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놀이터’된 더현대 서울, 개점 첫해 8000억 ‘매출 신기록’
번개장터-리셀숍 등 차별화된 매장… 2030 끌어모아 매출 절반 차지
3300m² 실내정원 평균 37분 머물러… 백화점측 “내년 1조 클럽 진입 목표”
26일 개점 1주년을 맞은 더현대 서울 매장 전경. 더현대 서울은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매출 8000억 원을 달성했다. 더현대서울 제공
더현대 서울이 개점 1년 만에 매출 8000억 원을 올리며 국내 백화점 개점 첫해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자연 채광과 이색 매장 확대 등 기존 백화점 공식을 탈피하는 등 파격적인 공간 구성으로 20, 30대 젊은 소비자들을 대거 유입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내년 매출 1조 원 목표까지 달성하면 더현대 서울은 가장 빠른 속도로 ‘1조 클럽’에 진입한 백화점이 된다.
○ 리셀숍·이색 브랜드 모인 ‘MZ 특화’ 백화점
27일 현대백화점은 26일까지 더현대 서울의 누적 매출이 800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오픈 당시 목표(6300억 원)를 30% 가까이 초과 달성한 수치다. 더현대 서울 직전 개점 첫해 최고 매출은 2015년에 문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7050억 원)이었다.
더현대 서울엔 백화점 성공 공식으로 알려진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매장이 없다. 그 대신 한 개 층을 기존 백화점에서는 보기 힘든 젊은 브랜드로 채웠다. 더현대 서울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는 스니커즈 리셀 전문매장 BGZT(번개장터)랩, H&M그룹의 최상위 SPA 브랜드 ‘아르켓(ARKET)’, 명품 시계 리셀숍 용정콜렉션, 온라인 유명 남성 패션 브랜드 쿠어(coor) 등 MZ세대를 겨냥한 이색 브랜드들이 들어섰다.
차별화된 매장 구성은 2030 집객 효과로 이어졌다. 더현대 서울 매출에서 20,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0.3%에 달한다. 더현대 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24.8%)의 두 배 이상이다. 지난 1년간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서 상품을 구매한 2030 고객은 140만여 명에 이른다. 서울에 거주하는 2030세대(288만 명) 2명 중 1명꼴이다. 최근 힙합 아티스트 박재범이 더현대 서울에서 1병에 1만4900원짜리 ‘원소주’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당시 사전예약 오픈 1분 만에 1700명이 몰리기도 했다. 더현대 서울이 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힙한’ 장소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 나선 백화점 업계
더현대 서울 전체 영업면적(8만9100m²)의 절반이 조경 및 휴식 공간인 것도 매장이 빽빽하게 이어진 과거의 백화점과 사뭇 다른 점이다. 더현대 서울에 따르면 고객이 3300m²(1000평) 규모의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에 머문 평균 시간(37분)이 패션 브랜드 평균 체류시간(4분)보다 9배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소비자 발길을 잡으며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더현대 서울을 해시태그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25일 기준 31만 개에 달한다. 백화점이 일종의 관광 명소가 되면서 더현대 서울 매출의 54.3%는 백화점에서 10km 이상 떨어진 광역 상권에서 나왔다.
더현대 서울처럼 인증샷을 부르는 매력적인 ‘신상 백화점’에 MZ소비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차별화된 공간과 체험을 선사하기 위한 백화점 업계의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일종의 ‘플레이 그라운드’로 진화하면서 쉬고, 놀고, 사진 찍고, 자기 시간을 쓰는 공간이 된 것”이라며 “이색 공간과 즐길 거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느냐가 향후 백화점 업계의 경쟁력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