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광복절에 KBS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KBS는 2024년 8월 15일 새벽 0시 그러니까 광복절 첫방송이랄 수 있는 새벽 0시쯤 KBS 중계석을 통해 오페라 나비부인을 내보냈습니다. 지난 6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중 나비부인 공연의 녹화분을 편성한 것입니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인 푸치니의 3대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이 일본을 강제로 개항하도록 한 1900년대 일본의 나가사키를 무대로 한 작품입니다. 일본에 파견된 미군 해군 장교와 일본 기생이 된 나비부인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작품입니다. 여기서 일본 여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연기하며 결혼식 장면에는 일본 국가가 연주됩니다. 이런 작품이 광복절에 그것도 공영방송이라는 KBS에서 당당하게 울려퍼진 것입니다.
방송이 시작되자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난리가 났습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 광복절에 일본 국가가 울려 퍼지게 하는 게 공영방송이냐 또는 광복절 첫방송으로 나비부인을 편성한 저의가 무엇인가라는 시청자들의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방송기자 출신의 노종면 국회의원은 광복절 0시에 맞춰 공영방송에서 기모노를 보고 기미가요를 듣게 되다니라면서 맹비난했습니다.전용기 의원도 공영방송의 역할을 완전히 저버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면서 광복절에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 오페라를 방영한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 못해 치욕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친일 의심 인사를 고위직에 잇따라 임명하는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련의 사건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아 다분히 의도적이고 계획적이라는 의심도 든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광복절에 나비부인의 방영은 KBS가 광복절에 이승만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을 편성해 논란이 된 것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 KBS 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기적의 시작'은 전국 동원 관객 2만여명에 그쳤고 이 전 대통령의 미화와 칭송으로 가득찬 편향적인 역사관을 담았기에 방영이 적절하지 않다며 편성 취소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방송 특히 공영방송에 있어 편성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보도와 예능 스포츠 등의 파트가 있지만 그들의 만든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편성본부는 대단히 중요한 방송의 핵심입니다. 편성본부에서 방송국 각 파트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배치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작업은 고도의 기술과 능력이 요구되는 전문적 행위입니다. 아마도 이번 광복절 편성을 두고도 편성관련 직원과 고위간부들은 이런 저런 생각과 나라와 사회에 미칠 영향들을 당연히 감안해서 편성을 했을 것입니다. 야근하는 직원이 그냥 아무 것이나 가져다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럴때 나비부인을 놓고 갑론을박이 없었다면 나비부인의 내용도 모르는 그야말로 무지한 사람들이라는 지적을 받을 것이고 알면서도 편성을 했다면 국민과 시청자들을 무시하고 우롱한 것으로 밖에 간주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KBS측이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공식사과하고 진상을 조사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공중으로 떠나버린 방송을 주어담을 수도 없고 국민들과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피곤하게 한 것을 없앨 수도 없을 것입니다. KBS는 오늘 오전 9시 55분 일기예보에서 좌우가 거꾸로 된 태극기 그래픽이 배경화면으로 송출되는 사고도 저질렀습니다. 그것도 다름아닌 광복절에 태극기를 잘 못 내보낸 것을 놓고 아무리 실수라해도 이건 정말 아니지 않느냐는 직책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한때 한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이었던 KBS의 몰락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4년 8월 1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