼운 가죽옷을 경구(輕裘), 양가죽으로 만든 옷을 양구(羊裘), 의복과 갖옷을 의구(衣裘), 가죽으로 지은 옷을 피구(皮裘), 사슴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녹구(鹿裘), 담비의 모피(毛皮)로 만든 갖옷을 초구(貂裘), 여우의 겨드랑이 밑에 있는 흰 털로 만든 갖옷을 호구(狐裘), 여름의 서늘한 베옷과 겨울의 따뜻한 갖옷이라는 하갈동구(夏葛冬裘), 가벼운 가죽옷과 살찐 말이라는 경구비마(輕裘肥馬), 자기 갑옷을 벗어 남에게 입힌다는 해구의지(解裘衣之), 여우의 겨드랑이 밑에 난 흰털을 모아 갖옷을 만든다는 집액성구(集腋成裘), 한 벌의 갖옷과 한 벌의 베옷이라는 일구일갈(一裘一葛), 혹한이 닥쳐오자 비로소 갖옷(가죽옷)을 구한다는 대한색구(大寒索裘)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