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을 걷는다
벼를 걷어낸 논에는 다시 파란 싹이 다시 돋아 오른다
봄에 벼를 다시 심어 놓았는가 싶었다
무럭 무럭 자라나서 또 다시 이삭이 맺힐것 같은 기분이다
벼 등걸은
이렇게 도 다른 세상을 향해 행진을 시작 했다
그 위로 참새떼가 날아 들어 짹짹 합창을 한다
풍성한 먹거리는 어디로 가고 이삭만 남았는가?
꾸물 거리는 미꾸라지의 등허리를 쪼아 본다
미꾸라지 귀찮은듯 말랑말랑한 논 바닥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 가 버린다
그래서 나를 미꾸라지 라고 하는걸 너희는 아직도
알지 못 하였더냐?
라고 한소리 한다
얼마전
황토 흙을 길어다 마당에 펴고 고르고 다진 앞마당엔
멍석이 펴 지고 그 위에 낱알을 널어 놓는다
머리에 수건을 두르신 어머님은 고물개로 낱알을
고루게 펼치시면서 기쁨의 마음을 가눌길 없어
하늘을 한번 바라 보신다
뭉게 구름 한 점이 방긋 웃으면서 인사를 건넨다
고맙습니다
들녁으로 함지박 이어 날라다 주신 그 밥심으로
오늘 이렇게 탄탄한 알곡을 보내 주셨느니 감사 합니다
이 알곡은
천지 신명의 도우심으로 알알이 사랑과 정성을 담았으니
이를 한 사발 먹고는 우리 맞이 아들 올해엔
예쁜 각시 만나 사랑방에 오손도손 호롱불 켜고
이야기 나누시게 도와 주시고 초저녁 호롱불 빨리 끄고
방글 방글 웃는 손주 녀석 내품에 안겨 줄수 있도록
시원한 가을 날 잔치 하게 해 주소서...
저도
알지도 못하고 알수도 없는 이곳으로 나이 열여덟에
시집을 와서 호랑이 같은 서방과 살아 온지
스무해가 지났으니 그동안에 하느님의 보호 하심에
감사 드리고
잔소리꾼 시 어머님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
몇해전 하늘 나라 가신후 삼년상 잘 모시고
이제는 훌훌 털고 일어 나려 하오니
저에게도 눈이 똘망 똘망 하고 엉덩이 펑퍼짐 해서
아들,딸 풍성풍성 잘 나을수 있는
며느리 한 사람 보내 주옵소서...
라는 마음을 담아 장독대 뒤켠에 계신
터주 대감님께 조석으로 지극정성 빌고 빌었으니
좋은 소식 전해 주소서...
멍석위롤 알곡을 널어 놓고 지나간지 몇분도 않되어
꼬꼬댁 거리면서 닭들이 몰려와서 낱알을 먹으며
갈퀴 다리가 근질근질 했는지
뒷발질을 해 댄다
이리 저리 흩어 지는 낱알이 아까워
이놈의 닭들아
잡수시는건 좋은데 내 생명과도 같은 낱알을 왜 그렇게
뿌려 대고 지랄들 이냐?
어이 물러 가라 라고 소리를 치시는 어머니 등뒤로
도망질 치는 그 닭들이 지들 끼리 히히덕 거린다
끽끽끽
어휴
죄송 합니다 마님
내일 아침 따사로운 알을 당신께 올리올 테니
너그러운 맘으로 용서 하소서...
뒤뚱뒤뚱 그 발걸음 무겁다
그 놈들 뚜어 가는 그 길을 멍멍이는 동정 어린 눈길을
보내 주고 있다
논두렁 저 너머에
여름을 이겨낸 허수 아비 할아 버지 잠뱅이 적삼이
가을 바람을 타고 펄렁 이는데
더위를 이겨 내려고 썼던 밀집 모자 머리 꽁지에는
구멍이 크게 나 있네...
살랑이는 바람이 할애비 귓가로 지나 가면서
소근소근 이렇게 말씀을 아뢴다
한 여름 수고 하셨습니다
잠뱅이 새것으로 갈아 입으시고 얼굴에 그려진
화장빨도 손을 보시고 한 겨울 쉬셨다가
힘을 저장 하신후 내년에 뵙겠습니다
허어...
그려 ...
세월이 그리 빨리 지나 가는군...
나도 소싯적엔 한가닥 하는 힘을 지니고 있어서
참새들이 나를 보고 줄 행랑 치더니
지금은 내 모자 위에 앉아 노래로 하면서
친구가 되자고 하는 구려...
세상이 변하고 세월이 가면서 나도 늙어 가는가봐...
앞 마당에 쌓이는 배추단 이며 무우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고 있고 방아간을 다녀온 고춧가루 냄새가
매쾌한 집안에 향기로 남아 있다
가을은 그렇게 익어 가고 있는데
뒷산에 낙엽은 아직도 나무 가쟁이가 그렇게도 좋은지
찰싹 달라 붙어 떨어질줄 모르고 있다
한나절
들판으로 돌아 치며 늦가을을 정리 하시던
이집의 대감님이 들어 오시면서 하는 말씀이
가을 한낮은 왜 그리 짧은겨...
일을 해보지도 못했는데 서산에 해가 기우네....
툭툭 바지 가랭이에 뭍은 까시바늘을 털어 내며
이놈아
나에게 달라 붙지 말고 너 혼자 놀았으면 좋겠구나
나는 누렁이 황소의 쇠죽을 끓여야 하니
우리 부억 아궁이에 들어가 땔감이나 되어라...
라고 하시면서
여물을 한 삼태기 담으시면서 외양간 누렁이를 힐끗 처다 본다
봄부터 수고 하셨네
힘든일 나 대신 다 해준 누렁이 고맙네...
내가 쇠죽을 얼릉 맛나게 끓여 줄테니
한여름 수고를 잊고 한 겨울 추위를 이겨 나가 시게
이 소리를 들었는지 황소는 꼬리를 흔들며
음~~~메 라고 힘찬 노래를 불러 준다
가을날 짧은 해는 그렇게 조용히 저물어 간다
올 가을은 풍년이네...
고사떡 한시루 쪄서 이웃과 나눠야 하겠다
라며 아낙은 부억으로 빨리 들어가 저녁 밥상을 차린다.
첫댓글 쌀쌀한 바람과 함께
이 가을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듯 합니다~
더 즐겨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