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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2022년을 마무리하는 크로아티아의 거시경제 현황
계절이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지금, 유럽 대륙은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후에 봉착하게 될 에너지 분야의 정치적 난관에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나타난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사투를 적극 지원한다는 유럽 국가들의 결의를 점차 약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지금 나타나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유럽연합(EU)이 전통적으로 수입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는 사실로, EU 통계청(Eurostat)의 집계에 의하면 2020년에 EU가 수입한 석유의 29%, 천연가스의 43%, 석탄의 54%가 러시아산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러시아산 에너지의 공급이 감소하거나 중단되는 사태가 전개되자 유럽 대륙 전역은 에너지 위기의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는데, 이전까지 자국 에너지 소비량의 30%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오던 크로아티아도 일견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륙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는 잠재적 위기를 앞둔 크로아티아의 대내·외 수지는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등 이전의 사례에 비해 훨씬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록 크로아티아가 지금 기록하고 있는 경상·자본수지 흑자 폭이 앞으로 점차 줄어들어 2022년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5.2%, 2023년도에는 여기서 더 떨어진 3.8%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는 있지만, 크로아티아 경제가 대규모 국제수지 적자 위험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상황을 낙관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이다(Tsoneva, 2022).
여기에 더해 크로아티아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도 2021년 1/4분기부터 꾸준히 감소해 현재 77.3%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EU 회원국 전체의 공공부채 비율이 상승을 거듭해 87.8%까지 올라간 데 비하면 상당한 선방이다(Eurostat, 2022a). 이외에 크로아티아는 2022년 2/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에서 EU 회원국 중 4위를 기록했고, 최근 관광업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3/4분기 성장률도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Eurostat, 2022b). 또한 크로아티아는 관광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탈피해 경제적 다각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2021년 2월 이래 EU 27개국 평균을 꾸준히 넘어서는 산업 생산량 증가율 통계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Eurostat, 2022b). 이처럼 크로아티아의 각종 경제 지표가 보이는 양호한 성적을 방증하듯, 크로아티아 기업과 소비자들이 자국 경제의 미래에 보이는 기대를 나타내는 경제심리지표(ESI, Economic Sentiment Indicator)도 2022년 2/4분기를 기준으로 EU 평균치에 비해 매우 낙관적인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상술한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크로아티아 경제는 현재 EU 내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이라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기도 하다. 참고로 2022년 8월에 집계된 유로존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10.1%였으나, 크로아티아는 이보다도 더 높은 12.1%의 기록적 수치를 나타냈다(Eurostat, 2022c). 한편 에너지 부문으로 눈을 돌려보면 현재 크로아티아 가계 소비 중에서 천연가스, 차량용 연료, 전기, 석탄에 지출되는 금액의 비중은 EU에서 두 번째로 큰 14.3%를 차지한다(Financial Times, 2022). 여기에 2022년 1~7월 크로아티아의 가계와 기업이 부담한 평균 에너지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와 81% 높아진 것으로 집계된다(Vizek, 2022).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통제를 벗어나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지는 상황은 크로아티아 국민과 기업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취약계층 및 기업이 겪는 고통을 완화할 고강도 시장 개입에 나설 필요가 있다.
크로아티아 정부의 유럽 에너지 위기 대응
상술한 맥락에서 크로아티아 정부는 자국의 사회적 응집력을 강화하고 유럽 시장의 에너지 가격 폭등이 가져오는 악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목표 아래 광범위한 개입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본 기조에 따라 2022년 2월에 발표된 제1차 종합 대책은 총 6억 3,600만 유로(한화 약 8,900억 원) 규모로, 여기에는 ▲식품 및 에너지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인하(일례로 천연가스 부가가치세는 13%에서 5%로 일시 조정) ▲연금 생활자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소득 이전 실시 ▲휘발유 및 경유 시장 가격 설정 개입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기업에 대한 지원 시행 등이 내용으로 담겼다(Vlada Republike Hrvatske, 2022a).
