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걸
정끝별
캐리어를 끌고 길 위를 레일로 매일을 내일로
화요일에 인-서울 해 목요일에 탈-서울 하는 너는 편도 2시간 거리 소도시에서 자영업 하는 부모님과 고3 동생과 산다
캐리어의 생명은 바퀴
길 위에서 튀는 바퀴의 비명이 매일을 끌고
낮에는 강의실 도서관을 오가며 편의점 패스트푸드점에서 잠깐잠깐, 하루 한 끼는 꼭 학식을, 밤에는 24시 도서관열람실 스터디카페 아니면 찜질방에서
컨베이어 길을 벗어난 캐리어가 파손되는 건 순식간
토요일 아침에 인-서울 해 대치동 학원과 24시 맥도날드를 오가다 일요일 저녁에 탈-서울, 그렇게 공부해 인-서울 대학에 합격했는데 팬데믹이, 다시 너는 캐리어를 끌고 인-서울 캠퍼스와 탈-서울 집을 간헐에서 정기로
캐리어의 안전은 강도와 잠금장치가
캐리어의 가치는 경도와 크기가 보장한다고
졸업을 유예한 너는 인-서울과 탈-서울을 오가며
아직 캐리어를 끌고 기타 등등의 커리어 케어를
캐리어에는 끌어당겨 대출한 삼색 고양이와 초록 바질과 사원증과 원룸 비번이 있으니
지치지 않는 내일과 지지 않는 매일을 캐리어에 끌고
커리어가 너를 인-서울에 체크인 해 줄 때까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웹진》 202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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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 1964년 나주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까지 수학.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시,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 당선.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삼천갑자 복사빛』 『와락』 『은는이가』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모래는 뭐래』 등. 시론집 『패러디 시학』 『시론』 외 저서 다수. 현재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