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의 데이트.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여자친구의 입에서 회사와 상사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진짜 부장 때문에 짜증나! 무능하고 성질 더럽고 어쩌고저쩌고 블라블라~~~ ”
며칠만의 데이트.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여자친구의 입에서 회사와 상사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마주 앉아 그 얘기를 들어야 하는 남자는 괴롭다. 얘기의 내용도 재미없지만, 이런 날이면 헤어질 때 여자친구가 몰라보게 쌀쌀맞아지기 때문. 잘못한 것도 없는데, 대체 왜 그 짜증을 나한테까지 내는 건지 억울하기만 하다는 남자. 대체 뭐가 문제였던 것일까?
 임금의 귀가 당나귀처럼 크다는 것을 비밀을 알고 난 뒤, 그 말을 어디든 하고 싶어 괴로워하다가 결국 대나무 숲에다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했다는 전래동화가 있다. 스트레스 받은 얘기, 짜증을 풀어놓는 여자의 마음이 그와 비슷하다. 가슴에 맺힌 것을 입밖으로 내놓으면서 자연스레 스트레스를 지워가는 것.
만약 다른 일로 짜증을 분출하던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까지 툴툴거렸다면, 그건 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남자친구에게 받았던 섭섭한 마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 그녀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곁에서 ‘대나무 숲’이 되어주는 것이다.
잘 들어라
그저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만만치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눈으로는 진지하게 여자친구를 쳐다보며, 귀는 여자친구의 말에 온통 열어놓는 것은 기본. 적절한 때에 “응”, “그랬구나”, “저런”, “뭐 그런 인간이 다 있어” 등의 멘트로 추임새를 넣으면 굿. 때맞춰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들어 분노한 여자친구의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등의 몸짓까지 더하면 베스트!
Tip 귓등으로 들으면서 대충 끄덕거리기만 하는 경우도 있는데, 눈치 빤한 여자라면 “너 딴 생각하지? 내가 좀 전에 뭐라고 그랬는데?”라고 공격해 올 수도 있다. 도 닦는다고 생각하고 참아보자.
무조건 그녀의 편에 서라
그녀가 남자친구에게 말을 꺼냈다는 건 상대를 ‘내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가 잘못하고 괜한 짜증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 전혀 화낼 일도 아닌 것 같은데 화를 내고 있을 수도 있다. 이걸 내가 왜 들어야 하나. 언제 끝나나. 참 비생산적이다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그 일 때문에 현재 여자친구는 괴롭다. 미칠 것 같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평가’가 아니라 ‘마음의 위안’이다. 같이 욕이라도 해주면서 온 몸으로 난 니 편이라는 걸 알려줘라.
Tip 여자친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 충분히 진정된 뒤에 말해야 효과가 있다. 열 받은 상태일 때 “니가 잘못 했네~”, “뭐 그런 걸 가지고 화를 내냐?” 등의 말은 불난데 기름 끼얹는 격. 다시는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을지 모른다. 어느 정도 진정된 후에 “인간 말종 만나서 우리 OO만 고생이네. 근데 그런 사람은 네가 그렇게 하면 더 날뛸 수도 있거든. 열 받으면 자기만 손해니까 다음부터는 그냥 무시해.”라는 식으로 어느 정도 편을 들어주면서 하고 싶은 말을 슬쩍 끼워 넣자.
굳이 조언하려고 하지 마라
남자는 대화에서 결과치를 내놓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회사 일로 짜증이 나서 뭔가를 털어놓는다고 하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답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현재 스트레스를 배설 중이다. 여자친구가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의견을 물은 것이 아니라면, 마음 편히 얘기를 듣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변비 때문에 고생하다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에게 필요한 말은 “아침에 요구르트나 찬 물을 한 컵 마시도록 해”라는 방법 제시가 아니라 “힘 줘!”라는 부추김이다. 쾌변을 위한 조언이나 약은 나중에 볼일 다 본 뒤에 알려줘도 늦지 않다.
Tip 조언은 여자친구의 흥분이 가라앉았을 때, 얘기를 충분히 다 듣고 난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미 남자에게 말하는 것만으로 여자는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을 해소한 뒤일 것이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기를 바란다. 남자 역시 여자가 자기를 믿고 의지해주길 바란다. 다만 남자와 여자는 서로 그것을 확인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낯설어 하거나 무조건 틀리다고 잘못을 지적하지 말고, 충분히 믿는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네 편’임을 알려라.
▶ 만날 때마다 불평 불만인 여자라면?
불평, 불만?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같은 내용이 해소되지 않고 계속 반복된다면 문제가 된다. 이건 성별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로 넘어간다.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인내하지 못하는 것. 위로해주는 것도 좋지만 이 정도면 들어주는 쪽도 지칠 수 밖에 없다.
헤어질 것이 아니라면 방법은 두 가지다. (1) "내가 뭐 도와줄 순 없을까?"라며 문제 상황에 대해서 다각도로 의견을 나누거나 (2) "네가 너무 힘들어해서 이젠 나도 그 얘기 들으면 우울해지는 것 같다"며 본인도 힘들다는 의사를 충분히 전달하거나. 장기적으로는 (1)번 단계가 필수적이며, 무의식적으로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경우라면 (2)번 방법으로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수 있다.
번외편으로 "오늘 이후로 그 얘긴 잊자"며 이런저런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즐거운 하루를 보내게 해주는 방법도 있다. 단, 놀기 전에 다시 얘기 안하겠다는 확답을 꼭 받아둘 것.
글/ 젝시인러브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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