이어서 9월 16일에는 28억 유로(한화 약 3조 9,0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된 제2차 종합 대책이 승인되었으며, 여기서 다루는 내용은 ▲전기 및 열에너지 가격 상한제 도입(예산 총액 중 28.1% 배정) ▲물품세 등 세율 인하(13.3%) ▲취약 계층 및 개인 지원(11.9%) ▲기업의 녹색·고효율 에너지 이행 보조금 지급(9.5%) ▲대출, 우대금리 적용, 기업 보증 등 재정적 지원 강화(32.9%) ▲가정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방열·방한 설비 지원(4.8%) 등이다(다음 출처가 제공하는 자료에 기반한 저자 계산: Vlada Republike Hrvatske, 2022b).
크로아티아 정부는 에너지 위기가 자국의 가계와 기업에 초래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21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GDP의 4%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 예산으로 편성해 사용했는데(Sgavaratti et al. 2022), 코로나19 팬데믹이 점차 완화되며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선 점도 세수 증대를 바탕으로 추가 정책 재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 밖에도 크로아티아 정부는 국영기업 대상 우대금리 대출과 보조금 지급 사업에 GDP 대비 2% 상당의 재정을 투입했고, 소규모 가계와 기업이 부담하는 전기 요금에 사실상의 상한제를 도입하면서(단, 재산이 많은 개인이나 대규모 기업에는 보다 높은 요금 적용)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의 대부분은 국영 전력 기업 에이치이피(HEP)가 메꾸도록 조치했다. 한편 크로아티아 정부는 뜻밖에 얻은 대규모 이익을 대상으로 횡재세(windfall tax)를 신설한다는 방안도 발표했으나, 이 방침이 실제로 법제화에 성공할지, 그리고 그 형태가 어떻게 될지에 관해서는 아직 구체적 정보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이처럼 다양한 조치를 취해 온 크로아티아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에너지 가격 상승률이 20%에 그쳤고, 이는 EU 전체 평균인 52.5%에 비해 훨씬 양호한 수치이다. 이처럼 에너지 가격 안정화 정책이 비교적 순항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크로아티아에 ▲산업 부문 대상 에너지 보조금 정책이 부재한 점 ▲강력한 산업계 로비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점 ▲우크라이나 지지를 위해 삶의 질 하락을 기꺼이 감수할 용의가 있는 국민의 비중이 제한적인 점 ▲사회 안전망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아 아직 특정 취약 계층을 위한 선택적 경제 지원책 시행이 난해한 점 등의 요소가 존재한다(Šonje, 2022). 이러한 배경 아래 크로아티아에서는 여타 EU 회원국의 사례와는 반대로 일반 시민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기업에 비해 적은 경향이 관찰된다.
한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크로아티아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방책으로는 (1) 자체 천연가스 생산량 증대, (2) 비어 있는 천연가스 저장 시설 여유분에 자원 추가 비축, (3)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용량 확장, (4) 소비자 계층 각각에 맞춘 에너지 절약 유인책 도입을 비롯한 수요 통제 조치, (5)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를 들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접근법을 보다 상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크로아티아 정부는 자국 천연가스전 활용률을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던 이전까지의 정책을 파기하고 2024년까지 가스 생산량을 20%가량 늘려 자급률 4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크로아티아의 자체 천연가스 생산량이 2021년도에 저점을 기록한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생산 증대책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 현재 85%의 저장률을 보이는 크로아티아의 천연가스 저장 시설에는 전력으로 총 4.25 테라와트시(TWh) 분량에 해당하는 가스가 비축되어 있는데, 이는 2021년 전체 천연가스 소비량의 14.3% 수준이다. 최근 크로아티아는 이전까지 비어 있던 가스 저장 시설을 빠른 속도로 채워 나가고 있으며, 오는 2022년 11월까지 100% 저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ENTSSOG, 2022; Ministry of Economy and Sustainable Development, 2021).
