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 1204번 - 2화

[La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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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백수 주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넘었으나 취업은 무소식이다.

특기도 없는 지극히 평범하기만 한 청년에게 유일한 낙은 출퇴근 후 쌍안경으로 사람들 훔쳐보기...

그런데 어느 날 아침 한 여자가 어떤 남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을 쌍안경을 통해 목격한다.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주원은 괴로워하고,

우연히 마트에서 그 남자를 목격하여 쫒다 절도범으로 찍혀 교도소로 수감되게 된다.

교도소에서 살인자인 그 남자와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점점 달라져가는 자기를 바라보게 된다. 

사회는 백수 주원을 필요로 하지 않았으나, 교도소에서는 주원을 필요로 했다.

그 남자는 누구일까? 세상에... 남편 몰래 출근하자마자 바람을 피는 것인가? 정말 말세로군...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동생인가?

난 나름대로의 극적인 상황을 예측해보고 재밌어라 하면서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남편이라는 사람은 아내와의 키스를 뒤로 한 채로 가볍게 출근을 하고 있겠지...정말 더러운 세상이네...

여자는 잠깐 흠칫 놀란 듯 한거 같았지만, 이내 밥상을 새로 차리는 듯 했다.

"뭐야? 동생이나 오빠나 되나보네..."

남자는 두리번 두리번 거리더니 이내 식탁에 앉았다. 그냥 평범한 동생과 누님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말을 주고 받으면서 식사를 하려는 듯 보였다. 여자는 다소 놀란 듯 한 얼굴이었지만 심드렁한 얼굴로 동생같아 보이는 남자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부자연스러워 보이진 않았다. 남자도 맛있게 식사를 하는 것 같아보였다.

"뭐야... 재미없네... 난 또 불륜이나 갑작스러운 섹스 정도는 그런것을 기대했는데..."

따스한 햇볕에 난 잠이 쏟아졌다. 자리를 훌훌 털고 난 집으로 향했다. 시간이 벌써 9시 반쯤 되어갔고 붐볐던 차들도 이내 점점 소강상태에 이르는 것 같았다. 나의 행복한 시간...내 원룸에는 다른 원룸과는 달리 채광상태가 너무 좋아 문제라면 문제였다.

나 같이 낮과 밤이 거꾸로인 사람에게는 채광은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난 마트에서 싸구려 커튼을 사서 이전에 햇볏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막을 쳐 놓았다. 밝은 곳에 있다가 갑작스러운 어둠으로 인해 내 눈이 먹먹 해졌지만, 외부로부터 차단된 이 공간과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기에 아주 적합한 공간이었다.

대부분 식사는 밖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내 방은 항상 깨끗했다. 원룸이고 음식냄새가 한번 배면 골치아파서 난 청소를 열심히 하는 편이다. 공부를 하다가도 공부가 되지 않으면 청소를 한다. 그러다 지쳐서 잠을 자곤한다. 공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인지도 모른다. 학창시절에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점심 식사 타임까지는 3시간 남았다. 3시간 후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와서 잠을 잔 다음 일어나서 저녁을 먹고 2시간 정도 공부, 그리고 일...백수지만 나도 내 나름대로의 생활방식이 있었다.

그리고 스케쥴대로 일정하게 생활을 하는게 습관화 되어 있었다. 난 내 스케쥴대로 다시 일어나서 일하러 갈 준비를 했다.

"월급날까지 10일 남았고, 남은 돈은 9만 3천원..."

하루에 만원도 채 쓰면 안된다. 버스비만 해도 1000원이 훌쩍 넘어간다.

식당에서의 식사는 2000원, 1600백원 + 커피값 400원...결국 아껴야 산다는 결론이다.

주섬주섬 검은색 추리닝과 외투를 꺼내입었다. 저녁은 항상 추웠다.

겨울이 막 지나가면서 가스비와 전기료로 이번달가지 돈이 많이 지출되었다.

"형, 오셨어요?"

"응"

아르바이트 학생인 수진이는 나에게 오빠라고 부르지 않고 형이라고 부른다. 일반 여대생처럼 긴 생머리를 기르지 않고 커트한 머리에 약간의 왁스를 발라 세운 머리를 항상 하고 다닌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원래 남자를 원했는데 수진이가 태어날 때 여자로 태어나서 많이 실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랄 때부터 남자처럼 자랐나다.

수진이는 아버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인해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고학생이다. 공부는 어느 정도 했는지 OO 시립대를 다닌다.

공부가 좀 더 하고 싶은지 나와 시간대를 바꾸고 싶어했는데, 워낙 내가 야간을 고수해서 눈치를 챘는지 사장에게는 따로 말을 안 한거 같다.

"형, 제가 정산 해봤는데 한 2000원 비어요. 어떻하죠."

"괜찮아. 내가 내일 사장님한테 말해 볼게."

"네, 고마워요. 그리고 제가 할머니랑 집에서 담근 김치 좀 가져왔어요. 이따 야식 드실 때 같이 먹어요."

