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10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갑자기 악어 아빠』 세 번째 이야기!
제10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갑자기 악어 아빠』의 마지막 이야기 『갑자기 치타 동생』이 출간되었다. 전작 『갑자기 악어 아빠』와 『갑자기 기린 선생님』에서는 동물로 변한 부모님,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은 불만과 갈등을 해소하고, 어른들도 잠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순수한 자신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했다. 이번에는 아이들 스스로 여러 가지 동물로 변신하며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남매간에는 무슨 일로 변신이 필요했는지, 또 얼마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을지? ‘갑자기’ 치타로 변해 버린 동생의 사연이 궁금해진다.
목차
1. 느바멍고
2. 수상한 나무 인형
3. 치타가 됐어요!
4. 오빠와 산에서
5. 무서운 마취총
6. 관심받는 방법
7. 털 알레르기
8. 사라진 오빠
9. 오빠, 우리 오빠
저자 소개
글: 소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재미있는 상상하는 것을 좋아해요. 즐거운 마음이 아이들에게 닿았으면 좋겠어요. 『갑자기 악어 아빠』로 제10회 비룡소 문학상을, 『루이치 인형』으로 제11회 정채봉 문학상을 받았으며, 202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집 발간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어요. 지은 책으로 『대왕 밴드를 잡아라!』 ?『갑자기 기린 선생님』 『사이 떡볶이』 『초코 케이크 도둑』 『느티나무의 기억』, 시리즈로는 [비밀 교실 시리즈] 등이 있어요.
그림: 이주희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뒤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책 『껌딱지 독립기』 『고민 식당』 『고민 책방』 『나는 고등어』 『누가 고양이 집을 만들었을까?』 『고민 여행』 등을 쓰고 그렸고, 『팝콘 교실』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 『아홉 살은 힘들다』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출판사 리뷰
◆ 오빠랑 놀고 싶은 동생, 동생보단 친구가 더 좋은 오빠
한 살 터울 남매 윤찬이와 윤이. 둘은 한때 정다운 남매였다. 아주 어릴 땐 아마도 서로가 유일한 친구였을 것이다. 동생 윤이와 잘 놀아 주던 오빠였지만, 윤찬이는 이제 친구와 노는 게 훨씬 즐겁다. 자꾸 따라붙는 동생은 귀찮으면서도, 괜히 자꾸만 놀리고 싶다. 약이 올라 씩씩대며 쫓아오는 동생에게 ‘느바멍(느린 바보 멍청이)’라는 별명도 지어 줬다. 윤이는 그런 오빠가 미우면서도 여전히 같이 놀고 싶고, 오빠 가는 곳에는 다 따라가고 싶다.
“왜? 내 생일이니까 같이 놀자! 응?”
“너랑 노는 건 재미없어!”
오빠는 현관문을 열고 후다닥 나가 버렸어요.
예전에는 오빠가 잘 놀아 줬어요. 도화지로 보드게임도 만들어 줬고요. 같이 편 먹고 게임도 자주 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친구와만 놀고 나와 놀아 주지 않아요. 그래서 속상해요.
나는 오빠를 따라 나왔어요. 멀리서 놀이터 쪽으로 달려가는 오빠가 보였어요. 이번에는 꼭 따라잡을 거예요.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도록 뛰었어요. 골목 끝까지 쫓아갔지만, 오빠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갑자기 사라져 버린 거예요. _본문에서
그런 윤이 앞에 웬 택배가 도착한다. 치타 인형이다. ‘인형에게 소원을 말해 보세요’라고 적힌 쪽지와 함께.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나는 것이,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안에 여러 개의 다른 인형이 더 들어 있나 보다. 집에 돌아온 오빠는 인형을 만져 보겠다며 쫓아오고, 윤이는 달아나며 인형을 안고 소원을 빈다. “오빠보다 빨라지고 싶어!” 장난치려고 다가오는 오빠에게서 도망치고도 싶고, 또 자기를 따돌리고 놀러 나가 버리는 오빠를 놓치지 않고 따라잡고 싶은 마음도 담겼을 것이다. 소원은 즉시 이루어져 윤이는 치타가 되고, 오빠를 향해 으르렁대며 입을 쩍 벌린다. 입장이 바뀌었다. 이제 윤이가 오빠를 실컷 놀릴 차례다!
겁에 질린 오빠의 모습을 보니까 실실 웃음이 나왔어요. 나를 그렇게 놀리더니 쌤통이지 뭐예요. 이번에는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봤더니 다리에 힘이 들어갔어요. 당장이라도 달리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어요.
먼저 오빠 방으로 가서 게임기를 입으로 물었어요. 오빠가 가장 아끼는 거예요.
“내놔!”
오빠가 소리쳤어요.
나는 이때다 싶어서 앞발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어요. 몸이 가벼워서 하늘도 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오빠가 나를 부르며 쫓아왔지만 따라잡을 수 없었어요. 오빠는 거북이보다 느렸거든요. 히히. _본문에서
하지만 놀리는 재미도 잠시, 뼛속까지 오빠바라기인 윤이는 오빠를 괴롭히는 친구들을 겁주어 쫓아 주고, 오빠와 신나게 놀아 보기로 한다.
