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 길상호
오늘은 일요일이다 누군가는 서울서 온 손님을 맞고 누군가는 절에 가서 백팔 배를 하고 누군가는 기도를 묵주를 돌릴 것이다 믿음도 동전처럼 차곡차곡 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날씨도 좋고 산책을 할까 빵집에 갈까 커피를 한 잔 할까 누군가는 우리 인연이라고 누군가는 우리 인연이 아니었다고 고백을 전할 것이다 다 떨어진 벚나무 아래 이 꽃이 다 피었을 때는 무척 예뻤겠다 후회를 따먹는 새가 있다 누군가는 의자에 앉아 사람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병실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주사기를 들고 복도를 왔다갔다 오늘은 다른 꽃이 피었다 진 꽃을 대신한 게 아니다
― 《웹진 님Nim》 2024년 6월호 -----------------------
* 길상호 시인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한남대 국문과 졸업 2001년《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모르는 척』 『눈의 심장을 받았네』 『우리의 죄는 야옹』 사진에세이『한 사람을 건너왔다』『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2008년 현대시동인상 및 천상병 시인상, 2012년 김달진 젊은시인상, 2019년 김종삼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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