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힘든 경기를 치뤘습니다. 이태양이 길게 던지지 못하면서 불펜이 6.1이닝을 나눠 던져야 하는 상황이 왔네요. 장민재와 정재원이 많은 공을 던져야 했고 마지막에는 박정진이 1이닝을 책임졌습니다. 어제 경기를 김범수-이동걸-안영명이 나눠 던졌으니 연투한 불펜은 없는데 내일 경기 상황에 따라 불펜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게 됐네요. 오간도가 긴 이닝을 던지고 타자들이 점수 싸움을 벌여주면 3일 쉰 필승조들의 등판이 가능한데, 혹시라도 또 초반에 무너지거나 패배하는 흐름으로 간다면 추격조 불펜이 오히려 혹사(?)를 당할 수도 있죠. 헥터 공략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오간도가 6이닝 언저리를 2~3점 이내로 막아주면 좋겠습니다.
상대 선발 임기영이 기가 막힌 공을 던졌습니다. 타자들이 빨리 치고 쉽게 죽어서 답답해 보이겠지만, 그게 바로 제구력 훌륭하고 공 끝 좋은 투수가 가지는 큰 힘이죠. 사이드암 투수여서 넓어진 존의 영향을 봤다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볼끝의 움직임이 좋고 제구도 훌륭합니다. 전임 감독 김응용이 다른 건 다 못했어도 젊은 선수 보는 눈 하나는 괜찮았다고 보는데 임기영이 정말 물건이었네요. 이제는 송은범에 34억을 얹어줘도 다시 데려올 수 없는 투수라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게다가 SK시절의 송은범을 데려온 것도 아니고 (이미 성적이 크게 하락한) KIA시절의 송은범을 데려온 것인데 말입니다. 어쨌든, 우리도 어서 90년대 중후반 선발투수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김태균의 기록이 깨질 뻔 했습니다. 지난 3경기 연속 멀티히트에 화요일 경기에서는 2루타, 일요일 경기에서는 홈런을 칠만큼 타격감이 좋았는데 오늘은 안타가 없었네요. 타구질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상대 선발이 워낙 잘 던졌죠. 마지막 타석에서 깔끔한 안타를 기대했는데 다소 어이없는 사구가 나와서 애매한 상태로 기록이 연장됐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애매한 것도 아니죠. 심판 오심으로 1루에 나간 것도 아니고, 제구력 흔들리는 상태 투수가 데드볼을 던진거니까요. 그나저나 직구 맞아서 많이 아파 보였는데 어떤 이들은 "데드볼로 나간게 의심스럽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김태균이 불쌍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정신력 강하고 멘탈 훌륭한 선수니까 신경 쓰지 말고 경기에만 잘 집중했으면 좋겠네요. 4할 가까이 치고 KBO 역대 최고 성적 올리면서도 괜히 정치(?)적인 이유로 욕먹는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말입니다.
이글스는 전통적으로 유격수 자리가 약했습니다. FA로 데려왔던 김민재를 빼면 <전국구> 유격수가 없었고 외국인 브리토나 한때 잠깐 활약한 정경훈 정도가 인상적일 뿐이었죠. 그런데 하주석이 올 시즌 유격수로 세손가락 안에 드는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유격수 부문 WAR 2위고 군필 24세 야수여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높아 보여 기대가 됩니다. 다만, 승부가 기운 경기 후반에는 한번씩 교체해주면 좋겠습니다. 아직 젊은 선수지만 지금 유격수로 소화한 수비이닝이 굉장히 많죠. 풀시즌을 치를 체력은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쉴 수 있을때는 쉬어주면 좋겠습니다.
오늘 기아, 그리고 올 시즌 기아, 나아가 최근의 두산을 보면 요즘 야구의 트렌드가 확실하게 보입니다. 불펜이 막강하지 않아도, 마무리가 조금 불안한 모습을 보여도 선발이 튼튼하게 버티는 팀은 리그 최강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한화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불펜의 휴식이지만,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것은 5선발을 제대로 갖추는 것입니다. 배영수-이태양-윤규진-김재영-안영명-송은범 중 3명이 그 자리를 맡게될텐데, 개인적으로는 장민재나 송창식에게도 그 기회를 열어두고 선발 카드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잘 던지는 선수들로 선발을 채워두면 불펜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수 있으니까요. 불펜 송창식의 매력이 너무 강력해서 그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면 장민재만이라도 기회를 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장민재를 무조건 선발로 쓰자는 얘기가 아니고, 잘 던지는 선수들로 선발을 먼저 채우자는 뜻입니다)
불펜의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비야누에바까지 빠져 투수진 사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침착하고 차분하게, 원칙대로 투수진을 운용해야 합니다. 투수진 사정이 좋고 던질 투수가 넘쳐나면 누가 혹사를 하겠습니까. 다들 투수진 사정이 어려우니까 무리를 시키는거죠. 어려운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잘 대처해야 좋은 리더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고, 바쁠수록 원칙을 떠올려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죠. 이상군이 앞으로 그런 야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깟 9위나 10위, 전임 감독들도 다 했던거니까 너무 쫄지 말고 말입니다.
첫댓글 전 어제 오늘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이 조금 더 독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이 없으니 지는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보다,,, 감독이 없으니 내가 더 집중해서 팀을 이끌고 가겠다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어요,, 이럴때 베테랑들이 미팅 등을 통해 팀 분위기를 추스렸으면 좋겠습니다,,
2군구장도 아직 없던 시절인 2012년 그래도 2군에서 선발로 많이 기회주던 두 투수가 임기영 이태양 이었죠. 2013년 류현진-박찬호-송신영-양훈이 빠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2군성적도 나쁘지 않았던 임기영을 1군에서 쓰는건 좋은 선택이었으나 그 기용의 타이밍이 참... 만루엔기영이라니..
반면 이태양은 2013년도 후반기쯤 선발 몇번 뛰고 2014년에 패전조에서 잘 던지다 선발로 승격했습니다. 야만없 이지만 임기영도 좀더 부담없는 상황에서의 등판부터 시작했더라면 보호명단에 들어갈만한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드네요.
인터넷 댓글보면 정신력 탓하는 글들이 많은데,
어제, 오늘 패배는 1번선발님이 말하신것처럼, 선발투수의 실력차이 입니다.
타자들은 상대 선발이 물러나서야 점수를 뽑았고,
우리 선발 2명은 4회이전에 무너졌습니다.
이런 경기는 이길수 없죠.
내일은 실질적인 1선발 오간도니, 상대투수 핵터(헤커가 아닙니다.1번선발님^^)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쉬었던 불펜 짜내는 방법으로 이겨냈음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반갑습니다..
1선발님 해커 아니죠ㅋ 헥터 입니다ㅋ
1선발님도 오타를~~ ㅋㅋ
네 그렇죠 헥터요. ^^
밤낮으로 훈련하다 안해도 리듬이 깨져서 당분간 정상적인 컨디션 조절하기가 쉽지는 않을것 같아서 팬들이 조금은 참고 기다려주는게 좋을듯 하네요.
원래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가는것도 쉬운건 아니죠.
그깟 9위나 10위, 전임 감독들도 다 했던거니까 너무 "쫄지" 말고 말입니다. 팩트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