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호영 선생님과 포레스트 실습생들 덕분에 여관방에서 편히 자고 일어나서 택시를 타고 전북대 김석이 추천하는 그리고 후원하는 광장콩나물국밥집으로 갔다. 콩나물국밥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라서 신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그러나 웬일, 아이들은 거의 먹지 않아 남은 음식을 나와 석이가 다 먹어 치웠다. 계란을 아주 조금 반숙보다도 덜하게 하여서 그것을 김을 뿌려 비벼 먹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 그리고 국에 가득한 콩나물이란... 석이가 이곳을 추천한 이유를 알았다.
우리가 콩나물국밥을 다 먹는 사이에 아이들은 오징어반찬과 밥만을 먹었다. 웬지 주객이 전도 된 느낌이었다.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와서 오징어반찬만 먹다니,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우리 입맛에만 맞추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왔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꼭 사주리라 마음먹었다.
*오리와 함께 춤을.
아침을 먹고 나서 또 택시를 타고 덕진공원으로 갔다. 택시도 타고 돈 많다라고 여기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우리 팀 7명이 버스를 타는 것보다 차라리 택시를 타는 것이 기본요금정도만 나와서 더 이익이기 때문에 우리는 줄곧 택시를 탔다. 덕진공원에 가서 아이들이 맨 처음 던진 말 “선생님 오리 타요.” 덕진공원을 둘러 볼 새도 없이 우리는 곧장 오리를 타러 갔다. 멀리서 왔다고 말해도 굳이 제값을 받으시는 아저씨. 야속하기도 하지만, 오리를 타고 싶어 하는 욕구가 더 강한 탓에 그냥 탔다. 그런데 어쩐 일로 아이들 중에서 나와 같이 하겠다는 아이들(예린, 지홍, 솔)이 있었다. 그렇게 싫어하는 나를 아이들이 노예? 로 부려먹을 셈이었다.
자존심이 있는 나는 사양도 해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의 노예로써 페달을 굴렸다. 굴리다가 지칠 때쯤 되니 아이들이 자신들이 굴린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 봤더니 심심하단다. 속이 타서 죽을 것 같았지만, 할 수 없이 자리를 바꿨다. 그랬더니 오리가 흔들리고 균형이 맞지 않아서 우리가 오리와 함께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이것이 무섭기도 하였을 것인데 아이들은 더 재미있다는 듯이 더욱 세차게 페달을 굴렸다. 그 덕분에 나 역시 신이 나서 연신 사진을 찍고 격려도 해주었다. 은주 선생님 팀(홍련, 소영)과 우리 팀(예린, 지홍, 솔)이 누가 부두까지 먼저 가나 경기도 하고 정말 재미있었다.
*호랑님 생신날.
인형극 시간이 다되어서 오리를 10시 50분까지 타고 걸어서 전주문화예술회관으로 향하였다. 인형극에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갑자기 유치원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 왔다. 그리하여 극장은 꽉 차고, 인형극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인형극은 사람이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지로 만든 인형을 가지고 나와서 인형을 움직이며 말도 하고 그래서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집중을 하였다. 거기다 기존의 사람이 뒤에서 조종하는 인형들도 나와서 흥미를 더 끌어 주었다. 숲 속의 왕인 호랑님의 생신날에 무엇을 선물로 바칠까라는 것이 주된 주제였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 인형극이 주는 교훈은 누구나 다 자신의 나름대로의 잘하는 것이 있으며(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잘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이것을 설명해 주었더니...다들 우리도 안다는 표정들이다. 지홍이 왈 : “또 잘난 체 한다.” 문득 말하지 말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잘 알았다니 참 다행이다. 부디 이 교훈대로 희망을 잃지 않고 잘 살아가길 바란다.
*얼음이 날 울려!
동물원과 아이스링크를 같이 갈 수 없음에 아이들에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였다. 두 번 물을 필요도 없이 전원이 아이스링크를 가잖다. 실은 나도 스케이트를 타고 싶었는데 정말 잘 되었다.^^아이스링크에 도착하여 입장권을 끊고 스케이트를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갔다. 카메라로 아이들과 은주 선생님을 찍느라 정신이 없던 나는 아이들 하나 하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다들 신나 하고 즐거워했기 때문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갑자기 타기 싫다는 아이들이 생겼다. 사진 찍는 것을 관두고 아이들에게 왜 안타냐고 물었더니, 재미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홍련이와 솔이에게 물으니 사람도 너무 많고 발이 아프단다. 오리를 탈 때 힘을 많이 빼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광장공포증을 느끼기도 하였고 잘 못타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우리도 어렸을 때 재미있다고 해서 오락이라든지, 놀이라든지를 했다가 잘못하면 포기를 하고 재미없어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급기야 홍련이는 울기까지 한다. 이렇게 하여 지친 홍련이를 달래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피는 못 속여!
