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만나는 사람들의 두꺼워진 옷차림을 보면 어느새 겨울이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직업이 소방관이다 보니 겨울의 문턱인 11월이면,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긴장감을 숨길 수가 없다.
겨울철에는 건조하고 추운 날씨로 인해 난방기구 등의 사용이 늘면서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방에서는 오래전부너 11월을 '전국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하고, 불조심 켐페인과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홍보, 취약대상 방문 및 점검 등 겨울철 화재를 예방하기 위하여 많은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의 화재 통계에 의하면 2017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 4만4천178건 중 주택화재가 1만1천765건으로 전체 화재의 약 26%를 차지했다.
그중에서 자체 소방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는 4천538건으로 전체 화재의 10.2%, 주택호재의 38.6%나 되었다.
특히, 화재로 인한 전체 사망자 345명 중 약 25%인 82명이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것을 보면, 인명 피해에 매우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단독주택 화재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12년 2월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신규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준 주택은 2017년 2월 4일까지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법 시행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기존 주택에 대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이르지 못하고 있어, 소방청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주택요 소바시설 지원 조례를 제정, 설치를 지원하고, 소외계층 안심주택 만들기 사업 등을 추진하여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을 우선 보급하고 있다.
북부소방서에서도 소외계층 안전주택 만들기 사업과 관내 백화점 및 대형마트, 자체 협력단체, 농협, 지역 기업 등의 기부를 통해 북구지역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 가구 등 소외계층에 대하여 주택용 소바시설 설치 및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이제 취약계층에 대한 주택용 소방시설은 어느 정도 완비되었으나, 소방관서의 적극적인 설치 홍보 및 보급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오 단독주책 설치율은 그리 높지 않은 현실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우리가 잠든 사이에 불이 났을 때 연기를 감지해 큰 소리로 알려주고, 빠르게 소화할 수 있어 우리 가족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고마운 기구들이다.
예전에는 소화기 판매업체 등이 부족하여 구입하기가 어려웠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통하거나 대형마트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소방서에 문의하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구입 장소를 안내받을 수도 있다.
단독경보형감지기 3개와 소화기 1대를 함께 구입해도 5만원이 들지 않는 것을 보면, 그 효용성에 비해 가격도 매우 착하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우리 가족을 지키는 안전지킴이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품이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대한민국의 모든 단독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이 설치되어 화재로부터 안전한 겨울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오숙 / 대구북부 소방서장