셋째, 크로아티아는 1억 8,000만 유로(한화 약 2,500억 원)를 투입한 크르크(Krk)섬 LNG 터미널 확장 공사를 2024년 말엽까지 완료할 예정으로,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해당 설비의 용량이 29억 입방미터에서 61억 입방미터로 크게 늘어나 크로아티아가 역내 LNG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다.
넷째, 크로아티아에서 발표한 에너지 절약 시책의 사례로는 리파워EU(REPowerEU) 구상에 따라 공공 시설물의 냉·난방 온도를 각각 25℃와 21℃로 제한해 과다한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는 계획을 들 수 있다.
다섯째, 재생에너지 생산량 증대 및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크로아티아 정부의 중점 정책 중 하나인데, 이 중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구상은 다음 절에서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한편 에너지 분야로 눈을 돌려보면 크로아티아의 수입 에너지 비중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48.5%에서 53.6%로 증가했고, 여기에서 EU 회원국 전반과 유사한 수입 의존도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Eurostat, 2022d). 하지만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무기화한 이후 대규모 에너지 부족 위험에 직면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와는 달리, 크로아티아는 2021년부터 크르크섬 LNG 터미널 가동을 개시하는 등 훨씬 유연한 대응을 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크로아티아에 공급되는 에너지 총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에 30%를 기록한 이후 빠르게 줄어들었고, 2022년 1~6월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이다(Hall and Romei, 2022).
게다가 단위 생산액 당 석유 소비량으로 측정하는 국가 경제의 에너지 집적도(energy intensity) 측면에서도 크로아티아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상당한 여건 개선을 이루어 냈고, 그 덕택에 현재 크로아티아는 유사한 경제 규모를 지닌 여타 구공산권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에너지 집적도를 달성한 상태이다(Eurostat, 2022d).
위에서 소개한 여러 긍정적 요소를 종합하면 만약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더라도 크로아티아 경제가 여기서 촉발되는 어려움을 견뎌낼 만한 역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분석 보고서와도 같은 결론을 내려볼 수 있을 것이다(Flanagan et al., 2022).
크로아티아의 핵심 과제: 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한 장기적 회복탄력성 강화
2030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대한 유럽의 의존을 종식시킨다는 취지의 리파워EU(Repower EU) 구상을 적극 지원함과 동시에 경쟁력 있는 청정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을 보장한다는 크로아티아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단기적 개입 조치 이외에도 심도 있는 여러 정책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크로아티아 에너지 부문이 지닌 주요 문제점은 크로아티아 소재 다국적 석유 기업 아이엔에이(INA)1)의 경영권을 두고 헝가리와의 분쟁과 법정 공방이 계속되면서 INA가 심각한 경영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사실로, 그 결과 천연가스 생산이나 경유 정제 등 중요성이 큰 분야에 대한 투자가 지체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2). 크로아티아 정부가 에너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보장한다는 목표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INA의 경영권 확보가 필수적이기에, 앞으로 은퇴 연금 기금이나 소액투자자들이 보유한 INA 유동주식을 시가에 매수해 지분을 늘리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고 나면 단기적 차원의 정치적 이익에 구애받지 않는 전문 경영진을 임명해 INA의 운영을 맡겨 바이오 연료나 녹색 수소와 같은 유망 분야에 투자하는 등의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활발한 수력발전을 바탕으로 이미 EU에서 최고 수준인 31%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달성한 크로아티아이지만 아직도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 활용 증대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PBZ, 2022). 현재 크로아티아가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는 100메가와트(MW) 수준이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제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추어질 경우 기존의 30배에 달하는 3,000MW의 발전량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Agroklub, 2022; SOLARGIS, 2022).