버스를 타고 부안에 도착하였더니 은주선생님 아버님께서 마중을 나오셨다. 차를 타고 시골도로를 따라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시골집. 옆 동네인 고창의 우리 집과 흡사하다. 그래서 마음이 더 놓였다. 시골집 분위기에 익숙한 나는 아파트가 싫기 때문에 더 좋았고 아이들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 다행이었다. 은주 선생님 집은 대가족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여동생, 남동생까지 많은 식구가 오순도순 즐겁게 살고 있다. 나와 아이들을 친손자, 친손녀와 같이 환대해주시고 귀여워해주시니 정말 감개무량하다. 그러다 웃으시니 영락없이 은주선생님이다. 다시 한 번 할머님 얼굴을 보고 어머님 얼굴을 보니 똑같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까지 닮았을 줄이야. 정말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짐을 풀고 앉으니 잔칫상이 떡하니 들어온다. 그 많은 음식에 휘둥그레지는 우리들의 눈. 우리가 배가 고프긴 고팠나보다. 다들 허겁지겁 고기, 잡채, 생선 등을 맛있게 잘 먹었다. 그러다 나는 밥을 3그릇이나 먹어 아이들에게 선생님 돼지! 라는 놀림을 당하기도 하였다. 상을 치우고 우리들을 편하게 해주시려고 이불까지 펴주시는 할머님. 마치 우리 할머님 같으시다. 그리고는 나가시면서 우리 집같이 편히 쉬라고 하신다. 정말 고마우신 할머님. 씻고 자리에 누웠더니 아이들은 오늘 밤 잠을 안자고 논다고 한다.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아쉬움이 남는가 보다. 같이 놀아 주려다 몸이 피곤한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렸다. 아이들의 불평이 들리기도 하고 나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들리기도 하고 착한 우리 아이들. 여행을 같이 하면서 즐거운 일도 있었고 싸우기도 하였지만, 시어머니 같은 나를 잘 따라주어서 정말 고맙다. 아이들하고 이번 여행이 끝나면 헤어지는데 미안한 마음이 더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늘 구박당하고 따 당해도 밉지 않았던 아이들. 보고 싶을 것이다.
1월 20일- 전주. 부안 팀
*다시 철암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어제 잠을 안자겠다던 아이들은 결국 새벽 1시까지 놀다 잤다고 한다. 귀여운 아이들.^^ 역시 아침에도 상을 거하게 차려주신 어머님...거기다 손수 아이들 선물과 먹을 것 까지 하나하나 챙기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페만 끼치고 가는 것 같아 두 그릇 먹으려다 한 그릇만 먹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나왔다. 차를 타고 익산역에 도착하니 대전. 군산 팀이 먼저 와있었다. 대전. 군산 팀과 같이 기차를 타고 익산에서 조치원으로 다시 조치원에서 제천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천에서 태백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갈아타고 잠도 많이 못자서 피곤할 텐데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이 아이들은 여전히 잘 놀고 기차 안이 자기들 안방인 줄 안다. 그리고 기차가 출발하면서 도착할 때까지 우리들의 입은 정말 즐겁기도 하다. 우리 팀도 바리바리 싸 온 음식이 많고, 대전. 군산 팀도 싸온 것이 많아 쉴 틈 없이 계속 먹었다.
*소장님 마중? 나오시다.
먹다 지쳐 잠이 들 때쯤 도착한 태백역에서 우리를 마중 나오신 소장님.^^ 그런데 이게 웬일, 소장님은 우리를 마중 나오신 것이 아니라 다른 목사님을 마중 나오셨다고 하신다. 우린 우리를 마중 나오신 줄 알고 있었는데, 하하 정말 웃겼다. 알고 보니 실장님과 사모님께서 통리역에서 우리를 마중 나오셨는데, 우리가 태백역에서 내린 것이었다. 참 죄송하기도 하여 전화를 드려 식사를 하고 들어가겠다고 말씀 드렸다. 태백의 대축제인 눈꽃축제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몰린 역을 빠져 나오고 중국집으로 갔다. 다같이 짜장면에 탕수육을 먹으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차안에서도 나누고 전화로도 나누고 무엇이 부족했단 말인가? 여행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
식사를 하고 나서 아이들과 같이 선물을 사러 팬시점으로 갔다. 전주에서 선물을 못 사서 여기에서라도 꼭 선물을 사야겠다는 아이들의 각오로 팬시점에 들어갔다. 자기 먹을 건 안 먹어도 부모님 선물은 꼭 사야겠다고 한다. 정말 갸륵하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이 착한 마음들. 이러한 마음을 가진 우리 팀 아이들 예린이, 지홍이. 홍련이, 소영이, 솔이 모두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잠깐 사진관에 가서 그동안 찍었던 필름들을 맡기러 갔다. 모두 4통이나 되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빌린 것이라 많이 찍지 못해서 필름 카메라로 더 많이 찍은 이유 때문에 4통이나 되었다. 필름을 맡기고 팬시점에 가니 아직도 선물 고르는 중... 나도 부모님을 저렇게 까지 생각했었나? 이런 생각이 막 든다. 광활이 끝나기 전에 나도 부모님 선물을 사야겠다.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려하고 가르쳐 주려고만 했었는데, 도리어 아이들에게 배웠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 이 세상 무엇보다 따뜻하고 착한 마음이며 기본이 되는 마음이다. 부모를 사랑하지 않고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이기에 말이다. 여행을 하고 남은 돈이 좀 있어서 은주선생님은 아이들과 같이 택시를 타고 철암으로 갔다. 태백시내에 남은 나는 사진을 찾고 비록 먹다 남은 것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준 과자를 먹으며 버스를 타고 철암으로 갔다. 이것으로 모둠여행은 다 끝이 났다. 아쉽기도 하지만, 소중한 추억이 된 이 겨울여행이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기억이 될까? 부디 이 기억들을 가지고 훗날에 생각이 날 때 웃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