“같이 놀자. 응?”
오빠가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어요.
마음이 조금 흔들렸어요. 생각해 보니 함께 노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고민하다가 오빠에게 가서 몸을 낮췄어요.
오빠는 내 뒷다리를 붙잡더니 기어올라서 등에 탔어요.
“말랑말랑 푹신한데?”
오빠가 몸을 손가락으로 콕 눌렀어요. 손가락이 쑤욱 들어갔다 나왔죠. _본문에서
‘말랑말랑 푹신한’ 감촉은 ‘갑자기 시리즈’ 속 변신 동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아빠가 악어로 변했을 때도, 아빠라는 확신이 있기에 아이들은 무서워하지 않았다. 악어의 딱딱한 피부와 다르게 손가락으로 콕 누르면 쏙 들어갔다 나오는 악어 아빠의 피부는 아이들을 안심시켜 주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그건 기린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악어 아빠의 푹신한 등에서, 또 기린 선생님의 등과 목에서 편안히 기대어 쉬기도 하고 신나게 놀기도 했다. 치타로 변한 윤이도 말랑말랑 푹신했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게 아닌 윤찬이와 윤이는 당황하고 겁먹을 필요가 없다. 신나게 놀면 된다는 걸 잘 아니까.
◆ 사라진 오빠를 찾는 방법
윤이는 오빠를 등에 태우고 신나게 달리며 모처럼 둘만의 즐거운 놀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마냥 맘 놓고 놀 수만은 없다. 동네 한복판에 치타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빗발치는데, 경찰이 출동하지 않을 리 없다. 마취총을 어깨에 멘 구조대원과 함께 말이다. 위기는 그것만이 아니다. 윤이가 다음으로 귀여운 강아지로 변신했을 때는 엄마의 개털 알레르기로 인한 폭풍 재채기와 강아지 데리고 당장 나가라는 엄마의 호령이 이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위기는 몰래 카멜레온으로 변신한 윤찬이가 집 앞 화단에서 사라져 버린 일이다. 윤이는 오빠를 영영 찾지 못할까 봐 겁에 질리지만, 이내 아주 적절한 방법이 떠오른다.
간절한 마음으로 카멜레온 인형을 쓰다듬었어요.
“오빠를 찾고 싶어.”
카멜레온 인형 눈빛이 보라색으로 반짝 빛났어요.
또다시 온몸이 가렵기 시작했어요.
“히히히. 히히히.”
먼저 엉덩이를 긁었더니 긴 꼬리가 튀어나왔어요. 몸과 얼굴을 긁자 서서히 카멜레온이 되었어요.
“오빠!”
나는 카멜레온이 되자마자 소리쳤어요.
“윤이야, 나 여기 있어.”
카멜레온으로 변했더니 오빠 목소리가 들렸어요. _본문에서
카멜레온의 모습으로 상봉한 남매. 지금까지는 변신 동물과 아이들이 함께 노는 장면들이 연출됐다면, 이번엔 모두가 변신하여 카멜레온의 모습일 때만 할 수 있는 놀이를 즐긴다. 능숙하게 나무를 타고, 보호색을 이용해 숨바꼭질을 하며 이 세상 누구도 해 보지 못할 신나는 경험을 하는 남매. 그동안 이어져 온 패턴을 살짝 비튼, 귀엽고도 유쾌한 변주다.
◆ 모두가 행복해지는 유쾌한 변신
윤이 윤찬이 남매는 다시 예전처럼 가까워질까? 그건 모를 일이다. 윤찬이는 다시 윤이를 떼어 놓고 나가 놀게 될지도, 윤이도 머지않아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빠져 더는 오빠를 따라다니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 사이에 일어난 세 번의 변신은 둘이서만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분명하다. 윤이는 바라던 대로 오빠와 원 없이 놀았고, 윤찬이도 동생이 자신의 좋은 친구였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릴 수 있었다.
악어 아빠부터 치타 동생까지, 지금까지의 모든 변신은 모두에게 행복하고 유쾌한 시간을 선사했고, 이를 경험한 당사자들에게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변신은 아이들이 빈 소원의 결과였으니까. ‘아빠가 잔소리 안 하고 잘 놀아 주면 좋겠어.’, ‘선생님이 우리와 친해지면 좋겠어.’ 아빠와 선생님의 변화는 사실 본인들도 내심 갈망하던 자연스러운 모습을 되찾은 것에 가깝다.
윤이와 윤찬이의 변신은 오빠와 다시 즐겁게 놀고 싶은 동생의 소원으로 이루어졌다. 두 아이가 변신을 통해 느낀 행복만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도 조금은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앞으로 각자 친구와의 추억이 점점 늘어날지라도, 조그만 강아지가 된 자신을 꼬옥 안고 쓰다듬어 주던 오빠를, 자신을 등에 태우고 신나게 달리던 동생을 잊지 못할 테니 말이다.
추천사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유쾌한 변신!” - [비룡소 문학상 심사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