수진이가 약간 수줍은 듯이 웃는다.

"응, 고마워"

뭔가 부탁을 할 때나 호의를 제공할 때 수진이는 항상 멋적은 웃음을 짓는다.

난 수진이를 여자라고 생각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가끔 이런 웃음을 지을 때 '너도 여자긴 여자군'라고 생각하게 된다.

머리를 기르고 남들처럼 헐렁한 청바지가 아닌 원피스에 약간의 화장을 하면 영락없는 아가씨일 텐데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난 가끔 안타깝기도 했다.

"던힐 하나만..."

정신을 차려보니 어제 봤던 그 남자였다.

불륜인지, 동생인지...아무튼 뭔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던힐을 찾았다. 난 어제 그랬던 것처럼 빨간색 던힐을 줬다.

생각해보니 이 사람은 처음보는 나에게 반말이다. 부적적할 관계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이 사람에게 내가 무시당할 필요까진 있나 싶기도 하고, 다소 건방져보이는 태도가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런 단골도 아니였다. 편의점 직원은 무조건 다 자기 밑인줄 아나...

갸름한 얼굴에 짧은 스포츠 머리를 했다. 스포츠 머리라고 해서 귀 밑둥을 하얗게 깎은 것이 아닌 거뭇거뭇하게 남겼고, 나름대로 꽤 괜찮은 스타일 처럼 보인다. 두상이 예뻐서인지 모든 머리 스타일이 잘 어울릿 듯 했는제 귀및의 스크래치는 영 아닌 듯 했다. 오히려 깔끔한 머리가 더 나을 뻔 했다.

어제와 똑같이 트루릴리젼 진에 하얀 나이키 에어포스, 검은 자켓 차림이었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외투안에는 숨겨진 복근이 있을 것 같았다.  담배를 잡은 손에는 군더더기 체지방이 없어 보였고 푸른색 핏줄이 돋아 있었다.

"저기요. 손님..."

"응?"

"실례지만 나이도 비슷한거 같은데 존칭 좀 써주시면 부탁 좀 드릴게용."

제기랄, 부탁 좀 드릴게용이라니...내가 무슨 저 자식에게 아양 떨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잠깐이지만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쥐구멍에라고 머리를 쳐박고 싶었다.

"?!?"

 비슷한 나이 또래가 반말 하는 것도 어이가 없었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조폭이니 건달이니 그렇게 보이지 않는 녀석에게 이런 취급을 당하는 것이 짜증이 났었다. 그리고 우린 구면이니까...

"아...그렇게 해...그럼..." 그렇게 살짝 비꼬는 눈웃음을 지었다.

'뭔 소리야? 그렇게 해 그럼 이라니?' 이런 동문서답이 있을 수도 있나?

내가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그 녀석은 역시 잔돈도 받지 않고 휙 가버렸다.

뭐 하는 녀석이길래 저렇게 싸가지가 없을까. 생각해보면 난 초등학생한테도 길을 물어볼 때 존댓말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내가 바보인가. 너무나 규칙적인 삶과 뚜렷할게 없는 모범적인 학교생활, 그러나 딱히 좋은 성적은 아니었던...

특별한게 없는 사람...난 그 싸가지 없는 녀석에게 경멸을 당한 것 같은 모멸감이 엄습되었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가는 중에 난 그 벤치에서 잠시 멈춰섰다.

지금 이 시간,

차량이 붐비고 다들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이 때에 다시 이녀석이 밥을 얻어먹으로 나타날 것인가.

아마 아침에 일찍 밥 먹으러 나타나는 것을 보면 밤 일을 하는 녀석일지도...그래서 싸가지를 같이 밥 말아 먹은 녀석인지 모른다.

난 그녀석이 궁금해져서 다시 쌍안경을 들었다. 남편은 출근했는지 와이프는 여기저기 거실을 치우는 것 같았다.

난 곧 그녀석이 오겠거니 하고 잠시 기다렸지만 오지는 않았다.

여자는 화장을 하진 않았어도, 예쁜 얼굴이었다. 창백해 보이는 외모였는데 하얀 피부가 몹시 고와보였다. 세수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얼굴에 윤기가 흐르는 듯 했다. 잠옷처럼 일상복인 듯한 길다란 원피스 처럼 보이는 옷에는 가슴 위 쪽에 키티 같은게 그려져 있는 것 같았다.

머리를 감지 않았는지 뒤로 묶고 있었는데, 수진이가 저정도 머리에 저런 옷을 입고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기 문득 들었다.

'아차' 생각해보니 수진이가 싸준 김치를 두고 왔다. 남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역시 싸가지 없는 동생이나 도련님 정도 되는 사람인가 보군...

김치를 가지러 다시 갈까 하였지만, 난 좀 더 다른 곳도 둘러보기로 했다.

팔짱끼며 걸어가는 한 출근 커플이 눈에 띄어 그 곳으로 쌍안경을 돌렸다.

[장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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