다만, 충분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크로아티아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 분야 개발을 더디게 만드는 주범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 정책을 시행하거나 에너지 및 기후 전략을 새로이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입법 과정이 지연되면서 나타난 최근 수년간의 정책적 불확실성을 지목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가 녹색 기술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는 차세대 EU(Next Generation EU) 구상으로부터 58억 유로(한화 약 8조 1,000억 원)의 지원금을 확보한 현시점에서도 복잡한 규제 절차나 행정업무 처리 지연 문제는 여전히 에너지 분야의 혁신을 추진하는 데 있어 크나큰 장애물로 남아 있다.
크로아티아 정부의 수동적 대응이 가져오는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포괄적 국토 활용 계획의 부재, 즉 주정부나 시정부 등 지자체에서 마련한 토지 활용 규정을 보다 높은 수준에서 종합적으로 관할하는 통일된 국가 전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을 위해 부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명확하고 일관된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단지 건설 사업에도 많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크로아티아의 토지 등록 절차가 복잡성에 더해 투명성 결여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점, 그리고 토지 수용 절차가 지난하다는 점도 에너지 사업 진행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모든 요소들은 크로아티아에 재생에너지 개발에 관한 법적 기반이 아직 분명히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서 지적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에너지 사업의 선결 요건인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소요되는 평균 기간이 규정 한도인 60일을 훌쩍 넘긴 245일까지 늘어나 있다는 점이다(Kotarski, 2022). 여타 EU 회원국에서는 해당 과정의 신속 처리 절차를 신설하거나 관리 주체를 중앙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널리 시행되고 있지만, 크로아티아에서는 이와 같은 개혁이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다.
만약 상술한 제도적 문제들이 적시에 해결되지 못한다면 2024년 말까지 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한 발전량을 1.4기가와트(GW) 추가 확충한다는 크로아티아 정부의 구상도 실현 가능성을 잃게 되고, 그 결과 크로아티아 시민들이 영위하는 삶의 질과 기업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결론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유럽 에너지 위기에도 불구하고, 크로아티아 경제는 공급망 문제에 대응함에 있어 어느 정도 탄력성과 유연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또한, 크로아티아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재원을 현명하게 활용한 덕분에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세수를 확충해 에너지 비용 상승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크로아티아 정부가 시행한 취약 계층 대상 소득 이전이나 기업 부담 비용 완화책 등 다양한 시장 개입 조치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특정 식품에 대한 가격 통제 조치가 주기적인 공급 부족 현상을 일으키는 등 일부 단기적 정책이 역효과를 초래한 사례도 분명 존재하며, 위에서 설명한 횡재세 부과 계획도 신규 투자 촉진이나 유치를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불러올 위험성을 안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정책들은 일부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바람직한 성과로 이어져 크로아티아의 에너지 위기 극복 과정을 단기적으로나마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의 장기적 구조 변혁 촉진이라는 보다 높은 수준의 목표를 지향해야만 하며, 이 점에서 국가 경쟁력과 사회적 응집력 향상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재생에너지 생산 증대를 중점 과제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22년이 막바지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위기는 분명 유럽 각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다 .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이 오히려 지금까지 복지부동으로 대변되는 수동적 정책 기조를 더욱 능동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혁신의 발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크로아티아가 현존 위기를 극복하고 자국 경제 및 사회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 각주
1) 헝가리 소재 다국적 석유/가스기업 엠오엘(MOL)이 지분 49%를, 크로아티아 정부가 지분 4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2) INA가 지니는 높은 중요도를 감안하면 2022년 8월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INA 부패 스캔들이 크로아티아 정계에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왔는지를 충분히 이해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INA에서 근무하는 크로아티아 국적의 중간 관리자가 회사 소유 천연가스를 시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해외에 판매하면서 회사에 총 1억 4,000만 유로(한화 약 1,960억 원)에 상당하는 손해를 입히고, 크로아티아의 에너지 안보에도 큰 지장을 야기했다. 비록 야당의 정치적 세력이 약소해 이 사건이 새로운 총선거 실시나 장관급 인사 경질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여론조사에서 집계된 집권 여당 지지율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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